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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ul 19. 2023

표정 없는 모텔 주인

셰난도어 국립공원 여행

지구의 주름다운 능선 위를 따라 도로가 나있다.

셰난도어의 차로는 그 능선을 따라간다.

멀리서 봤을 때는 일정한 선이었지만 차로 달릴 때는 오르락내리락 굴곡이 느껴졌다.

내비게이션으로 오늘의 숙소를 찍고 애팔래치안의 굴곡을 따라 내려 ‘여기가 읍내구나.’ 여겨지는 마을이 나왔다.


루레이 동굴이 있는 마을 초입에 있는 데이즈 인은 셰난도어로 가는 길에 급히 예약한 100불짜리 모텔이었다.

멀리서도 '데이즈 인'이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다.

단층 건물이지만 방은 50개도 넘는 것 같았고 주차장도 널찍했다.

그런데 주차장에 차가 네다섯 대 뿐이었다.

일하는 사람 차도 있을 테니까… 여기는 설마 귀곡산장인가?


정문 앞 벤치에는 안경을 쓴 머리가 회색빛인 백인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오늘 하루 묵는 사람인가?'

그런데 할아버지는 로비 데스크로 들어갔다.

그러곤 체크인 수속을 끝내곤 방 카드를 휙 던져 줬다.

"주차는 뒷 문에 해도 돼요."

말만 남기고는 다시 정문 밖으로 나갔다.


찜찜한 마음을 누르고 캐리어를 끌고 먼지에 찌든  자주색 카펫이 깔린 복도를 걸어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거실과 주방이 나왔다. 나름 스토브도 있고 오븐도 있었다.

주방 옆에는 화장실 그리고 방도 두 개 있었다.

이 정도면 약간의 먼지는 감내할만했다.

동네를 차로 둘러볼까 싶어 나갔더니 그 할이버지는 정문 앞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표정 없이 바닥을 보고.


‘참 심심해 보인다.’

우리는 내키는 대로 운전을 해서 마을을 둘러봤다.

풀밭마다 방목을 해서 키우는 소가 있었다.

이쯤이면 여기는 셰난도어 관광업이 주가 아니라 축신업이 주인가 싶을 만큼.


두 시간이 지나고 숙소로 돌아가니 할아버지는 여전히 정문 앞이다.

“차는 뒷 문에 주차해요.”

역시 표정 없다.

배려인지 정문 앞에 주차하는 걸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그 두 시간 동안 늘어난 차는 두 세대 정도?

잠깐, 이거 장사가 영 잘 안되는데?

마을에서 봤던 모텔들은 대체로 빈틈없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왜 여기만 한산한 거지?


다행히 귀곡산장은 아니었다.

기대했던 미국 유령 하나 나오지 않았다.

나름 바퀴벌레나 쥐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각오했는데 바퀴벌레랑 쥐도 나오지 않았다.


체크아웃을 하는 날도 그 할아버지가 데스크에 있었다.

역시 표정 없이.


우리는 어제 저녁 뒷 문에 주차한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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