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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Jul 28. 2016

IQ의 함정

사람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똑똑하다


우리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글을 너무 빨리 깨우쳐서 내가 영재인줄 알았다고 하셨다. 초딩때 했던 IQ검사에서 결과가 좋았는지 선생님이랑 얘기도 했다고 하고, 과학영재반에서 공부한 적도 있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학년이 올라가고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나는 영재상에서 점점 멀어졌다.

성적이 탁월하진 않았기 때문인데 그 때 마다 엄마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 노력을.." 하며 속상해하실 뿐이었다.


아주아주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집에서도 딸이 영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셨던걸 보면 영재에 대한 생각은 자녀사랑이 넘치는 부모님께 한번씩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 같은건가보다~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영재와 멀어진(?) 나는 2011년까지 영재라 불리는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영재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사람을 말하는건지 조차 몰랐고 그냥 '똑똑하고 공부 엄청 잘하는 사람들이 영재인가보다~ 걔들은 좋은 학교 가서 탄탄대로의 삶을 살거나 촉망받는 삶을 살겠거니' 생각했던게 전부였다.


그랬던 내가 2011년에 너무나 충격적인 기사를 봤다. '못다 핀 로봇박사' 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적혀있었던 것이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6&aid=0000048799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 1호로서 로봇박사를 꿈꿨다던 학생의 자살사건은 표면적으로는 2011년 서남표 전 카이스트 총장의 정책(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학비를 학점 평점 3.0에서 0.01점 내려갈때마다 6만원씩 토해내게 한 제도,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게 한 정책 등) 때문에 학생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던 사건 중의 하나였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이 기사를 보고 나서 이 학생의 자살 원인을 단순한 개인의 문제만으로 보기엔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과 같은 문장 때문이었다.


... A군은 로봇분야에 관한한 매우 뛰어난 소질과 잠재력을 보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그에게 영어로 미적분학을 수학하라고 지도한 것이 과연 적합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특정분야에 비범한 재능을 보인다고해서 영어강의를 수강할 정도의 수준을 갖췄다는 것은 아니다. 특별 재능을 가진 아이는 그 분야에서만 독특한 능력을 보였을 뿐 타분야는 평균이하일 경우도 종종 있었다. 미국의 유명 영화 감독 스필버그나 발명왕 에디슨 등도 학교 수업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못했거나 부적응자였다고 한다. 빌 게이츠의 경우 하버드 대학을 스스로 중퇴했을 정도였다. 타고난 천재성을 제대로 지도, 관리하지 못하게 되면 그것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를 한국에서 종종 목격한다...



특정 분야에 비범한 재능을 보인다고 해서 영어강의를 수강할 정도의 수준을 갖췄다는 것이 아니다. 라는 문장에서 나는 오래도록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카이스트 학생이니까, 로봇 영재니까 당연히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것이라고 아무 생각없이 생각했던 것이다. 영재들이 신이 아닌데 모든 분야에서 완벽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왜 나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모든 분야에서의 영재성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시선, 학교의 정책, 개인의 압박감이 한데 모여 작용했으리라.


내 딴에는 이 문장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미니홈피에 저 기사를 링크해놓고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충격이 있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커리어 학습코칭 공부를 시작하고나서 가장 즐겁고 재밌게 공부하는 것도 다중지능 이론이고 앞으로 더 심도있게 공부하고 싶은 것도 다중지능 이론이다.



단일지능(IQ)과 다중지능(MI)


전통적인 입장에서 '지능'은 IQ 딱 하나만을 두고 평가한다. IQ는 논리 수학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그래서 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IQ가 높게 나오는 것은 학교에서 논리-수학에 관련된 것들을 많이 배우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런 수업이나 시험을 잘 수행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성적이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어디 논리수학으로만 가능한 일인가...

사람들의 지능 혹은 능력을 논리수학 지능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다양한 잣대로 판단하자- 라는 이론이 바로 다중지능 이론이다. 다중지능 이론은 언어, 논리수학, 음악, 자기성찰, 인간친화, 공간, 자연친화, 신체운동 등 8가지 잣대로 사람들의 지능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지능들은 어느정도 독립성도 가지고 있다고본다.

한분야에 능하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도 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말을 일찍 깨우쳤다는 나는 언어지능이 뛰어나고 학업수행에 필요한 논리수학지능이 약했다고 볼 수 있다.

로봇박사는 논리수학지능은 뛰어났지만 언어지능이 약했던 것인데 IQ만으로는 이런 설명을 하기가 힘들다.


'사람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똑똑하다'는 말이 참 인상깊었다. 논리수학 지능이 높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음악을 잘하는 것도,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곤충을 보고 구별할 수 있는 능력도 모두모두 똑똑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차를 사도 연비나 가격, 디자인 등을 다각도로 보고 평가해서 사는데 사람을 판단 하는 기준이 논리수학지능 딱 하나라면 너무 아쉽지 않은가.


'모든 것을 다 잘 하는 사람도 없지만 모든 것을 다 못하는 사람도 없다'는 말에

격하게 동감하며 열공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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