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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May 18. 2017

미적지근한 온도

여전히 내려갈 줄 모르는 복잡한 온도

미적지근한 온도, 우주를 떠도는 기분, 깊은 수면 속에 잠긴 기분. 우주를 떠도는 기분은 아마도 노래 가사 일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수면 속에 있는 기분 사이에서 고민하는 척했다. 한참을 멍 때리다 결국은 우주를 떠도는 기분 미적지근한 온도로 결론 내렸다. 


날씨는 조금 습하고 약간은 더운 상태다. 덥지도 그렇다고 쾌적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미적지근한 온도다. 그래서 짜증이 난 걸까. 이따금씩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조용하다. 가만히 집중하고 있으면 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적이다. 선풍기가 웅웅 거리는 소리가 추가되었다.


기분이 언짢은 건 당장 지금부터 시작된 건 아니었다. 차곡차곡 누적이 되어서 이렇게 된 걸까. 무언가 딱 하나 꼬집어 기분이 나쁘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쌓여왔다.


1.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다. 누군가 어려움을 토로하고 진심을 다해 나아갈 수 있는 방향과 위로를 담아 건넨다. 그 위로가 구구절절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긴 문장으로 담겨있다. 그래도 돌아오는 말을 보고 있으면 맥이 빠진다. 그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안다. 그래도 예의상 건네는 말에 공감을 하지 못한다. 피로해져서 차단 버튼을 누르고 싶다.


2.

스스로가 구질구질하다. 쿨하게 살고 싶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 절박한 상황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구질구질하다. 돌아오는 말로 인해 내 머릿속을 쓸데없는 생각들이 잠식하고 있다. 당사자는 잊었을지라도 나의 시간을 좀 먹듯이 살금살금 잠식하고 있어 기분이 안 좋다. 


‘잊어버려’라고 수없이 되뇌고 있지만 잊지 못하고 그 기억 속에 갇혀 있다. 반복하지 말아야지라고 했지만 어느새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구질구질해져 앞서의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스스로가 싫다.


3.

이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없으며 기승전결도 없다. 그저 나를 서서히 잠식하는 미적지근한 온도를 떨쳐 내기 위해서 쏟아내는 것이다. 그나마 수많은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렇게 글을 써놓고 서랍장에 담아두면 잊힌다는 것이다. 얼마나 잊힐지 얼마나 온도가 내려갈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이 불쾌한 온도는 가실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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