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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May 31. 2016

두 번째 유럽, 프롤로그  

퇴사를 결심했다. 내가 유럽으로 다시 떠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지난 2011년 프랑스에서 어학연수를 마치며 이곳에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다. 노트르담 성당 앞 포인트 제로에 서서 빙그르르 돌며 다짐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조만간 다시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당연히 예상은 빗나갔다. 나는 프랑스는커녕 유럽의 다른 나라에 조차 가지 못 했다. 그렇게 5년 동안은 어디에 가지도 못 하고 꼼짝없이 붙들려 있었다. 유럽을 간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처음에는 경비가 부족했다. 어렵사리 취직을 했더니 시간을 내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았다. 취직을 했고 주말도 공휴일도 낮, 밤도 없이 일만 했다.




햇수로 3년 동안 일을 하면서 건강도 당연히 안 좋아졌다. 주변에서 죽지 않는 게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렸다. 몸은 당연히 안 좋아졌고 스트레스는 날로 늘어가 정신적으로도 버거웠다. 스스로 한계에 부딪힐 정도로 밀어 붙이면서 일을 하다 보니 결국 극한에 다다랐다.


지난여름 처음 그만두겠다고 말을 꺼냈다. 회사는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제시했고 일단락 됐다. 시간이 흐른 뒤 업무량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두 번째 퇴직 희망에도 붙잡혔다. 주변 친구들은 나를 대신해서 가슴을 치며 답답하다고 했다. 나 또한 답답했다. 회사에서는 퇴사를 극구 말렸다. 지난 2월 말, 드디어 퇴사가 성사됐다. 두 번의 만류가 지지부진했다면 이번에는 일사천리였다.

내일까지만 하고 그만해라.


다음 날은 자택근무였기에 나는 2월 마지막 전 날, 퇴근시간 30분 전에 통보를 받았다. 급하게 짐을 정리하고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택시에 올랐다. 시원섭섭한 줄 알았는데 막상 그 날의 기억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평범한 보통날 같았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쉬고 급작스럽게 유럽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또 5년 정도를 기다려야 될 것 같았다. 마냥 행복할 줄 알았고 즐거울 줄 알았다.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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