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오후 산책하다가 떠오른 느낌을 글로 적어보았다. 내 나이가 늦가을 즈음이라 그런지 들풀하나도 쉬이 지나치지 못한다. 바쁘게 지나온 날의 끝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글로 풀어내니 한결 가벼워졌다.
들길을 걷는다.
저녁 햇살 한 자락 붙들고
서리 맞은 풀잎이 시난고난하고 있다
삶이 매양 봄날만은 아니었다.
뙤약볕을 피해 나무 그늘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조그만 나무를 겨우 찾아 의지하며 살았다.
그 좁은 그늘마저 행여 사라질세라
편히 잠든 날이 없었다.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려고
서투른 촉수를 곧추세운 채
그저 살아왔을 뿐이다.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세월이 흘렀다.
가둬 둔 침묵을 꺼내지 못하고
핏줄이 말라가는 들풀은
이제 아무런 부피감도 없다
나의 모진 지난날 같아서
쉬이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나를 남겨두고 오는 들녘에
마른 잎새 하나가
빙그르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