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기후위기와 뮤지엄
우리는 지금까지 뮤지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펴봤어요. 그동안 많이 언급된 문구 중 하나는 “지속가능한” 인데요, 뮤지엄계에서는 뮤지엄이라는 공간의 영속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고민을 해오고 있어요. 크게 지금의 건물이 미래에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를 고민하거나, 지금부터 지속가능한 뮤지엄 건축물을 만들어나가는 고민으로 나눠볼 수 있어요.
사실 기후위기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어왔기에 이전 레터에서 언급했던 친환경건축 인증제도(LEED)를 도입하는 등의 노력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되어왔죠. 지속가능한 뮤지엄이 되기 위해 뮤지엄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넘어 뮤지엄 건축물 자체에서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엔 뮤지엄의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해요!
미국 내에서도 친환경 도시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골든 게이트 공원 내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인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는 LEED*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한 뮤지엄이에요. 1853년에 설립된 이 박물관은 2008년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에 의해 재탄생했어요. 이 뮤지엄은 다양한 부분에서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고 있어요. 단열재로 입다 버린 청바지를 활용하기도 하고 기존 박물관의 콘크리트와 철을 재활용하여 건축재료 소비를 줄이기도 했죠. 또한 넓은 지붕을 녹지화하기 위해 다양한 조경업체와 협업해 30종이 넘는 자생 수종을 지붕에 심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진행해왔어요. 이 프로젝트는 캘리포니아 지역 내의 자생 수종을 보호하는 효과를 도출하기도 했다고 해요. 또 폐야자섬유로 제작한 바이오 트레이를 사용해서 이 트레이가 생분해되면서 묘목들과 토양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죠. 이 녹지화가 더 부각되었던 이유는 여름철 실내 기온을 10도 가까이 감소시키고, 45db의 소음 저하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에요.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게 목표라고 하네요.
*LEED: 자연친화적 빌딩·건축물에 부여하는 친환경 인증제도로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 Green Building Council, USGBC)에서 시행하고 있다. 등급은 Platinum-Gold-Silver-Certificated 순서이다. (지난 이야기 참고)
네덜란드 마스강과 바스강이 합쳐지는 곳에 위치한 비스보쉬 뮤지엄아일랜드는 섬 전체가 습지로 이루어진 하나의 국립공원이에요. 지난 2015년 이곳의 뮤지엄을 네덜란드 디자인 회사가 공원의 생태적 개념을 접목시켜 친환경뮤지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고 해요. 강과 강사이의 습지에 자리한 뮤지엄인만큼 주변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기존의 건물 지붕에 잔디와 허브를 심어 만들어진 녹색지붕은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와 마찬가지로 식물의 자생과 더불어 단열에 효과가 있는데요. 그래도 추울땐 주변 버드나무를 원료로 활용한 바이오매스 스토브**로 내부 온도를 올리기도 해요. 또 뮤지엄 주변의 자생 버드나무들을 통해 폐수를 정화하고, 정화한 그 물을 뮤지엄에서 사용하며 내부 오염 발생을 최소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비스보쉬 뮤지엄은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주변 자원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바이오매스 스토브: 식물, 음식물 쓰레기, 축산 분뇨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원을 활용한 난로
서울시에 이런 뮤지엄이 있었다니 조금 생소하죠?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2012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에너지 자립 공공건축물이에요.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기후변화 시대의 주거와 건축문화 변화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다양한 기후위기와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전시와 체험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제로 에너지 건축이란 건물에서 외부로 유출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공급하는 건축을 말해요. 이 뮤지엄 또한 건물 내부에서 사용되는 냉난방의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건축되었는데요. 전체적으로 바람개비 모양인 이 건물은 외벽을 비스듬하게 만들고 흰색 인조대리석을 붙여 태양빛의 60% 이상을 반사하여 더위를 피하고, 에너지를 최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디자인되었어요. 또한 1년 내내 10~20℃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땅속 온도의 특성을 이용해서 지열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할 수 있도록 해 매년 117kW의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해요. 사용 후 남은 전력은 한국전력에 판매한다고 하니, 에너지 효율의 극대화를 넘어선 구조로 볼 수 있어요.
2016년 리우 올림픽에 맞추어 개관한 내일의 뮤지엄은 스페인의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 트라바(Santiago Calatrava Valls)가 건축한 뮤지엄으로 건축설계부터 친환경을 고려하여 주목받았어요. 바다로 뻗은 덱이 마치 자연사 박물관에 위치한 공룡의 뼈대 같아 보이죠? 이 구조는 태양열 판으로 에너지를 40%가량 절약할 수 있다고 해요. 바다 근처에 위치한 만큼 쿨링 시스템을 통해 해저에서 끌어올린 바닷물로 대체 에너지를 생산해서 뮤지엄의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 뮤지엄을 설계한 산티아고 칼라 트라바는 미래의 예술이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알리기 위해 ‘내일의 뮤지엄’ 이란 이름을 붙였는데요, 건축가의 건축 이념을 담은 뮤지엄의 이름이 미래를 위한 친환경 건축과 조화를 이룬다고 볼 수 있겠죠.
앞서 살펴본 뮤지엄들은 새로운 건축물을 통해 지금부터의 지속가능성을 관람객들에게 제안하고 있어요. 하지만 현존하는 많은 뮤지엄들이 건물을 새로 지을 수는 없겠죠? 프라도 미술관은 2015년 보수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 친화적인 디자인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기존에 유럽은 할로겐 조명을 사용해 작품 전시를 해왔는데요, 수명이 짧은 할로겐 램프는 지속적인 폐기물 발생의 원인이 되어왔죠. 프라도 미술관은 Iberdrola Foundation***과 협력하여 Iluminando el Prado(lighting up the Prado) 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기존의 할로겐 조명을 LED조명으로 바꿔나가는 작업이었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작품손상을 20%가까이 줄이고 에너지 비용을 연간 74% 가까이 절감하고 CO2 배출은 320톤 가량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해요. 또 기존의 할로겐 조명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작품의 배경 세부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하니, 일석 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었죠.
***Iberdrola Foundation: 170년가까이의 역사를 둔 스페인의 다국적 전력회사의 재단으로 에너지 관련 연구, 문화개발, 문화유산 보존, 기후변화 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지원하기도 한다.
J. 폴 게티 미술관이 위치한 게티센터는 친환경, 그리고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LEED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2000년대 초반 경제사정 악화가 LEED인증을 준비하게된 배경이라고하니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죠? 2005년 신축이 아닌 건물로는 미국 최초로 LEED 인증을 받았고, 2008년 건물 내부의 배수 시스템과 조명 시스템 교체, 녹색지붕 설치하고 내부로는 사무용품과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실버인증을 받게 돼요. 이렇게 친환경 뮤지엄이 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의 게티센터는 그 전과 비교했을 때 무려 연간 50만 불의 비용을 절약하고 있어요. 뮤지엄은 궁극적인 목표로 친환경, 지속가능한 건축을 지향해야 하지만, 게티센터처럼 경제적인 이유로도 친환경 건축을 지향하고 있다는건 우리가 지속가능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해요.
앞선 사례들을 통해 뮤지엄의 친환경 건축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먼뮤는 몇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여러분도 혹시 발견하셨나요?
먼저 신축 뮤지엄들은 재활용에도 중점을 두고 있지만, 자체 에너지 생산, 에너지 재생의 기능을 하는 곳이 있었어요. 자원 수요를 줄이는 것은 지속가능성의 시작이지만, 건물이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을 생산한다면 뮤지엄 자체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에 에너지를 환원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어요. 또 기후와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요. 주변의 바람을 활용하거나, 열에너지를 활용하거나, 심지어 녹지화 작업까지! 자연친화적인 모습의 뮤지엄이 나타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어요. 또한 단열재 강화 및 채광활용 등을 통해 내부에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어요.
전시와 교육, 다양한 프로젝트를 넘어서 건축 같은 근본적인 구조까지 “지속가능성”을 위해 뮤지엄이 노력하고 있는 모습 잘 살펴보셨나요? 새롭게 지어지는 뮤지엄에 친환경 건축이 점점 더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죠. 사실 기존의 뮤지엄들이 환경을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건축과 관련해 새롭게 나아가기엔 아직까진 어려운 점이 많기에, 신축 뮤지엄들의 사례가 대다수였는데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위해 발생하는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친환경뮤지엄이 비용절감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점점 더 명백해지고 있어요. 이렇게 친환경 건축이 보편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뮤지엄의 지속가능한 건축은 환경과 우리 삶이 가까이있음을 보여주는 중간다리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REFERENCES
・김태한, 이주희, 김철민. (2013). 현대건축경향에 입각한 건축물녹화시스템 유형의 열적물성치에 관한 연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13권 제1호, 65-74.
・museudoamanha.org.br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6/73017?per_page=1&sch_txt=
・https://seoulsolution.kr/ko/content/3351
・https://lledogrupo.com/en/portfolio/seeing-the-museo-del-prado-in-a-new-light/
・https://www.gokams.or.kr/webzine/wNew/column/column_view.asp?idx=804&page=20&c_idx=88&searchString=&c_idx_2=
・https://blooloop.com/sustainability/in-depth/sustainable-museums/
・http://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0752
・https://www.iiconservation.org/content/excerpts-%E2%80%9Cbuilding-environmentally-sustainable-san-francisco-museum-modern-art%E2%80%9D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5/dec/17/museum-of-tomorrow-rio-de-janeiro-brazil-sustainability
・https://www.greenroofs.com/projects/california-academy-of-sciences-cas-living-roof/
・http://www.mediterraneangardensocietyarchive.org/55-agm1.html
・www.calacademy.org
・https://seouledc.or.kr/
・https://museudoamanha.org.br/
・https://biesboschmuseumeiland.nl/
・https://www.ytn.co.kr/_ln/0128_201708312024355226
・https://www.dezeen.com/2015/12/04/museum-netherlands-grass-roof-studio-marco-vermeulens-island/
・https://www.watermuseums.net/
Copyright©MONDAYMUSEU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