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결제의 초특급 전투
자강두천
자강두천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이라는 뜻인대요.
원래는 실력이 있는 각자의 대결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자존심만 내세우는 모양새를 묘사하고 있죠.
이 자강두천이 아주 잘 어울리는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토스와 네이버의 행보입니다.
사실 그동안의 오프라인 결제 시장은 나름 평화적으로 건강한 경쟁의 현장이었습니다.
전통의 VAN사와 그 산하의 POS사들, 클라우드 POS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던 스타트업과 큰 자본으로 자사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 등 치열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름의 페어플레이가 있었죠.
하지만 2023년, 토스가 자체 브랜드 ‘토스플레이스(Toss Place)’를 론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토스는 간편결제 서비스와 POS 시스템을 통합한 솔루션을 앞세워 결제부터 매장 운영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는 기존 POS 시장은 물론, 오프라인 결제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도였습니다.
그리고 2025년, 그 조용했던 전장에 네이버페이가 본격적인 단말기 사업으로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로써 오프라인 결제 시장은 두 빅테크의 전면전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네, 네이버페이는 후발주자입니다. 그리고 전환비용 등을 고려하면 후진입은 분명히 불리하죠.
하지만, 오프라인 결제 시장은 후진입 플레이어에게도 "돈만 많다면"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토스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면 토스가 진입했던 방식이 이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토스가 네이버를 견제하는 이유는, 네이버가 ‘토스가 했던 방식 그대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토스는 초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POS 유통 구조를 과감하게 흔들었습니다.
기존 밴사 및 밴 대리점은 POS 단말기를 먼저 매입한 후, 가맹점에 설치하고 난 뒤에 발생하는 결제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토스는 이 틀을 바꾸며 단말기 ‘실질 보조’라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도입했습니다.
즉, 영업을 진행하는 밴사와 밴대리점에게 실질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 했고 그 결과 "토스의 단말기를 더 많이 깔면, 결제 수수료 외의 토스로부터 도로 얻는 수익"이 생기게 되는거죠
예를 들어, 가맹점에서 월 30건 이상 결제가 발생하면 밴사에 단말기 비용 일부를 환급해주는 조건부 리워드 정책을 시행했고, 그 결과 밴사 입장에선 토스 단말기를 많이 설치할수록 손해가 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전략을 통해 토스는 단기간에 “결제 실적이 검증된 가게”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 참고 : https://byline.network/2025/03/20-438/)
그런데 이 단말기 보급 전략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습니다. 기존 단말기는 철저히 비용 보조와 프로모션을 통해 유지되고 있으며, 매장주 입장에서 언제든 더 유리한 조건이 등장하면 교체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특히 토스의 단말기의 경우 설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구조라, 만약 네이버가 더 파격적인 보조금, 더 낮은 수수료, 더 강력한 온라인 연동 혜택을 들고 나온다면 지금 시장에 깔려 있는 토스 단말기 상당수는 비교적 쉽게 ‘네이버 단말기’로 교체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이는 사장님들은 물론 밴/밴 대리점 모두에게 강력한 유인이 되는거에요.
게다가 네이버는 이미 스마트스토어, 예약, 리뷰, 검색 등 다양한 고객 유입 채널을 갖추고 있으며, 이 채널을 단말기 도입 혜택과 결합시킨다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단순 결제기기 교체 이상의 매출 상승 유인을 제공받는 셈이 됩니다.
토스는 이런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과거 자신이 선택했던 ‘시장 침투 방식’이 지금은 ‘자신의 약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빅매치는 단순한 제품 경쟁이 아니라 정책, 사회적 시선, 여론전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물론 오피셜하게 "발표"된 것은 없지만, 네이버페이가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게 된 뒤로 잠잠하던 시장이 꿈틀이기 시작한거죠.
먼저는 네이버페이가 토스를 따라하고 있다는 여론전을 열었습니다.
네이버페이가 기존 ‘페이스페이’ 사례를 미화하며 새로운 단말기를 홍보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 실적을 과장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먼저 선제 공격을 한 셈이죠.
(관련 기사 :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266194&inflow=N)
그러자 토스의 갑질을 걸고 넘어지는 누군가가 나타났습니다. (누가봐도 네이버겠죠?)
(관련 기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52134936)
"토스가 결제 단말기 설치 대가로 다른 브랜드를 배제했다"는 주장이 핵심인대, SCSpro는 토스로부터 약 15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으며 토스의 단말기 생산에 협력해왔으나, 토스플레이스가 계약 본문에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및 그 계열사와의 거래 금지’ 조항을 추가하자 부담을 느끼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합니다.
해당 조항은 처음 합의한 약정보다 과도한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SCSpro는 이를 무리한 독점 계약으로 판단, 정식 절차에 따라 서면 해지를 진행했지만, 토스 측은 이에 반발해 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죠.
업계에서는 토스가 중소업체를 사실상 하청업체처럼 다루려 한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해당 조항이 공정거래법(거래상 지위 남용, 구속조건부 거래) 또는 하도급법(부당한 경영 간섭)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중인대, 이를 굳이굳이 수면 위로 들어낸 겁니다. 그것도 지금 타이밍에.
두 기업 모두 기술력보다는 프레이밍과 여론의 힘을 빌려 상대방의 입지를 흔들고자 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자강두천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이번 경쟁은 단순히 단말기를 누가 더 잘 팔고 누가 더 많이 깔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제 인프라를 누가 장악할 것인가,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 그리고 소상공인 생태계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플랫폼 전쟁입니다.
이미 카카오페이, 페이코, 삼성페이 등 다양한 플레이어가 이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플랫폼 주도권’이라는 거대한 목적지를 향해 네이버와 토스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업계의 관계자로써는 그저 즐길 뿐입니다.
누가 이기든 상관은 없습니다. 거대 자본, 특히 국내 테크 산업을 주도하는 두 기업의 참전은 "오프라인 시장의 혁신"을 더욱 앞으로 당길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삼성페이를 가져온 것 처럼요)
하지만 그저 바라는 것은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으로만 남지 않는 "치열하고 혁신적인 대결"로 기억되는 25년 하반기가 되었음 하는 것에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