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VIP 배달 아르바이트

by 미히

7일 후, 미희는 한남동의 고급 주택가를 걷고 있었다. 웅장하고 우아한 건물들이 좌우로 늘어서 있었고, 이들 사이로 고요한 길이 이어졌다. 번화한 도심의 복잡함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손에는 호텔 로고가 깔끔하게 새겨진 선물백이 들려 있었고, 왼쪽 안주머니에는 고급스러운 봉투가 단단히 접혀 있었다. 기념일 선물 배달이 간단한 업무라 생각했지만, 이곳까지 오면서 느낀 중압감이 그녀를 계속 짓누르고 있었다. 여기서 마주하게 될 VIP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 채,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스며들었다.

고개를 들자, 저 멀리 주택들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 보였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저택이 있었다. 고풍스러운 대문이 그녀의 시야를 압도하며 서 있었다. 그것이 목적지였다.

‘이 정도의 집이라니…’ 미희는 속으로 감탄하며 대문 앞에 섰다. 문 옆 작은 패드를 발견하고 버튼을 눌렀다. 짧은 딩동 소리가 울렸다.

잠시 후, 스피커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호텔 고원에서 VIP 기념일 선물을 전달해드리러 왔습니다."

곧, 차가운 쇠 문이 천천히 열리며 앞쪽의 넓은 정원으로 연결되는 길이 드러났다. "올라오세요." 담담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렸다.

미희는 그 길을 따라 저택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니 숨이 저절로 깊어졌다. 그녀는 넓게 펼쳐진 야외 정원을 지나 거대한 현관문 앞에 섰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안쪽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고급스러운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하녀였다.

미희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쪽에 들여놓아주시면 돼요.”

하녀가 말했다.

미희는 집 안으로 들어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 순간, 미희는 그자리에 가만히 서버렸다.

그녀의 눈에 비친 하녀의 얼굴이 너무도 낯익었다.

‘내가 저기 서 있는 건가?’

미희는 한순간 스스로의 착각을 의심할 정도였다.

그 하녀의 얼굴은 그녀의 쌍둥이 언니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녀와 닮아 있었다.

놀란 눈동자가 한동안 그 하녀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하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카메라로는 긴가민가 했는데, 저희 정말 닮았네요.”

그리곤, 미희가 들고 있는 쇼핑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쇼핑백은 안쪽으로."

미희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저택 안으로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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