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과 고풍스러운 샹들리에가 어울려,
럭셔리함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그녀는 손에 쥔 서류봉투를 꾹 눌렀다.
"아르바이트 면접보러 오신 분이죠?
이쪽으로 오세요.“
호텔의 한 직원이 그녀를 안내했다.
면접이 진행될 사무실에 들어서자,
여성 면접관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연노란색 정장을 입은 그녀는 들어온 지원자를 힐끗 보며 이력서를 받았다.
”미희님이시죠?“
”네, 안녕하세요. 아르바이트 면접 보러 왔습니다.”
면접관의 시선은 짧게 그녀의 복장을 스쳐 지나갔다.
미희는 그 미세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차분하게 자리에 앉았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대학교 방학을 이용해서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
면접관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무심했지만,
그 속에 미묘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그녀는 이력서를 넘겨보다가 고개를 들고 천천히 말했다.
"우리 호텔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습니까?"
미희는 이미 예상을 했다는 듯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이 곳은 국내 최상급 호텔 체인입니다.
호텔뿐만 아니라 면세점 사업도 함께 운영 중이고요.
창업주께서 어린 시절 전국을 다니며 장사를 하다가
매일 밤 숙소를 찾기 어려워 했다는 경험에서 착안해,
여행객들이 안락하게 쉴 수 있는 호텔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면접관은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이력서를 다시 내려다봤다.
미희는 숨을 죽인 채 면접관의 반응을 기다렸다.
방 안의 공기가 잠시 고요해졌다.
면접관은 이력서를 덮고 벽에 걸린 그림을 가리켰다.
"저 그림, 누가 그린 건지 압니까?"
미희는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림은 금빛 프레임 속에 정교하게 그려진 도시 풍경이었고, 처음 보는 그림이었다.
"모르겠습니다."
미희는 곧바로 말했다.
"하지만 알려주시면 꼭 기억하겠습니다."
면접관은 무표정한 상태를 유지했지만,
그녀의 눈만은 미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내 입을 열었다.
"합격입니다."
미희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합격 통보를 받아들고, 마음속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첫 업무는 내일입니다.
‘트라리바 한남’으로 가서 VIP 고객에게 기념일 선물을 전달하는 아르바이트입니다."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단순한 배달 업무지만,
VIP가 누구인지는 극비 사항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미희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면접관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에 들러 선물과 편지를 수령하고
정확히 오전 10시에 한남동으로 가세요."
미희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그 방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