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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Dec 06. 2023

돈 센스 (Money Sense)는 타고나는 것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견해 (feat. 돈 센스가 없으면 어떡하나)

찰리 멍거의 생전 인터뷰

현재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부자인 워런 버핏의 오른팔이자 오래된 친구 찰리 멍거가 2023년 11월 27일 향년 99세로 세상을 떠났다 (RIP 멍거). 멍거는 훌륭한 투자자였고 그와 버핏의 신뢰 관계는 대단했다. 멍거의 사망 소식은 다음날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 실렸다. 아직도 신문에는 그를 추모하는 기사들이 많이 올라온다. 올라온 기사들을 읽다가 우연히 멍거가 2019년도에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와 이야기한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았다. 


기자가 멍거에게 "워런과 당신, 그리고 잭 보글 (뱅가드 그룹의 창립자이자 인덱스 펀드의 선구자)같이 높은 기업 행동 기준을 촉진할 수 있는 후세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찰리 멍거는 꽤 긴 답변을 했는데 이 답변 중 나의 눈길을 끈 건 다음 문장들이었다.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데, 일생 동안의 경험을 통해 워런과 나는 정확히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기 위해서는 투자와 돈에 대해 자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정 종류의 지성이 필요합니다. 워런은 이것을 '돈 센스' (Money sense) 또는 '돈 지성' (Money mind)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오랜 세월을 살면서 깨달은 것은 사람들은 이 돈 센스를 타고나거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며, 타고나지 않은 센스는 노력을 통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가르쳐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에서는 이 돈 센스를 가진 사람들에게 권한을 넘기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타고난 재능, 선물 같은 것입니다. 

멍거의 답변을 읽다 보니 요즘 틱톡에서 슬릭백 춤으로 유명해진 중2학생이 떠올랐다. 어떻게 슬릭백을 추냐고 묻는 질문에 "그냥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된다는 그의 답변이 허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능이 있으니까 그냥 저렇게 말하나 보다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돈 센스가 없으면 어떡하지? 잭 보글이 제시한 답

많은 경우 돈 센스가 있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돈 쪽에서 남다른 면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백종원 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음료수가 캔 대신 유리병에 담겨 팔리는 걸 보면서 '저 음료수 공병들을 모아서 팔면 돈이 되겠다'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학교 리어카를 빌려 공병을 잔뜩 모아 고물상에 갖다 팔아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참 떡잎부터 남다른 아저씨다.


워런 버핏, 찰리 멍거, 백종원의 어린 시절을 보며 생각하는 건데 나는 그들처럼 타고난 돈 센스는 없다. 그렇지만 타고난 능력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기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돈 센스가 없는 것을 인정하고 지금의 나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겸손한 마음으로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시간을 내 편으로 삼아 천천히 부를 축적하면 된다.  


위의 인터뷰에서 나온 잭 보글은 투자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는 우리가 지금 흔하게 듣는 '지수투자',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이다. 그가 대단한 이유는 타고난 돈 센스가 없는 사람도 꾸준한 인덱스 펀드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가 고안한 저렴한 비용, 광범위한 시장 지수 투자는 그 시대의 혁신이었다. 지수 투자는 투자 전략의 하나로 주식 시장의 특정 지수 (시장 지수)를 따라가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S&P500, NASDAQ, 한국의 KOSPI가 이 지수의 몇몇 예이다.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개인이 주식을 개별적으로 선택하거나 거래할 필요가 없어 단순하고 운용비용이 낮다. 단순함, 다양성, 그리고 장기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보글의 철학은 지금도 무수히 많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가 창립한 회사 뱅가드 (Vanguard)는 미국의 대표 투자 회사로 남아있다.


재미있게도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지수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찰리 멍거는 집중적으로 좋은 투자처 몇몇 개를 골라 투자하는 것을 지지했다.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헤서웨이 또한 지수 투자를 하지 않는다.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 또한 마찬가지다. 대가들이 지수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또한 지수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까?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머니 센스가 있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이 센스가 없다. 이걸 인정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성공적인 지수 투자를 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다. 


버핏은 자신과 평균레벨의 투자가가 다른 것을 아는 거 같다. 그는 자신의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족스러운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합리적으로 잘 작동할 수 있는 확실한 경로를 따라야 합니다. 간단하게 유지하고 대단한 수익을 추구하지 마세요. 빠른 이익이 약속되면 빠른 '사양합니다'로 응답하세요." (2013)
"내 의견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S&P 500 지수 펀드를 소유하는 것입니다. 다른 것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인데 이유는 그 다른 것들이 그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0)

나의 한계를 인식하는 겸손함, 과소비하지 않는 절제심, 재미없는 지수 투자를 꾸준히 유지할 수 인내심 있다면 누구든지 부자가 될 길이 보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창시자 아담 스미스는 이렇게 생각했다. 약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활 상태를 개선할 유일한 기회가 있는 곳이 자본주의 사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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