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마음에 들지만 우리는 이 돈 줄 수 없어요
들어가기에 앞서 모든 회사가 이렇지는 않습니다.
어렵사리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고 면접을 보러 간다. 면접시간 4시간 전부터 준비는 시작된다. 예상 질문과 답을 연습하고 경력사항을 최대한 축약해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정리한다.
불편한 복장으로 꽤 먼 거리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다. 안다, 면접시간은 길어야 30분이라는 것을. 어색한 미소와 빳빳한 자세를 유지하고 문을 연다.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용기를 내 ‘면접 보러 왔습니다’라고 말을 건넨다.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이 전해지고 어색한 시간이 흐른다. 담당자가 이력서를 들고 나오고 회의실로 향한다.
어색한 인사와 동시에 나를 최대한으로 강렬하게 전할 수 있는 자기소개를 한다. 인사 담당자의 표정은 알 수가 없다. 이력서를 훑으며 경력 사항에 대해 물어본다. 유사한 회사의 업무이기 때문에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음을 최대한 어필한다. 겪어보면 실제로도 유사하다.
인사 담당자는 회사의 업무에 대해 말하며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미 이력서에 다 적어 놓았지만 읽지 않은 것이 느껴지므로 나는 다시 한번 이력서를 강조하며 대답한다.
경력사항에 대해 자세하게 묻지만 속된 말로 ‘후려치기’가 시작된다. 경력사항이 매우 마음에 들어 일을 시작하는데 무리는 없지만이 연봉을 줄 수 없으니 어떻게든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경우 다양한 딜이 들어온다.
30여분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심각한 표정이 드리워진다. 다수의 면접 경험으로 직감이 왔다. ‘연봉’ 협상의 시간이다. 내가 차근차근 쌓아온 경력들은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최근에 들었던 말 중 가장 직설적이었던 말은 ‘솔직하게 말할 게요. OO 씨가 마음에 드는데 우리는 이 돈 줄 수 없어요. 우리는 야근도 많아요’였다. 아 물론, 야근수당은 없다. 식비도 지원 안 된다.
솔직해서 고맙기보다는 뭐가 이렇게 당당한 거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면서 일은 배로 시킨 단다. 면접은 합격했으나 가지 않았다.
그다음 회사들도 유사한 패턴으로 돌아갔다. 경력이지만 신입으로 들어가야하며 돈은 많이 줄 수 없다. 트렌드가 솔직하게 돈 못 주는 것으로 바뀌어 가는 건가 잠시 혼란스러웠다.
어쨌든 또다시 중고 신입으로 회사에 출근하게 됐다. 그리고 역시나 이전 회사에서 배운 것들을 알차게 업무에 적용해 가고 있다.
‘경력이지만 너는 신입이다’ 이 딜레마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물론 이건 모든 회사에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 곳도 분명히 존재했다. 비슷한 사례를 묶어 놓아서 그리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