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어둠 속의 미라

by 미히

1. 왕의 계곡

어둠 속으로 탐사대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이집트 왕의 계곡에 있었다.

탐사대장은 고고학자이자 의사인 마이클이었다.

그의 조수 애덤이 미끄러운 바닥 위에서 휘청거렸다.

“애덤, 조심하란 말야. 애도 아니고.”

마이클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애덤은 여전히 위태로워보였다.

그래서 그는 더욱 살금살금 걷기 시작했다.

그 탓에 그는 점점 뒤쳐져, 이제 탐사대의 가장 끝에서 오고 있었다.

지역의 주민이 밤마다 들리는 진동을 당국에 신고했다.

그래서 마이클과 그의 탐사대는 진동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오늘 이 곳에 있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평평한 지대가 나올거야.”

마이클이 말했다.

그들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밝히는 조명 아래에서 고대 이집트의 신비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박사의 말처럼, 곧 평평하고 넓은 구역이 나타났다.

“도착했어, 이 곳이 왕의 계곡에서 가장 깊은 구역이야.”

왕의 계곡, 고대 이집트의 왕과 귀족들이 미라가 되어 있는 곳이다.

지금은 상당수의 미라들이 옮겨져 박물관으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그 곳은 고대의 수수께끼가 가득한 곳이었다.

벽에는 의미가 밝혀지지 않은 신비로운 벽화가 가득했다.

“자, 다시 말하지만, 아무 것도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마이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애덤이 평평한 지대에 발을 디디며 미끄러졌다.

그가 벽을 딛고,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애덤!”

마이클이 소리쳤다.

그 때였다. 방의 중앙 바닥이 거대한 진동을 내기 시작했다.

탐사대는 두려움을 느꼈다.

어느새 중앙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2. 기자회견

“탐사대는 전원 무사 귀환하였습니다.”

마이클은 기자회견장에 있었다. 뜨거운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고대 이집트의 미라로, 그 정체는 아직 수수께끼입니다.

왕의 계곡 아래 정사각형의 공간은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트랩으로 인해 밀폐되어 있었고,

저희가 그 아래로 내려가보았을 때 양 벽은 두꺼운 쇠봉으로 감싸져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단 한 번도 도굴이 되지 않았죠.”

다시 한 번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미라의 상태는 완벽합니다.

그는 저희 연구소로 안전하게 옮겨졌으며,

곧 미라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실험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마이클은 기쁜 마음으로 연단에서 내려왔다.

그 때 조수 애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박사님, 미라의 몸을 감싸고 있던 천을 떼어냈습니다.

신기하게도, 일반적인 미라의 몸을 감싸는 아마포가 아닌 파피루스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빼곡하게 글씨가 써 있는데..”

마이클은 오로지 미라의 생체 조직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집트학 부서로 이관하고, 미라의 생체 조직은 어떤가?”

전화기 너머로 애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양호합니다.”

마이클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마이클이 미라의 생체 조직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장래가 촉망받은 의사로, 그가 처음 이집트 고고학에 손을 댔을 때,

주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그러나 마이클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매머드의 복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지 10년,

이제 세계는 인간의 복제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문제는, 누가 공표될 첫 복제의 대상이 될 것인가였다.

4,000년 전 사망하여 더 이상 현실의 공소시효에 묶여있지 않은 자,

이집트의 미라, 게다가 그 것은 애초에 망자의 소생을 위해 만들어진 유물이었다.

그는 거대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미라를 살아있는 인간으로 복원해내겠어.’

그는 그 원대한 목표를 안고, 연구실로 향했다.


3. 연구실

연구실에서 그의 연구팀은 미라의 갈비뼈에서 생체 조직을 분리해내고 있었다.

마이클은 그들 옆에 다가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미라는 머리를 젖힌채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미라라니..”

마이클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독살을 당한 걸까요?”

애덤이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 이집트의 왕 중에서는 음모에 휘말린 자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건 확실해.

이 미라는 지금껏 발견되었던 미라 중에 가장 깊숙한 곳에서 발견되었으니까.”

마이클이 덧붙였다.

“자세한 건 이집트학 팀에서 파피루스의 내용을 해석하면 알게 되겠지.

우리는 미라를 복원하는데 집중한다.”


4. 배양실

미라에게서 떼어난 생체조직은 성장을 거듭했다.

마이클은 투명한 튜브 속에서 자라나, 인간의 형상을 한 미라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그 때 전화를 받던 애덤이 마이클에게 다가왔다.

“박사님, 파피루스의 첫 내용의 일부를 해석했다고 합니다.

‘나는 라메르 3세’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 자가 라메르 3세라는 걸까요?”

마이클은 그 이야기를 듣고 흥분에 몸을 떨었다.

“이건 대단한 발견이야, 라메르 3세라니.

이건 고대 이집트의 숨겨진 역사일지도 몰라.

그나저나 우리가 미라를 인간의 형상으로 배양할 동안 단 세 단어밖에 해석을 못했다는건가?”

애덤이 설명했다.

“그게.. 이전 이집트 고대 언어와는 다른 언어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로제타석을 기반으로 해석을 해나가고 있지만, 처음 보는 글자가 너무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워낙 보존 상태가 좋아, 속도가 붙고 있다고 합니다.”

마이클은 꿈을 꾸듯 중얼거렸다.

“이름이란 가장 강력한 주문이라고 하지. 가장 강력한 주문을 알아냈으니, 이제 나머지 내용은 해독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어.”


5. 자궁 밖으로

“자, 조심해.”

실험실에서 미라를 꺼내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배양기에 차있던 양수를 빼내고,

로봇팔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그를 바닥에 눕혔다.

이윽고, 그는 첫 숨을 들이마셨다.

곧,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가 송아지처럼 울부짖었다.

“움츠러들어있던 허파가 펴지는 고통은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이라고 하지.”

마이클은 그 모습을 숭고하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미라는 떨리는 눈꺼풀을 들고 그의 앞의 과학자를 바라보았다.

마이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안녕, 라메르. 이 곳은 너의 가족들과 이웃들의 살과 피 위에 세워진 그 다음 세상이란다.”


6. 왕족

라메르는 자신의 상황을 잘 받아들였다.

그에게는 매일 영양분이 풍부한 식사가 주어졌으며,

전문적인 강사진이 그에게 언어와 인간 세계의 생활을 가르쳤다.

“이해도가 무척 빨라요, 마치 스펀지처럼 모든 지식들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는 고대 파라오의 복장을 개량한 의복을 입었으며,

날이 갈수록 늠름한 사내의 모습을 갖추어갔다.

마이클은 이 쾌거를 과학계에 발표했다.

순식간에 마이클은 유명인사가 되었다.

라메르를 처음 세상에 공개한 날,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구름과 같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라메르”를 연호했다.

그리고 “마이클”은 미라를 사람으로 복구한 자로 “미라클 박사”라고 불렸다.

라메르는 미라클 박사를 아버지처럼 따랐고,

전문적인 인력들의 손에 점점 왕족의 기품을 되찾아갔다.


7. 유명인사

이제 라메르는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되었다.

그는 이제 하루에 정해진 시간을 이집트 왕궁을 모방한 그만의 신전에 나가

사람들 앞에 섰다.

그 수많은 관심을 받으면서도 그는 결코 우쭐해지거나 하지 않았다.

강사진이 그에게 왕족의 예의와 예절을 가르쳤기 때문도 있었지만,

그는 왕족의 피가 흐르는 자답게 그 모든 것을 침착하게 잘 받아들여 나갔다.

왕궁에서의 시간을 보낸 이후, 그는 실험실로 돌아가 그의 아버지, 미라클 박사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8. 그 날

라메르가 실험실로 돌아왔을 때, 미라클 박사는 머리를 손으로 움켜쥐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미라클!”

라메르가 외쳤다.

미라클 박사는 라메르를 쳐다보았다.

“미라클? 웃기고 앉아있네.”

미라클 박사는 깊이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나, 라메르에게 이야기해봐.”

“라메르?”

미라클 박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게 다 착각이었어.”

미라클 박사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착각이라니?”

라메르가 말했다.

“자, 이걸 읽어보라고. 이집트학 팀에서 아침에 나에게 보내준 자료야. 이 자료를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 나에게 오늘까지 판단해야한다고 하더군.”

라메르는 미라클 박사에게 긴 종이를 전달받았다.

그는 종이에 쓰여진 첫 문장을 읽었다.

‘나는 라메르 3세를 죽인 펜타우레이다.’

“이게 뭐야?”

미라클 박사는 그의 반응을 보며, 실성한 듯 웃었다.

“그건 너를 감싸고 있던 파피루스 해석본이다.

너는 라메르 3세가 아니야.

왕을 죽인 반역자 펜타우레지.

너는 그 죄로 죽을 때까지 자신의 죄를 읊어야 하는 벌을 받았어.

그것도 모자라, 너의 몸을 너의 죄가 낱낱히 적힌 파피루스로 꽁꽁 싸매졌지.

너의 눈에 너의 죄만 보이도록 말이야.

왜 너를 미라로 만들었는지 알아?

그건 너가 4,210년 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야.

형을 채우고 출소한 거지.”

펜타우레는 충격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

“하지만 나는 그 무엇도 기억나지 않아.”

미라클 박사는 그런 그를 비웃었다.

“어쩐지 그 깊은 지하 속에 갇혀 있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너를 처음 발견했을 때 벽에 있던 쇠봉은 바로 그 곳이 감옥이라는 것이었어.

그런 너를 이 세상에 내보내준게 나라니.”

미라클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자에 놓인 길다란 파피루스 더미를 꺼냈다.

“뭐하는거야, 미라클.”

펜타우레가 말했다.

미라클 박사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나는 더이상 미라클 박사가 아니게 돼, 너 또한 라메르가 아닌 펜타우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겠지.”

그는 실험실 한 켠에 가져다 놓은 넓은 은쟁반 위로 파피루스를 가져갔다.

그 안에는 기름이 담겨있었다.

미라클 박사는 그 위에 불을 붙였다.

불이 파피루스를 태우며, 연기가 그 위의 송풍기로 빨려들어갔다.

“이 사실은 절대 공개되어서는 안돼, 전부 소각되어야 해,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