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2월 말 5년 만에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냥 갑자기 12월 말의 한주가 통째로 쉬길래 이때 아니면 언제 가나 싶은 마음이었다. 홀로 가게 된 건,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혼자인걸 좋아하고 시간과 맘 맞는 친구가 없었을 뿐이다.
나는 출발하기 7일 전에 패키지여행 상품을 결제했다. 땡처리 상품이라 저렴했다.
하노이 하롱베이 옌뜨 상품이었고 가격은 49만 9천 원이었다.
혼자가게 되니 방을 혼자 쓴다며 10만 원의 비용이 추가되어 총비용은 59만 9천 원.
남들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봤다.
여자 혼자 그것도 패키지를 가서 무슨 재미로 놀고 올 것이냐며. 용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었다. 여행을 오랜만에 가고 싶었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길래 한 번은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나는 회사에 금요일 반차를 쓰고, 청주에서 인천공항을 갔다. 청주공항 출발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여하튼.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무려 출발 5시간 전이었다.
10시 출발인데 오후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것! 설렘이 지나쳐서 5시간 인천공항 노숙을 하게 되었다. 홀로 가는 여행이라 함께 시간을 때울 사람도 없었고 할 일도 없었다. 그나마 내게 있었던 건 비행기에서 보기 위해 다운로드하여놓은 영화였다.
2시간을 영화로 때우고 나니 대강 탑승할 시간이 다가왔다. 탑승권을 받고 짐을 부치는데 왜 이렇게 심장이 콩닥콩닥하던지. 일을 하고 와서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들떴었다. 나처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인지 가족단위가 특히 많았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출발시간이 급박한 사람들이 새치기를 하며 죄송하다고 지나갔는데, 나는 급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내 앞에 사람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긴긴 기다림을 이겨내고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 공항에 내렸다. 하노이 공항에 내려도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베트남 입국심사를 하는 사람들의 속도가 한국의 3배 정도 느렸고, 한국사람들은 기다리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주변에서 한국말로 계속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나는 하필이면 줄을 또 제일 길고, 제일 느린 줄에 섰었다. 내 줄에 있던 사람들이 다른 줄로 아예 이동을 하는 것도 몇 번 있었고, 이동한 사람들이 다른 줄 끝번으로 섰음에도 나보다 먼저 입국심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옮길걸. 하고 후회를 했다.
12월의 베트남 날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추웠다. 5년 전 11월에 다낭에 갔을 때는 더웠던 것 같은데, 12월 하노이는 추웠다. 챙겨 온 옷들은 여름날씨에 맞는 옷들 뿐이었는데 공항에서부터 추운 날씨에 여행이 망했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