나의 작은 아기 사자 : 달작가 글뚜레의 소설(이야기책) NFT
감독은 내 영상의 가치를 생각보다 높게 평가했습니다. 감독에게 전달된 아기 사자의 이야기는 좀 더 섬세해지고, 정교해진 모습으로 다큐멘터리의 한 꼭지가 되었습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한 공치사도 전부 그가 차지했지만 말이죠. 좀 아쉽긴 했지만, 원망스럽진 않았습니다. 대신 난 보장받는 일자리를 얻게 되었으니까요. 감독과 나는 아프리카 촬영 이후에도 무려 20년 동안이나 함께 작업했습니다. 내 모든 커리어를 그와 공유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일들이 그로부터 비롯되었죠. 덕분에 나의 아이들은 배불리 먹으며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초라한 부모는 면한 셈이죠.
나의 작은 아기 사자.
모든 건 그로부터 시작했고. 그 덕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자연에 관여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규칙. 윤리의 약속을 깬 그 날을, 난 후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밤을 반복하지는 않았죠. 그렇다고 매번 낙오나 살생을 넋 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마는. 더 이상의 말은 아끼겠습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들이니까요. 그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만 관여했다, 그 정도로만 이해해 주시면 될 듯합니다.
아기 사자는 제 명대로 살다 갔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한 배에서 태어난 여섯 형제들 중 유일하게 그만이 성체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눈 밑에 하얀 점이 있던 형제는 사춘기 시절 다른 사자 무리와 벌어진 전투에 참전했다 먼저 갔고, 다른 형제들도 사냥 중에 입은 상처가 낫질 않아 하나씩 스러졌다고 합니다. 나의 작은 아기 사자는 다행히 그런 문제들에 휘말리지 않았고, 가족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습니다.
나의 작은 아기 사자. 가끔 그의 영상을 돌려 봅니다. 다큐멘터리에 삽입된 영상이 아닌, 내가 직접 만들고 이어 붙였던 그 영상을요. 작고 가냘픈 그 아이는 날 언제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게 합니다. 낡고 헤진 영상에 그가 등장하는 순간, 마치 어제와 같은 시간이 펼쳐지죠. 삶에서 한 발자국을 내딛어야만 했던 시기. 나는 그와 함께였습니다. 서로에게 순간의 동반자이자 디딤돌이 되어 주었지요.
나의 작은 아기 사자. 그는 발설할 수 없는 커다란 비밀로 내 안에서 살아갈 겁니다. 사라지지 않을 근원의 동력으로 삶의 고난을 이겨낼 터전을 마련해 주겠지요.
나의 작은 아기 사자.
그의 발걸음이 영원히 나와 함께 하길.
<끝>
첫 책입니다. 참으로 진부하지만, 감회가 새롭네요. 평생 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고 살기는 했지만, 정말로 만들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꼬부랑 노인네가 되어 더듬더듬 자판이나 치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아직 몸이 성할 때 책을 내게 되어 다행입니다.
<나의 작은 아기 사자>는 한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으로 돌파하려 하는 남자의 이야기죠. 처음 이야기를 구상한 건 우습게도 유튜브를 보면서였습니다. 한 다큐멘터리 채널의 아기 사자 영상을 감상하다 문득 카메라 뒤편이 궁금해지더군요. 저 큰 사자들 사이에서 이 조그만 아이를 발견한 사람은 누구일까 하고요. 그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그를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나’의 모습이 낯선 이는 거의 없을 겁니다. 눈물겹고 안쓰럽지만, 사실 그는 많은 이들의 얼굴이죠. 어딘가에 안정되게 속하고 싶고,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싶지만, 종종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마주해야만 하는. 우리의 서글픈 순간을 담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나 봅니다. 이야기를 쓰는 내내.
도저히 물리칠 수 없을 것만 같은 천적이 삶에 등장할 때. 함께 맞설 수 있는 친구가 제게도 찾아오면 참 좋겠습니다. 느닷없이 뱀이 등장했을 때, ‘나’와 함께 맞서 주었던 아기 사자처럼요. 삶에서 한 걸음 내딛어야 할 때 동료가 있다는 건 늘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행여나 (저처럼) 마땅한 동료를 아직 찾지 못하신 분께는 이 책을 건네드리고 싶네요.
아기 사자의 발걸음이 당신과 함께하길.
굴곡의 순간에 그가 당신을 보듬어 주길.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23.01.
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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