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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Dec 28. 2020

육아의 시작과 끝, 옥시토신

출산을 생각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지?

출산을 앞둔 임신 막달에는 고통스러운 표정과 비명으로 가득한 분만실 풍경만 자꾸 상상됐다.


출산 때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은 다름 아닌 호르몬이다.

출산이 임박하면 자궁은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아기를 밀어내는데 이때 수축을 담당하는 것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다. 옥시토신의 힘을 빌려야 나의 육아도 시작이다.


그런데 옥시토신이 출산에만 관여하는 줄 알았더니 육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호르몬이었다.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이라는 애칭도 있는데 스킨십을 통해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애정, 애착관계를 공고하게 한다. 특히 어렸을 때의 스킨십은 안정된 마음밭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이가 스킨십을 필요로 할 때 누구라도 그 필요를 잘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해리 할로우 박사가 진행한 실험이 있다.

어린 원숭이들에게 철사로 만든 딱딱하고 차가운 엄마 원숭이와 헝겊으로 만든 보드라운 엄마 원숭이를 제시하되 철사 원숭이에게서만 우유가 나오도록 했다. 그랬더니 철사 원숭이에게서 우유는 먹지만 그 외 시간은 포근함이 있는 헝겊 원숭이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포스러운 상황이 생겨도 헝겊 원숭이에게 달라붙어 있었고, 새로운 장난감이 제시되었을 때도 헝겊 원숭이와 함께 있으면 무서워는 하지만 탐색해보고 싶어 했다. 


육아에 끝이 어디 있겠느냐만 내 도움 없이도 아이가 스스로 삶을 꾸릴 수 있을 때 까지는 옥시토신의 힘을 빌려 마음밭을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지금이야 매일 아이를 끌어안고 뽀뽀하고 내려놓지 않는 사람이지만 나는 원래 스킨십에 인색한 사람이었다.

스킨십 자체가 어색한 부모님 세대의 자녀로 경상도 버프까지 받아 뭔가 다정한 기운이 보일라치면 몸서리부터 치기 바빴다. 하지만 사실은 나도 격려하는 말, 다정한 손길이 너무나 필요했다는 사실을 20대 후반에서야 깨달았다.


그걸 알고 난 다음 만난 친구와의 연애는 손을 잡고, 꼬옥 안아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따뜻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시간이었다. 체온과 손길의 따뜻함을 알려준 그 친구와 결혼을 했고, 지금 우리는 아기에게 그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 가졌던 스킨십에 대한 인식으로 아기를 키웠다면 지금처럼 아기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우선 배우자(파트너)와의 스킨십은 어떤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스킨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은 어떻고

상대방이 스킨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은 어떤가?

우리가 주고받는 스킨십의 모습이나 횟수는 어떤가?

스킨십을 통해 받는 느낌은 어떤가?내가 원하는 스킨십은 어떤 모습인가?


스킨십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이런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손을 잡는다.

가장 간단하고 고작?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가장 강력한 스킨십일 수 있다. 처음 파트너와 손이 스쳐 전기를 느꼈을 때를 떠올린다면.

길을 걸을 때, 잠들기 전, 그냥... 어디에서나 가능하니 시도해보기 좋다. 그런데 갑자기 손잡기가 너무 어색하다면 하이파이브를 추천하고 싶다. 손을 부딪치는 것부터 자연스럽게 만든 다음에 하이파이브 한 손을 잠시 잡고 있는 것으로 스킨십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파트너가 앉아있을 때 등 뒤를 가볍게 토닥여준다.

팔짱을 낀다

만나고 헤어질 때 가볍게 포옹한다


스킨십은 엄마 아빠를 믿고 세상에 온 아기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온기이다. 엄마 아빠가 먼저 스킨십을 통해 온기를 경험하고 아기에게 나누어준다면 그 따뜻함은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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