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깜깜해진 밤, 그리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때 태풍이 지나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허겁지겁 짐을 챙겨 빠져나가려 했으나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소용돌이 중심부에 갇혀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급히 챙겨 나온 짐을 살펴보던 중 메모장을 발견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이 적혀 있는 메모장은 나의 회피처였다. 하얀 백지에 글을 적어나가다 보면 새로운 세계로 전이되는 듯한 상상력이 펼쳐져 현실을 이겨낼 수 있었다.
갇힐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짐꾸러미에서 메모장을 꺼낸다. 그리곤 창조주처럼 펜을 들어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오늘의 이야기는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 행복을 찾아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이 청년은 처음부터 한 가지 착각하고 말았다.
행복은 영원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자신이 절실히 바라는 행복에서 계속 멀어지게 되었다.
우연히 처음 맞이한 행복이 영원할 것이라 믿고 있었지만, 결국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리곤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절망감 속에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행복에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청년은 다음 행복을 마주하여도 믿지 못했다. 다시 배신당하고, 아파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행복을 찾아내는 꿈을 매일 같이 꾼다. 수십 번 진실한 행복이 찾아왔었음에도 같은 꿈은 계속되었다. 바보 같은 이 청년의 여행은 과연 해피엔딩일까?
끝을 맺지 못한 세계의 이야기는 마치 현실 이야기처럼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하였다.
가만히 앉아 차분히 생각하다 보니 주변 소용돌이는 아직 걷히지 않았으나, 조용하고 평온한 듯했다.
그리곤 그 청년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질문한다.
"나는 행복을 찾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