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에서 느껴지는 떨림
제목 : 종이 위의 협주곡(손 끝에서 느껴지는 떨림)
얇은 펜촉을 종이 위에 올려놓고 손끝을 움직이면 “사각사각” 작은 소리를 내며 음을 만들어 낸다.
축음기 바늘이 레코드판 깊이 파여 있는 홈을 탐험하는 순간처럼 음악은 천천히 시작되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만년필의 떨림은 나의 상상을 자극하여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오로지 나만 들을 수 있는 고요한 곡을 펜촉에 잉크를 흘려보내 종이에 기록한다.
잔잔한 음악에 내 감정마저 흘려보내 잉크에 섞여 결국 하얗던 종이는 잉크로 물들어 점차 검은빛을 내는 종이가 되어 갔다.
검은빛으로 물들어가는 그 순간순간이 마치 일련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사각사각”
이 음악은 듣는 이를 마음 깊숙이 사로잡아 놓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감정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 주었다.
강아지풀을 입에 물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먼 곳의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하며 내 감정을 잉크에 띄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