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네거리, 어느 2층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있었다. 비가 내리던 날이었고, 시간은 오후 네 시에 가까웠다. 먹구름에 가려진 하늘은 분명 어두웠는데, 갑자기 바깥이 환해졌다.
김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 동아일보 건물 외벽에 붙은 대형 스크린 때문이었다. 가로세로 8×2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크기. 흐린 날의 하늘이 단숨에 밝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눈이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궂은 날씨에도 노트북을 들고 나온 나는 광화문 광장의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2층에 자리가 나서 대로변이 내려다보이는 쪽에 앉았다.
그리고 또다시, 아직 여섯 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바깥이 밝아졌다. 이번에는 세종대왕 동상 옆, 새로 지은 KT 건물 외벽에 붙은 두 개의 대형 스크린 때문이었다. 10미터는 훌쩍 넘어 보이는 사각형 화면 두 개가 저녁 시간을 대낮처럼 번쩍이게 만들고 있었다.
조용히 앉아 작업을 하고 싶었던 내 마음 따위는 그 빛 앞에서 아무런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예전엔 이런 대형 스크린은 건물 옥상에나 있던 물건이었는데, 기술이 발달하니 이런 풍경도 일상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예전에는 대형 스크린이 건물 옥상에나 붙어 있었다.
이제는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생각이 머무를 틈을 허락하지 않는 방식으로 들어와 있다.
그날은, 너무 크고 너무 밝은 대형 스크린들이 괜히 미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