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희는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떴다. 눈앞에 희미하게 보이는 천장과 의자가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잠시 동안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보자, 그제야 그녀의 표정에 긴장감이 떠올랐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던 고요한 정원은 완전히 암흑에 잠겼고, 저택 밖을 비추던 불빛들도 희미해져 있었다. 깜깜한 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시간은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시계를 보려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조차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떡하지…" 미희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하녀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자신은 혼자 이 거대한 저택에 남겨진 상태였다. 공허한 정적이 주위를 감돌았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떠나야 했다.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난 미희는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본 뒤 결심했다. 이제 이 저택을 나가야 한다.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녀가 들어왔던 길이 어디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저택은 너무 넓고 복잡했다.
미희는 복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곧 발걸음이 멈칫했다. 이곳은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저택은 너무 커서 모든 복도가 비슷해 보였다. 처음에 걸어왔던 길이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쪽이 맞나…" 그녀는 문을 하나 열어보았다. 그러나 그곳은 단순한 빈 방이었다.
미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다른 쪽 복도로 발걸음을 돌렸다. 불안감이 서서히 밀려들었다. 저택은 마치 끝이 없는 미로처럼 느껴졌다. 모든 복도가 비슷했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