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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뮤지엄에서 맛보는 지속가능성

시즌 2 기후위기와 뮤지엄

뮤지엄에서 맛보는 지속가능성


 최근 인스타그램 SNS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곳들이 있는데요, 바로 뮤지엄 속 카페나 레스토랑이에요. 인스타그래머블한 콘셉트와 인테리어로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그 뮤지엄 내 카페에서도 기후행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플러스 알파의 기능을 하는 뮤지엄 편의시설

 사람들의 여가 활동 욕구가 다원화됨에 따라 현대의 뮤지엄은 문화 활동으로서의 공간적 기능뿐 아니라 쇼핑 및 휴게시설과의 연계를 통해 복합 여가시설로 변모하고 있어요. 여가를 즐기기 위해 뮤지엄을 방문한 관람객은 관람하는 동안 보행에 따른 육체적 피로와 오랜 시간 높은 주의력을 유지하며 생기는 정신적 피로를 느끼게 돼요. 이러한 피로를 ‘박물관 피로(Museum Fatigue)’라고 하는데요, 이때 카페나 식당, 실외 정원 같은 휴게공간은 관람객의 지속적인 관람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뮤지엄의 편의시설과 서비스는 관람객 유치에 중요한 요인이 돼요. 편의시설을 통해 관람객은 환대받고 있다는 느낌 또는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계속해서 뮤지엄을 찾고 다른 이에게 뮤지엄을 권할 수 있게 해요. 또한 편의시설은 뮤지엄의 대외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하고, 뮤지엄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주기도 해요.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가 있는 레스토랑을 갖춘 뮤지엄과 테이크아웃 햄버거를 판매하는 카페테리아를 갖춘 뮤지엄은 타깃 고객층이나 이미지가 조금 다를 수 있겠죠.


2020년 기준 국내 미술관 항목별 수입 현황

 이러한 편의시설은 뮤지엄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해요. 대부분의 뮤지엄이 독립적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정부 혹은 여러 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어요.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미술관 수입액의 7.5%가 기타 사업 수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술관 수입액에서 공공 또는 민간 지원금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예요.

 정리하자면 뮤지엄의 편의시설은 관람객에게 휴식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해 재방문율을 높이고, 뮤지엄의 수익 창출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에요.


기후행동도 촉구하는 뮤지엄 식음공간

 여러분은 뮤지엄 내 카페나 식당을 자주 이용하시나요? 최근에는 정말 많은 뮤지엄이 내부에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식음공간을 갖추고 있어요. 하지만 길고 긴 뮤지엄의 역사에서 뮤지엄에서 음식을 제공한다는 개념이 생긴 것은 약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최초로 뮤지엄 내 카페를 연 박물관은 영국의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 V&A)이에요. “리프레쉬 룸(Refreshment Room)”이라고 불린 이곳에서는 차와 빵 또는 따뜻한 음식을 제공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본격적으로 뮤지엄을 비롯한 여러 문화 기관이 케이터링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가 들어서라고 해요. V&A를 포함한 13개의 영국 문화 기관에 케이터링을 제공하는 Benugo(베누고)의 설립자 벤 워너(Ben Warner)는 “오늘날 뮤지엄 카페는 뮤지엄 경험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지난 10번째 레터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뮤지엄의 모든 공간은 뮤지엄이 전달하고자 하는 비전이나 메시지를 담아야 해요. 최근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는 뮤지엄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메시지를 식음공간에 담는 뮤지엄 또한 증가하고 있어요. 사용하던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는 것부터 예술가, 요리사, 농부 등 여러 관계자와 협업하는 방법까지 뮤지엄 카페의 기후행동의 실천방법은 다양해요. 영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2010년대 초부터 이러한 기후행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최근에 이루어진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려고 해요.


도전, 제로 웨이스트! 호니먼 카페

호니먼 카페(Horniman Café) 전경 ©Horniman Museum and Garden

 런던 남부에 위치한 호니먼 뮤지엄(Horniman Museum and Garden)의 카페지속가능성을 개선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호니먼 카페(Horniman Café)는 공정무역 커피와 차, 현지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판매해요. 식재료도 유기농 우유와 방목 계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포획된 생선, 현지 농장의 고기를 사용하죠. 이러한 식재료는 중간 유통 단계나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아 푸드 마일리지*나 탄소발자국**이 적어요. 전체 메뉴의 반 이상이 비건 또는 채식 요리이고, 붉은 고기의 사용량도 점차 줄여나가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발생하는 모든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화해 정원에서 사용해요.


*푸드 마일리지는 먹거리가 이동하는 거리를 뜻해요. 즉, 농축수산물이 산지에서 생산되어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이동한 거리예요.

**탄소발자국은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예요.

페트병 생수를 대체하는 호니먼 카페의 캔 생수(Cano Water) ©Horniman Museum and Garden

 이렇게 다양한 기후행동 중에서 호니먼 카페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제로 웨이스트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2018년 7월, 호니먼 카페는 일회용 커피컵과 샌드위치 포장지, 빨대 등의 제품을 플라스틱이 아닌 폴리락트산(Poly Lactic Acid, PLA)으로 대체했어요. 폴리락트산은 식물성 설탕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퇴비로 사용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도 곳곳에 전용 수거함을 만들어 이를 퇴비로 활용하고 있죠. 또 2019년 4월부터는 페트병에 든 생수 대신 캔에 들어있는 물을 판매하고 있어요. 알루미늄 캔 역시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일회용품이지만, 다시 재활용되는 비율이 매우 높아 더 지속가능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캔 생수의 도입으로 호니먼 뮤지엄은 연간 2만 4천 개의 페트병 사용을 줄일 수 있었어요.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하여! ≪Becoming CLIMAVORE≫

음식을 매개로 다학제적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쿠킹 섹션스의 멤버 다니엘 페르난데스 파스쿠알(왼쪽)과   알론 슈와베(오른쪽) ©Ruth Clark

 호니먼 뮤지엄을 통해 기후행동에 앞장서는 단일 뮤지엄 차원의 노력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이번엔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뮤지엄의 노력을 살펴봐요. 2021년 터너상(Turner Prize) 후보로 선정된 쿠킹 섹션스(Cooking Sections)는 영국 내 21개 뮤지엄 레스토랑과 협력해 메뉴에서 양식 연어를 없애고 더 친환경적인 해산물이나 해초를 사용한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Becoming CLIMAVORE***≫를 진행했어요.


***Climavore는 가뭄이나 수질 오염 등 현재의 환경적 사건을 고려하여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가리켜요.

 ©Cooking Sections

 우리는 일반적으로 연어를 분홍색 또는 붉은빛을 띠는 밝은 주황색이라고 생각하지만, 양식 언어의 살은 회색이에요. 우리가 떠올리는 ‘연어색’을 만들기 위해 양식 연어에게 합성안료를 섞은 사료를 급여해요. 쿠킹 섹션스는 <Salmon: A Red Herring>에서 변화하는 연어의 색을 통해 환경오염을 가시적으로 표현했어요.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연어는 양식 연어예요. 대부분의 양식업이 해양 오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연어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해요. 양식에 필요한 플라스틱 어구는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 되고 연어의 배설물은 주변 해양까지 오염시켜요. 또한 좁은 양식장에 갇힌 연어는 서로 바다이(sea lice)를 전파하죠. 이로 인해 양식 연어는 빈혈이나 심장병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양식업자는 양식장에 다량의 살충제와 화학약품, 항생제를 풀어요. 실제로 2019년 국내에 유통되는 양식 연어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돼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죠. 글로벌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WWF)은 화학물질 투입으로 인한 해양 오염과 인체 건강 피해, 야생 동물에게 바이러스와 기생충 전파, 양식장에서 탈출한 연어에 의한 생태계 교란 등을 연어 양식업이 발생시킬 수 있는 환경문제로 꼽았어요.

≪Becoming CLIMAVORE≫를 통해 개발된 해초가 든 랩과 샐러드 ©The Holburne Museum

 ≪Becoming CLIMAVORE≫의 첫 번째 단계는 양식 연어를 뮤지엄 레스토랑에서 퇴출하는 거예요. 테이트(Tate)와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홀번 뮤지엄(The Holburne Museum) 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뮤지엄은 메뉴에서 양식 언어를 빼고, 해초가 든 랩과 샐러드 등을 판매했어요. 더 나아가 서펜타인 갤러리의 레스토랑인 The Magazine은 해양생태계 복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밧줄양식으로 키운 홍합을 사용한 스튜와 구운 콜리플라워 등 Climavore 요리를 정식 메뉴로 채택했어요. 이외에도 많은 뮤지엄 레스토랑이 자신만의 Climavore 메뉴를 개발해 선보였어요.

 이후 ≪Becoming CLIMAVORE≫는 이탈리아에서도 진행되었어요. 이탈리아에서는 팔라초 델레 에스포지오니(Palazzo delle Esposizioni)의 카페에서 시작되었으며, 현재 Climavore 철학을 함께 실천할 다른 뮤지엄이나 문화재단 등을 찾고 있어요.


국내 뮤지엄, 너희도 할 수 있어!

‘매장 내 일회용품 금지’ 안내문을 붙이고 있는 모습 ©광주광역시북구청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4월 1일부터 카페와 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의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제한되었어요. 다시 말해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접시, 일회용 식기 등을 사용할 수 없어요. 2022년 11월 24일부터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또한 사용할 수 없다고 해요. 뮤지엄 내 카페와 식당에도 적용되는 내용이에요. 물론 이는 뮤지엄 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치는 아니에요. 하지만 국내 뮤지엄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루어진 편의시설을 통한 기후행동의 첫발자국을 떼는 시도가 될 수 있어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동물권이나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채식, 제로 웨이스트, 로컬 푸드 등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의 규모도 늘어나고 있고, 개인적으로 텀블러 사용하기, 빨대 사용하지 않기, 육류섭취 줄이기 등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어요. 이제는 국내 뮤지엄에서도 자체적으로 식음공간에서의 기후행동을 실천해야 할 때예요.





REFERENCES

김정민, 안진근, 김주연. (2018). 국립박물관 휴게공간의 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디자인학회논문집, 13(2), 183-196.

예술경영지원센터. (2021). 2021 미술시장조사(2020년도 기준).

정소영. (2012). Museum 운영 활성화 방안 연구 -편의시설을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경기도.

Stephen, A. (2007). The Contemporary Museum and Leisure: Recreation As a Museum Function, Museum Management and Curatorship, 19(3), 306-307.

김규아. (2021.07.05). 아르헨티나, 연어 양식 금지하는 최초 국가, 비건뉴스, https://www.vegannews.co.kr/news/article.html?no=11218

김나윤. (2022.03.08.). 홍합 양식 '일석이조'...해안생태계 복원하고 식량자원도 해결, 뉴스트리, https://www.newstree.kr/newsView/ntr202203070006

Rachel Moss. (2021.10.14.). Becoming 'Climavore': Why Eating With The Planet In Mind Is The Diet You Need, HuffPost UK, https://www.huffingtonpost.co.uk/entry/how-to-eat-sustainably-climavorediet_uk_6166ee81e4b028316c9057b2

Why the Museum Café Provides a Unique Opportunity for all Visitors. (2019.06.03.), ELEPHANT, https://elephant.art/ode-museum-cafe-spaces-essential-museum-experience/

http://www.cooking-sections.com/

https://www.climavore.org/

https://www.horniman.ac.uk/

https://www.holburn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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