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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이야기#7 : 결제가 되고, 돈이 들어오기까지

정산 참 복잡하다 복잡해.

by 모나미연필

오늘 점심을 먹은 뒤에, 카페에서 "제 카드"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결제했습니다.

결제 성공까지는 단 몇 초. 저는 "결제 완료"라는 메세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멋들어지게 카드를 뽑았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아직 끄덕이실 수 없으실 겁니다. 아직 돈이 지급(정산)되지 않았기 떄문이죠.


그래서 문득 "아 오늘 정산 구조"에 대해서 한번 나눠보면 좋겠다 라는 마음에

이렇게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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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는 끝났는데, 돈은 아직 오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 POS기를 통해 결제를 할 때는 아래와 같은 구조로 결제가 됩니다. (이미 다들 아시죠?!)

POS > VAN > 카드사 > VAN > POS


그리고 업계에서는 해당 절차를 "승인(Authorization)"이라고 부릅니다. (환불은 승인 취소)

하지만 보통의 카드 결제 흐름에서 이 승인 절차는 결제의 자격이 있다. 즉 신용 상 문제가 없다를 확인하는 절차이지 돈의 이동이 실제로 발생되는 과정이 아니게 됩니다. (이는 체크카드 또한 마찬가지)


쉽게 설명하자면

"카드 소유주가 이 금액을 지불할 자격이 있어?"라고 묻는 과정이고, 요러한 과정이 정상적으로 승낙되어 실제 돈 대신 신용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과정이 되는거죠.


여기서부터 매입(매출 확정) → 청구 → 정산이라는 또 다른 프로세스가 시작됩니다.




매입: 매출을 확정하는 순간


승인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가맹점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승인은 단순히 “이 고객이 결제할 자격이 있다”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

실제로 돈이 움직이는 단계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는 그 다음 단계가 바로 매입(매출 확정, Capture)입니다.


매입이란, 간단히 말해 “방금 승인받은 거래를 진짜 매출로 확정해 주세요”라고 카드사에 요청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있어야 카드사는 해당 거래를 정식 매출로 인식하고, 이후 가맹점 정산(입금)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조금 비유하자면,

승인은 “이 자리 예약 가능합니까?”를 물어보는 전화,

매입은 “좋습니다, 그 자리 제가 확정하겠습니다”라는 실제 예약 확정 같은 거죠.


특히 온라인 쇼핑몰이나 항공권 예매처럼 취소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서는,
승인만 먼저 받아두고 실제 매입은 ‘배송 완료’나 ‘탑승 확정’ 시점에 하기도 합니다.

반면 보통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POS로 긁는 대부분의 결제는 승인과 매입이 거의 동시에 처리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결제 시장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눈치채셨을 겁니다.

"어? 승인과 매입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왜 단정짓지? 아닌대?"라구요




매입 청구 방식의 네가지 종류


네네 그렇습니다. 오프라인 방식에서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매입의 한 갈래일 뿐이죠.

그래서 그 매입 방식에 대해서 조금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입니다.

하루치 거래를 묶어서 한 번에 카드사로 전달하는 방식이죠. 안정적이고 처리 비용도 적지만, 실시간성이 떨어져 정산이 늦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이나 전통적인 카드 단말기에서 주로 쓰였습니다.


두 번째는 DDC(Direct Debit Capture)입니다.

말 그대로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곧바로 매입을 잡는 구조입니다. 덕분에 빠른 정산이 가능하고 리스크 관리에도 유리합니다. 다만 시스템 부하가 크고 안정성 관리가 까다롭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처럼 소액·다빈도 업종, 그리고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주로 활용됩니다.


세 번째는 DESC(Delayed Electronic Submission Capture)입니다.

승인과 매입 사이를 일부러 지연시키는 구조인데요, 온라인 쇼핑몰이나 예약 서비스처럼 취소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 적합합니다. 물건 배송이나 탑승이 확정된 이후에 매입을 잡기 때문에 불필요한 매입·취소를 막을 수 있습니다. 대신 매입이 늦어지는 만큼 정산도 지연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오픈마켓, 항공·호텔 예약, 배달앱 같은 곳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마지막은 EDC(Electronic Draft Capture)입니다.

단말기 자체에 거래 내역을 저장해 두었다가 일정 주기마다 카드사로 송신하는 방식입니다.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특히 유리하지만, 송신 전까지 거래가 확정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가 생기면 리스크가 큽니다. 주로 초기 POS/VAN 단말기나 해외 일부 국가, 혹은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사용됐고,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소규모 오프라인 매장은 EDI, 편의점·프랜차이즈와 간편결제는 DDC, 온라인 쇼핑몰과 예약 업종은 DESC, 네트워크 불안정 지역에서는 EDC가 주로 활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드디어 돈이 들어오나?! (매입 이후, 정산)


매입까지 끝나면 카드사는 이제 해당 거래를 ‘진짜 매출’로 인식합니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가맹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정산(입금) 과정이 시작되죠.


그래서 결제 이후의 정산 흐름은 보통 이렇습니다.

승인 → 매입 → 카드사 청구 확정 → 정산


즉, 카드사가 고객의 결제를 청구하고, 실제 돈을 모아 가맹점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결제가 일어난 날을 기준으로 D+3 영업일 전후에 가맹점 통장으로 입금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업종이나 카드사 계약 조건에 따라 D+1, 혹은 더 길게 잡히는 경우도 있음)


그런데 이때 정산액이 100% 그대로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맹점이 받는 금액은 “결제금액 – 수수료”인데, 이 수수료 안에는 여러 주체들의 몫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카드사 수수료 – 결제 인프라와 신용공여(할부, 포인트 등) 비용을 책임지는 카드사의 몫

VAN 수수료 – 가맹점 단말기와 승인/매입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VAN사의 몫

VAN 대리점 수수료(있을 경우) – VAN사의 하위 대리점, 영업점을 통해 계약이 이루어졌다면 추가로 떼어가는 몫


그래서 최종적으로 가맹점이 받는 돈은 "결제금액 – (카드사 수수료 + VAN사 수수료 + 대리점 수수료)"가 되는 셈이죠.




마무리하며

사수 없이 몸빵하던 결제 산업에서의 3년여간...누군가의 랜선 사수가 되어주겠다는 일념 하에 정리를 하고 있지만, 더 이상 가르쳐드릴 것이 없네요(?) ㅎㅎㅎ


사실 결제만 되면 돈이 가맹점에 들어간다고들 흔히 착각할 수 밖에 없는 외부인에서 실제 관계자가 되어보니, 왜 중소상공인들이 힘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인지가 눈에 보입니다.


정산의 과정에서 개입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고 (카드사, 매입사, VAN사, 대리점 등) 각각의 수수료가 빠져나간 뒤 최종적으로 가맹점 계좌에 돈이 들어오게 됩니다. 즉 판매 원가와 매출 - 수익에 대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죠.


문제는 이 돈이 결제 직후 바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빠르면 D+2~3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걸리기도 하는대, 가맹점 입장에서는 매출은 발생했지만 실제 자금 유입은 ‘며칠 뒤’에야 일어나죠. 자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기 어렵고, 매출이 나와도 바로 재투자나 운영비 지출에 쓰기 힘든 구조가 됩니다. 특히 하루하루 현금 흐름에 민감한 소상공인일수록 이 지연은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결국 이 매입 청구·정산 구조 자체가 중소상공인들에게는 불가피하게 자금 압박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장부상 매출은 쌓이지만, 실제 통장 잔고는 비어있는 상황—이 간극이 바로 “결제 산업의 그림자”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지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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