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디아 국립공원 여행
그날의 일정은 비지팅 센터에서 주니어 레인저 책 받기.
그리고 다음 일정은 아직도 미정이었다.
남편이 내내 운전을 했고, 나에게 운전대를 넘겨주지도 않았다.
"그냥 뭐 할지 검색하고 있어."
결국 조수석에서 가이드 책을 읽으며 갈만한 곳을 찾아본 내가 다음 일정의 결정권자였다.
느지막이 점심을 먹고 비지팅 센터까지 들렀더니 시간은 이미 5시.
하이킹을 하는 건 무리인 시간이었다.
그리고 전날부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차 안에만 있었던 터라 하이킹을 할 기운도 없었다.
그런데 여긴 사방이 바다인 아카디아 국립공원이 아닌가! 역시, 아이들에게 바다는 제일 좋은 놀이터다. 바다에 풀어놓고 마음껏 뛰게 해주는 게 제일 좋은 선택일 듯했다.
메인주는 메인은 한국의 서해안처럼 수심이 얕은지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봤을 때 바 하버에서 아이들과 게를 집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마침 바 하버는 비지팅 차로 15분 거리였다. 게다가 저녁 8시 간조라고 한다.
"여보, 바 하버로 가자!"
남편이 구글맵으로 바 하버를 검색하곤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바 하버 어디?"
"바 하버가 바 하버지!"
"아니, 여기 전체가 다 바 하번데 어딜 가자는 거야?"
"아니, 거기 섬 있고 하이킹하는 곳 있고 하는 거기 있잖아."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어라, 정말 이 일대 전체가 바 하버구나.
지도를 확대해 보니 Bar Harbor Whale Watch라는 곳이 있었다. 여긴가 싶어 도착지로 설정하고 갔더니 정말 고래 구경 가는 배만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고래나 볼래?"
"이 시간에 무슨 소리야?"
"그러게 게다가 케이프 메이보다 비싸네." 일 인당 80달러였다.
"그럼 여긴가? 바 섬."
"몰라. 일단 갈게."
그렇다. 바 하버 말고 바 하버 아일랜드나, 바 아일랜드로 검색해야 했던 거다.
바 섬은 바 하버의 바다 근처에 있는 작은 섬이다.
하루에 2번 물길이 열리면 육지와 섬이 원래 이어져 있는 것처럼 감쪽같이 연결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도무지 섬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섬은 저만큼 멀리 있었고, 섬까지 가는 길이 있기는 한 건지 바다만 넘실댔다.
20분이 지나자 물이 낮아지는 게 보였다.
용기 있는 사람들은 신발을 손에 들고 섬을 향해 첨벙첨벙 걸었다.
아이들도 신발을 벗길래 나도 따라 신발을 벗고 바닷물을 디뎠다.
정말 차가웠다.
물에 닿은 살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마비된 느낌이었다.
무릎 아래는 내 의식이 닿지 않는 것처럼 감각이 없었지만 신발을 벗은 게 아까워 그냥 걸었다.
다 건너와 뒤를 돌아보니 육지가 더 드러나 있었다.
20분이 지나자 섬과 육지가 완전히 이어졌다.
작은 소라가 자갈에 다닥다닥 붙어 있고 돌을 들추니 작은 게가 분주히 도망갔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채집본능이 살아났다.
물론 가지고 갈 수 없어서 잡고 놓아주길 반복했지만.
메인의 저녁바람은 가을바람처럼 서늘했고, 남편과 나는 서로 체온을 나누며 아이들 노는 구경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