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주식 투자자금이 1억원이 훨씬 넘는 ‘왕개미’다. 늘 하던 대로 총 투자금액의 3분의 2만 투자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혹시라도 2만원이 깨질 때를 대비해 남겨두기로 했다.
그런데 자꾸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 쉽게 돈을 벌 기회라는 생각이 분할매수 원칙을 흔들었다. 가까스로 조급함을 이겨내고 3분의 1을 지켰다. 3월 초 주가가 잠깐 반등하자 ‘그냥 몽땅 투자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이내 돌변했다. 3월 11일부터 주가는 7거래일 동안 바닥을 모르고 흘러내렸다. 반토막이 났다.
인터넷 종목토론방에선 흉흉한 얘기만 나돌았다. 부도를 피할 수 없고, 주가는 1만원도 지키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득세했다. 이번엔 두려움이 문제였다. 바닥이 어딘지 몰라 불안했지만, 용기를 내 남겨둔 3분의 1로 ‘물타기’를 했다. 다행히 주가는 다시 반등했고 평균 매수단가를 넘어섰다. 조급함과 두려움에 굴복해 분할매수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면 여전히 손실 상태였을 것이다.
B씨는 올해 초 펀드 투자를 시작했다.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올해의 펀드’로 꼽은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을 선택했다. 글로벌 고배당 주식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 끌렸다.
하락장에서 손실 폭을 제한하는 전략으로 운용한다는 설명도 안심이 됐다. 당시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전이라서 증시 전문가들이 “올해는 안전자산인 채권보다 위험자산인 주식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던 때였다.
여느 투자자라면 그런 전망을 맹목적으로 믿었을 것이다. B씨는 달랐다. 무비판적으로 따르기보다는 한 번쯤 의심을 품어보는 편이었다. 결국 주식형 펀드에 70%, 채권형 펀드에 30%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몰빵’ 대신 분산투자를 택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주식형 펀드는 연초 대비 25% 빠졌다. 반면 채권형 펀드는 급등락 없이 꾸준한 흐름을 보이며 위험을 분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충실하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분할매수 원칙도 매수 시점이 다른 바구니를 이용하란 뜻에서 이 격언에 해당한다. 분할매수 원칙을 지키려면 수익에 대한 조급함 대신 느긋한 투자 자세가, 두려움 대신 용기가 필요하다. 분산투자를 위해선 맹목보다는 비판적 태도가 요구된다.
어떤 말을 들어봤다고 해서 아는 게 아니다. 그 말을 자기 것으로 삼아 실천해야 정말 안다고 할 수 있다. 수익 앞에서 느긋할 수 있는지,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용기를 낼 수 있는지, 다수의 의견에 비판적 의심을 품을 수 있는지 돌아보자. 합리적이고 현명한 투자자가 되려면 필요한 덕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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