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웃는 전학생
전학생이 왔다.
“안녕, 내 이름은 혜란이야, 반가워.”
그녀는 길고 검은 생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자른 앞머리는 그녀의 코까지 내려왔다.
그녀는 방긋 웃고 있었다.
입꼬리가 뺨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비어 있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야, 반가워. 나는 이안이라고 해.“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너가 내 짝이구나, 잘 지내보자.”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나는 아까부터 올라가 있던 그녀의 입꼬리가 신경쓰였다.
‘경련일겠다, 저렇게까지 웃을 필요가 있을까.’
나는 그녀의 입꼬리에 시선을 집중한 채 그녀의 내민 손을 잡았다.
“앗, 차거. 너 손이 얼음장같애.”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깜짝 놀랐다.
“수족냉증이 심해.”
그녀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항상 웃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점심을 먹으면서도,
소풍을 가서도,
집에 가는 길에 헤어지면서도
그녀는 웃었다.
1학기 수련회 날,
우리는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앉아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생 그녀는 가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게 됐대.”
나는 이야기를 마치고 아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뜨뜨미지근했다.
내가 다음으로 이야기할 사람을 지목할 차례가 되었다.
나는 맞은편에 앉은 그녀에게 말했다.
“야, 김혜란, 너 잘 때도 웃으면서 자지?”
그녀는 그저 웃었다.
“우리 반에서 쟤가 가장 공포의 대상이야,“ 나는 그녀를 지목했다. ”너 차례야.”
그녀는 여전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무서운 이야기라.. 음.
우선 나는 달걀귀신이야.“
그녀가 앞머리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두 눈이 없었고,
이마와 같이 매끈한 피부로 온 얼굴이 덮여 있었다.
”엥,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었나?
너가 전학온 그날부터 알고 있었던건데.“
내가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웃으면서도, 멋쩍어했다.
“그래? 그렇다면.. 왜 내가 항상 웃는지 이야기해줄까?”
나를 포함한 학생들은 그녀의 말에 빠져들었다.
2. 삶은 계란처럼
“너희도 알다시피, 오랜 기간 상하지 않은 계란은 달걀귀신이 돼.
그건 소수의 선택받는 계란만 될 수 있는거야.”
그녀가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꿈꾸듯 말했다.
“나의 고향은 방목형 사육장이었단다.
넓고 푸른 농장이었지.
평범한 암탉에게서 태어나고, 이틀간 나는 그저 풀숲에 얹혀져있었어.
그 시간동안 나는 한시도 이 생각을 잊은 적이 없어.
나는 꼭 상하지 않고 달걀귀신이 되겠다고 말이야.
이틀 후 나를 발견한 사육사에 의해 나는 마당에 알들을 모아두는 둥지로 옮겨졌단다.
그때쯤부터, 내 몸 속에서 어떤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어.
그래, 나는 유정란이었던가야.
내 안에 있던 건 수컷 병아리였어.
결국,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지.”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학생들은 모두 그녀의 위로 벌어진 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모든 유정란이라면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해.
내 몸에 자라고 있는 병아리를 태어나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노른자와 흰자의 모든 수분을 증발시켜 내 껍질을 단단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결정 말이야.
그때쯤 나는 내 처지를 생각하고 있었어.
양계장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금쯤 나는
냉장고에 있어서 내 안의 생명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거라고.
어쩌면 삶은 계란처럼 지금보다 인생이 쉬웠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3. 병아리
“하지만 내가 속한 곳은 둥지였고, 게다가 병아리가 태어나기 가장 좋은 온도였지.
나에게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았어.
19일 후면 병아리가 태어날 것이었거든.
나는 내 껍질 모공을 열고, 내 안의 모든 수분들을 증발시키기 시작했단다.
그때부터 나의 바램은,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 뿐이었어.
비가 오면 내 안의 수분을 제대로 증발시키지 못할 테니까.”
그녀는 창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창밖에 내리는 비가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 듯,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 다음 나는 내 몸 안의 노른자를 있는 힘껏 껍질로 빨아들이기 시작했어.
그 것들이 모여 병아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
그건 병아리와 나의 사투였어.
병아리도 생명의 본능으로 노른자를 자기쪽으로 당기려고만 했고,
나는 그걸 필사적으로 막아야만 했지.
결국 이긴 건 나였어,
너희가 보다시피 말이야.”
창 밖으로 천둥이 쳤다.
분위기는 조금 더 오싹해졌다.
그녀가 덧붙였다.
“내가 좀 더 유리했을지도 모르지.
그 애의 세상은 내가 전부였으니까.
나처럼 의지를 가진 계란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도 몰라.”
4. 쪼개다
“결국 21일이 모두 지나고,
나는 내 안의 모든 수분을 증발시킨 상태였지.
결국 연약한 병아리의 몸체는 모두 나에게 흡수되었어.
그 때, 내 몸에서는 작은 팔다리가 생겨났단다.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드디어 내가 달걀귀신이 되는구나.
나는 새로 생긴 발로 펄쩍 뛰었어.”
그녀는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처음 그렇게 뛰었을 때,
나는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어.
왠지 알아?”
학생들이 모두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스스로의 질문에 대답했다.
“내 몸 안에는 미처 흡수되지 않은 단단한 병아리가 남아있었던 거야,
병아리는 나와 생존을 다투는 싸움을 하면서,
부리만을 만들어놓은 거지.
나는 걱정이 됐어.
달걀귀신으로 살아갈 평생동안 머리 안에 부리를 넣고 살아야 한다니.
걸을 때마다 탁 탁, 하며 부리가 껍질에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고 생각해봐,
그리고 그 때마다 내 머리는 울릴 거고,"
그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 순서가 잘못됐다고 하더라고.
부리처럼 날카로워질 부위를 먼저 껍질에 흡수시켰어야 했대.
팔 다리가 생긴 이상, 서둘러 둥지 밖으로 나가야 했지만,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부리는 내 몸 속에서 움직였고, 내 신경을 건드렸어.
두통에 시달리다못해 나는 정신이 돌아버릴 지경이었지.”
그녀는 그 당시를 생각하는듯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려 일주일동안 나는 둥지 아래에 숨어있었어.
7일째 되던 날, 나는 몸에 작은 구멍을 내서 몸 안의 부리를 꺼내버려야 겠다는 결론애 도달했어.
그래서 나는 온 몸을 마구 흔들어댔지.
부리가 나올 정도의 작은 틈만 생긴다면,
그래서 그 부리를 꺼낼 수 있다면
나는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었으니까.
그 때, 암탉이 돌아왔어.
그는 처음에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곧..
내 몸을 쪼기 시작했어.
그녀가 듣기로는, 내 안에 작은 생명이 달걀을 깨고 나올 준비가 되어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거야.
암탉의 부리는 내 안의 작은 부리보다 훨씬 강력했어, 내 껍질보다도 말이야.
내 몸에는 순식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내 입 부분이 뚫려 버렸지.”
그녀가 자신의 길게 찢긴 입을 가리켰다.
“이 입으로 나온 부리는 작고 연약한 것이었어.
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절대로 내 껍질에 생채기를 줄 수 있는게 아니었지.
그 부리가 할 수 있었던 건, 내 신경을 긁어놓는 것 뿐.
암탉은 내 입에서 나온 부리를 보더니,
병아리가 되지 못한 새끼인 것을 알아차린 듯 했어.
그녀는 나를 유심히 보다가, 곧 몸을 돌려 사라져버렸지.
이게 내 입이 이렇게 찢어져서 항상 웃게 된 이유야.”
5. 달걀귀신
학생들은 모두 침을 꼴깍 삼켰다.
모두가 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그렇게 마당을 나온 그녀가, 어떻게 이 학교까지 오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내가 나서기로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네, 그런데 무섭지는 않은걸.
달걀귀신이라면 더 무서운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녀는 입꼬리를 올린 채로,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그래, 그렇게 입이 생겨서 좋은 점이 있어.
바로 무엇이든 먹어치울 수 있다는 거야.
신경에 거슬리는 그 무엇이든 말이야.”
그리고 그녀가 덧붙였다.
“사람들은 내 찢어진 입만 보고 내가 항상 웃는다고 생각하던데,
그건 사실과 달라.
지금 나는 내 숨기고 싶은 과거를 너희들에게 말한 탓에 꽤 언짢은 상태이고…
배고프기도 해.”
그녀의 입에서 흰색 체액이 흘러나왔다.
그제서야 학생들은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6. 농담
“농담이야, 나는 형체가 있는걸 먹는 걸 먹진 않아, 귀신이니까.”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가 먹으니까 나도 옆에서 그걸 따라하는 것 뿐이야.
내가 정말 먹는 건.. 보다 기운에 가까운 거지.”
그녀가 덧붙였다.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방문이 열렸다.
선생님이 들어왔다.
“너희들 지금 모여서 뭐하고 있어, 지금 시간이 11시가 넘었는데 말이야.
얼른 각자 방 들어가서 자.”
학생들이 저마다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방을 나오면서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기분이 언짢았다면 미안해.”
그녀는 차가운 손으로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냐, 그 것도 장난이었어. 나는 장난을 좋아해.
그리고 그런 말도 있잖아, 웃으니까 기분이 좋아진다고.
내 찢어진 입 덕분에 나는 달걀귀신들 중에서도 꽤 낙천적인 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