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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NFT와 환경, 그리고 뮤지엄

시즌 2 기후위기와 뮤지엄

NFT와 환경, 그리고 뮤지엄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며 NFT 시장은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댑레이더(DappRadar)에 의하면 지난해 NFT 거래액은 약 29조 8000억 원으로, 약 1135억 원이었던 2020년 대비 200배 넘게 증가했어요. 그러나 NFT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어요. NFT 시장이 커질수록, NFT 작품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환경오염에 대한 이슈가 따라붙기 때문이죠. NFT라는 혁신적인 기술 뒤에 숨겨진 이면, 우리 함께 살펴보도록 해요.


점점 커지는 NFT 미술 시장

ⓒMo on Unsplash

 재작년과 작년,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가 NFT 아트 시장에 진출하며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어요. 크리스티는 2020년 10월, 영국의 아티스트 벤저민 젠틸리(Benjamin Gentilli)의 NFT 작품 <블록 21(Block 21)>을 약 1억 5000만 원에 낙찰시켰어요. 그리고 그 다음 해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 만든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을 약 785억 원에 낙찰시키며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답니다.

블록21의 낙찰을 알리는 크리스티 경매 공식사이트 ⓒChristie’s

 소더비 또한 2021년에 디지털 아티스트 팍(Pak)의 NFT 작품 <더 펀저블(The Fungible)> 컬렉션 경매를 통해 NFT 미술시장에 손을 뻗었어요. 해당 컬렉션은 한화 약 188억 원에 판매되었죠.

 여기에 필립스(Phillips)까지 가세하며 NFT 미술시장의 판을 더욱 키웠어요. 필립스는 2021년에 ‘매드 도그 존스(Mad Dog Jones)’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캐나다 디지털 아티스트 미카 도우박(Michah Dowbak)의 <리플리케이터(Replicator)>를 경매에 내놓았고, 작품은 한화 약 46억 원에 낙찰됐어요.


NFT 시장에 뛰어드는 전 세계 뮤지엄

 전 세계 뮤지엄 또한 너 나 할 것 없이 NFT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뮤지엄(The State Hermitage Museum)은 소장품인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마돈나 리타(Madonna Litta)> 등의 작품을 NFT화해 판매한 바 있어요.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뮤지엄(Belvedere Museum)은 2021년,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Kiss)>를 10,000개의 NFT 조각으로 한정 발매했죠.

오픈씨(Opensea)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온 클림트의 키스 NFT ⓒOpensea

 올해 1월에는, NFT 작품을 전문적으로 선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세계 최초의 NFT 전문 뮤지엄인 ‘시애틀 NFT 뮤지엄(Seattle NFT Museum)’이 개관했어요. 뮤지엄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NFT 작품을 관람할 수 있어요. 시애틀 NFT 뮤지엄의 주목할 만한 전시로는 지난 4월, 기후 비영리 단체와 협력하여 기후위기를 조명하는 전시 《The Climate Conversation》을 꼽을 수 있어요. 전시에는 대량 에너지 소비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의 NFT 작품들이 소개됐죠.

ⓒSeattle NFT Museum

좌: 《The Climate Conversation》 전시 포스터 / 우: 시애틀 NFT 뮤지엄에서 전시를 관람 중인 관람객


 시애틀 NFT 뮤지엄 설립자인 제니퍼 웡(Jennifer Wong)은 “NFT 및 블록체인 거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뮤지엄이 이 주제에 참여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이번 전시회는 대체 블록체인, 기후 영향 유틸리티, 그리고 기후 인식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라고 밝혔어요. 뮤지엄에서 NFT 작품을 통해 기후위기 담론을 형성하고자 한 것이죠.

 영국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은 지난해 9월 프랑스 NFT 마켓플레이스인 라컬렉션(LaCollection)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NFT 서비스를 제공해왔어요. 가쓰시카 호쿠사이(Katsushika Hokusai, 葛飾北斎)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의 유명 작품을 NFT화하여 판매했죠. 대영박물관은 “뮤지엄은 계속해서 새로운 시장에 적응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방식 이외에도 뮤지엄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어요.

 세계 각지의 뮤지엄들이 너도나도 NFT 시장에 뛰어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NFT 데이터 조사업체 논펀저블(NonFungible)은 “NFT를 통해 뮤지엄은 예술작품 보존과 기관 운영에 사용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컬렉터들에게는 역사적인 문화 예술품을 소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어요.

ⓒ라컬렉션 웹사이트(LaCollection.io)

NFT에 대한 다양한 의견

 그러나 NFT를 만들고 판매하는 뮤지엄들의 행보에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요. 비판의 목소리는 이들이 판매하는 NFT 작품이 매우 탄소 집약적이라는 측면을 꼬집어요. NFT를 만드는 기반인 블록체인이 방대한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만큼 탄소 배출량이 많아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죠. 심지어 대영박물관은 이전에 지속가능한 개발을 고려하여 기관을 에너지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임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영박물관의 행보가 매우 모순적이라고 지적했어요.

 탄소 상쇄 웹사이트 에이리얼(Aerial)은 지금까지 대영박물관이 NFT와 관련하여 배출한 총 탄소의 양을 819톤으로 추정했어요. 이에 대영박물관과 라컬렉션은 각 NFT 작품 거래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한 그루의 나무는 100년 동안 약 1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탄소 상쇄에 충분하지 않은 해결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죠.

 반면 일각에서는 NFT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환경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주장해요. 앞서 언급한 시애틀 NFT 뮤지엄이 NFT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기후 인식을 촉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처럼요. 또 다른 사례는 비트컬러(BitColors) NFT 프로젝트 팀의 ‘NFT 나비 뮤지엄’을 들 수 있어요. 비트컬러 팀은 지난해 500여 종의 나비 그림으로 구성된 NFT 나비 뮤지엄을 오픈씨에 소개했어요. 이들은 "앞으로 사람들이 나비를 채집하지 않더라도 NFT를 통해 다양한 나비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이는 줄어가는 나비 개체 수 및 환경을 보호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죠. NFT 기술이 환경보호에 활용된 긍정적 사례라고 볼 수 있겠죠?

NFT 나비 뮤지엄 ⓒOpensea

 NFT 나비 뮤지엄을 비롯하여 NFT를 통해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은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 영국 지부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이들은 올해 초 국제적 멸종 위기 동물 13종을 한정판 디지털 아트, NFA(Non fungible Animals: 대체 불가능한 동물들)로 구현해 판매했어요. WWF는 NFA 판매 수익금을 멸종 위기종인 아무르호랑이, 자이언트판다 등과 그 서식지 보호에 사용할 것이라 밝혔어요. NFA의 판매는 이틀 만에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각종 SNS에는 NFA 구매 인증 사진이 넘쳐났어요. 멸종 위기종 보호 활동이라는 의미 있는 활동에 한정판 NFT가 접목되자 사람들의 전례 없는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어요. WWF는 NFT에 대한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을 기회로 포착하여 환경 분야 모금 활성화를 유도했다고 할 수 있죠.

 이처럼 환경적인 측면에서 NFT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립적일 수 있어요. 어떤 이들은 NFT가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지만, 또 어떤 이들은 NFT가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고 이야기해요. NFT가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주로 NFT를 통한 환경 분야 모금 활성화를 예로 들고, NFT가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환경 분야 모금 활동을 위한 NFT 발행일지라도 그것이 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음을 꼬집죠. 환경을 위한 일이 오히려 모순적으로 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과연 이러한 모순이 환경을 위하는 올바른 방법일까요? NFT 자체가 좀 더 친환경적으로 변화할 수 없는 걸까요?


NFT, 좀 더 친환경적일 수는 없을까?

 사실 대부분의 NFT 작품은 작업증명방식(Proof of Work, PoW)으로 운영되는 암호화폐 이더리움(Ethereum)을 기반으로 제작, 판매되고 있어요.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많은 환경 전문가들이 NFT 작품 거래가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평가하죠.

 작업증명방식(PoW)이란 고성능 컴퓨터로 복잡한 수학 연산을 해결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보안을 유지하는 방식을 뜻하며, 이 작업을 수행하는 채굴자에게는 암호화폐 보상이 주어져요. 이러한 방식은 결국 채굴 경쟁을 심화시키는데, 이에 따른 과도한 전력 소모는 환경오염 문제를 발생시키죠.

러시아 암호화폐 채굴 농장의 채굴기와 냉각팬 ⓒAndrey Rudakov/Bloomberg via Getty Images

 이에 이더리움 재단은 이더리움 2.0의 출시를 선포하며 작업증명방식(Pow)에서 지분증명방식(Proof of Stake, PoS)으로의 전환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요. 지분증명방식(PoS)이란 가상화폐 보유량이 많은 사람에게 블록체인 생성 권한을 주는 것으로 컴퓨터 연산 능력을 요구하지 않아 에너지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즉 지분증명방식(PoS)은 작업증명방식(PoW)보다 컴퓨팅 자원을 덜 소모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는 것이죠. 이더리움 재단은 지분증명방식(PoS)으로의 전환이 성공하면 이더리움의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99.5%까지 줄일 수 있으며, 전환이 임박했음을 밝히기도 했어요. 이더리움 2.0으로의 전환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친환경적인 NFT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뮤지엄은..

 많은 전문가들에 의하면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지난 1년 동안 세계를 지배한 키워드 중 하나는 NFT 아트와 NFT 마켓이에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며 미술계의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시류가 되었고, 많은 미술계 전문가들은 NFT를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평가해요. 훗날 전 세계 모든 뮤지엄에 NFT 작품이 걸려있는 상상을 해보셨나요? 기관 운영자금 조달을 돕고,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 예술품 소유의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NFT라는 새로운 활로를 택하는 뮤지엄은 점점 더 늘어날 거라 생각돼요. 대영박물관의 말처럼 전통적인 방식 외에도 뮤지엄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좀 더 혁신적인 방안을 고려하는 것은 중요하니까요.

 최근 유럽연합은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작업증명방식(PoW) 기반의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의 ‘미카(MiCA) 법안’을 표결에 부쳤어요. 미카법안은 비록 부결됐지만, 이러한 움직임으로 볼 때 NFT에 대한 환경 이슈는 앞으로도 꾸준히 논의될 것으로 보여요. 따라서 NFT를 활용하여 작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뮤지엄들 또한 이러한 논의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할 거예요. 앞으로 NFT를 다룸에 있어 뮤지엄들에게는 보다 친환경적인 실천이 요구될 것이고, 뮤지엄들은 그 친환경적인 실천 방안이 무엇일지 지속적으로 고민해 봐야겠죠?





REFERENCES

https://www.aerial.is/

https://paxnetnews.com/articles/82465

https://n.news.naver.com/article/215/0000998007

https://pharm.edaily.co.kr/news/read?newsId=01203766629149616&mediaCodeNo=257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20214500147?site_preference=normal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2/04/05/nfts-send-carbon-footprints-soaring-british-museum

https://blockinpress.com/archives/46749

https://url.kr/2l7avd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206010035&t=NN

http://www.kukinews.com/newsView/kuk202204080126

https://www.seattlenftmuseum.com/

https://www.wwf.org.uk/pride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586547&memberNo=11808997&vType= VERTICAL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42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40300841

https://www.cbsnews.com/news/nft-art-environmental-costs/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5/458938/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415014003&wlog_tag3=naver

https://futurechosun.com/archives/6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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