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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Dec 31. 2020

앙코르는 외치지 않을게요, 2020년.

잘 지내고 다시는 보지 말자 2020년.

해 질 녘 하늘이 예쁠 땐
집안 불을 모두 끄고 아기랑 같이 하늘 구경해요.

노을을 머금은 하늘은 젖은 종이에 물감이 스미듯이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다른 빛으로 물들어가요. 더 깊은 빛으로, 깊은 빛으로 물들다 더 깊어질 수 없을 것 같이 어두워지면 어느샌가 별도 빛나고 있고 달도 빛나고 있어요. 그때 우리는 입버릇처럼 "언제 이렇게 어두워졌지?" 하고요.

우리 삶도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의 모든 순간은 막과 막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자칫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도 있고, 중요한 순간을 놓치는지조차 모를 수도 있어요. 해가 지고 까만 밤이 찾아오면 커튼콜로 내일의 해가 다시 뜨긴 하지만 '오늘'은 앙코르가 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행복한 지금을 모으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올해도 행복의 조각을 여러 개 모았어요.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셀프 피드백에 정면 도전한 것

- 크고 작은 일들을 꾸준히 해보는 경험을 만들었어요. 장기적으로는 넉 달간 눔 완주, 석 달간 매일 글쓰기를 했고, 외국어 공부와 책 읽기도 비정기적이지만 꾸준히 이어왔어요.

꾸준함이 부족한 자신을 탓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목표를 정한 이유가 자기 자신도 납득할만한 이유여야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제 의지는 달라진 게 없지만 내가 이걸 해야 하는 이유와 그 이후 모습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속 리마인드 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와의 다른 점이거든요. 이건 코칭의 원리이기도 해요. 그 원리를 저한테 실험해보고 결과를 얻은 한 해였어요. 작은 성공 경험들을 쌓아 얻은 자신감, 내년에 적용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수확이네요 :)

 개인 코칭을 계속 진행한 것

- 계획이 단순한 계획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실행하게 해줘서 좋았다는 공통된 피드백이 너무 행복했어요.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을 많이 느끼고 배운 것

- 아기와 함께한 1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스펙터클한 시간이었어요. 사랑에도, 미움에도 이런 모습들이 있었구나- 하는 걸 새로 배우기도 했어요. 그리고 아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우리였는데 이제 모든 아기들이 다 예뻐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네요. 그 변화가 꽤 마음에 들어요.


행복한 지금이 모여야 행복한 미래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년에도 미루지 않고 지금, 제 상황에 맞는 행복의 조각들을 모을 거예요.


2020년, 좋았지만 앙코르는 외치지 않을게요.

대신 2021년을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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