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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l 21. 2023

아카디아 국립공원으로

아카디아 국립공원 여행

셰난도어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오니 화요일 저녁 7시였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한 일은 손을 씻고 돼지고기와 김치를 뚝배기에 넣고 김치찌개 만들기였다.

점심으로 먹었던 피시 앤 칩스랑 샌드위치도 맛있었지만 역시 우리 가족은 한식 파다.


"실험실에 시약이 모자라서 이번 주 실험이 가능할지 모르겠네."

"그래? 이왕 그런 거면 아카디아도 갈까?"

"실험 못해도 할 일은 쌓여있거든."

"그럼 왜 말을 꺼낸 거야? 내일 출근해 보고 아카디아 갈 수 있을 것 같으면 연락 줘."


다음 날 코스트코에 가서 장을 보는데 전화가 왔다.

"아카디아 갈까?"

"고!"


계속 비가 온다던 아카디아 일기예보도 화창한 여름 날씨로 바뀌었다.

7월 초는 여행을 하기 적당한 날이다.

축 늘어지는 한여름의 끝이 아닌 여름의 시작.

6월 중순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고 이제 독립기념일이 갓 지난 7월의 첫 주는 부산스럽다.

조용하게 지낼 예정이었던 우리 가족은 또 짐을 꾸렸다.






오후 3시 남편이 집에 퇴근해서 함께 차에 짐을 싣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인사했다.

할머니는 전기 휠체어를 타고 가끔 아파트 안을 산책한다.

굽슬거리는 풍성한 백발에 페이즐리 무늬 원피스가 멋스러웠다.


"여행 가나요? 어디로 가세요?"

"아카디아요."

"아! 나도 메인 주에 살았던 적이 있지요. 거기서 5년 정도 살았어요. 캠핑할 건가요?"

"아니요. 장비도 없고. 그냥 숙소를 예약하려고요."

"좋은 결정이에요. 메인에는 모기가 정말 많거든요. 바닷가에 있어도 귓가에 모기가 윙윙 거려요."

"장비가 없어서 캠핑은 꿈도 안 꿔서 다행이네요."


미국에서는 KOA라는 사이트에서 캠핑장을 예약할 수 있다.

하룻밤에 30불인 저렴한 가격!

이 고환율에 솔깃하지 않을 리 없다.

게다가 한국에서도 캠핑을 할 여유가 없었고, 남편은 왜 좋은 숙소 두고 밖에서 불편하게 자야 하냐고 캠핑을 거부한다.

한국보다는 여유로운 김에 한국에서는 바빠서 못하던 캠핑을 하는 지인들이 있어서 내심 얼마나 부러웠는지. 나도 해보고 싶었는데 남편이 절대 싫다고 한 게 다행인 건가!


밤새 귓가에 모기가 윙윙 날아다니는 소리에 잠을 설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모기에 물려 여기저기 퉁퉁 부어오르고 싶진 않았다.

심지어 나는 모기한테 인기가 많아서 여러 명이 함께 있어도 나만 물린다.

나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다 안전하다는 말인데, 그렇다고 나 하나 희생하고 싶진 않다.

미국 모기는 취향이 달라서 나 말고 남편을 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10년 넘게 나 혼자 물려줬으면 미국에서 사는 동안은 남편이 나 대신 모기밥이 되어줘도 될 것 같은데.


자! 이제 또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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