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Q
재판정은 무겁고 답답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김원효는 국선변호인 옆에 앉아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손에 땀이 배어 나왔고,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피고석에 앉은 채로 주변을 둘러보니, 방청석에는 낯선 얼굴들이 가득했다. 그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김원효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판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법정은 곧바로 조용해졌다.
검사가 일어나 김원효가 한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를 설명하며,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김원효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싶었지만, 국선변호인이 손을 살짝 들어올리며 그를 제지했다.
“조용히 하세요. 아직 때가 아닙니다.” 변호인이 속삭였다.
그러나 김원효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판사의 말이 이어지고 있을 때, 문득 방청석에서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는 숨을 삼켰다. 그 남자는 감독이었다.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의 감독,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인물이었다.
김원효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 남자만 있으면 증명할 수 있어.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몸이 저절로 일어섰다.
“저 자야! 저 자가 감독이야!” 김원효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외쳤다.
재판장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판사는 책상을 세게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질서를 유지하십시오!”
하지만 김원효는 멈출 수 없었다. “내가 말한 영화가 바로 그 사람이 감독한 영화라고요! 그가 증거예요!”
국선변호인이 김원효를 붙잡고 말했다. "정신 차리세요! 이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원효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소리쳤고, 몸부림쳤다. 결국 법정 경비원들이 그를 제압하며 수갑을 채웠다. 김원효는 다시는 발버둥칠 힘조차 없었다.
방청석에 있던 감독은 고요한 얼굴로 김원효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김원효를 눈여겨보더니, 아주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나갔다.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김원효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러나 그 소리는 법정의 혼란 속에 묻혔다.
판사는 고개를 저으며 결론을 내렸다. “재판은 마칩니다. 피고는 다시 구금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원효는 경비원들에게 끌려 나가면서도 방청석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소리쳐도, 그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