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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Aug 01. 2024

요즘 미국 Z세대 남학생 패션

반바지는 짧게, 양말은 길게

파리 올림픽 경기를 보는 게 요즘 하루의 낙이다. 며칠 전 남자 스케이드보드 결승전을 보던 중, 미국 선수가 화면에 잡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즘 캠퍼스에서 늘 보는 Z세대(Gen Z) 학부생들과 똑같은 스타일 아닌가.

무릎 한참 위로 올라오는 짧은 반바지, 종아리 근처까지 오는 긴 흰 양말.
귀에는 에어팟, 손에는 아이폰.
미국 스케이트 보드 국가대표 선수 Jagger Eaton (출처: NBC Sports YouTube Channel)

강한 햇빛에 그을려 구릿빛이 된 남학생들이 색깔만 다를 뿐 비슷한 스타일의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에 새하얀 크루 삭스를 신고 강의실 뒤쪽에 일렬로 쭉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트렌드를 따르는 건 어느 나라 학생이나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때 신발은 운동화뿐만 아니라 크록스같은 슬리퍼도 많이 신는다. 


강의 첫날에는 깔끔하게 이발하고 온 남학생들이 중간고사기간이 가까워지면 하나둘씩 그루밍에 손을 놓는다. 백인 남학생들은 곱슬머리가 많은데, 이맘때쯤이면 강의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머리가 계속 곱슬곱슬 퐁실퐁실하게 자라나는 게 눈에 보인다.


본격적인 중간고사기간이다. 이젠 애들이 머리 감는 것도 포기한 듯싶다. 하나둘씩 캡모자를 푹 눌러쓰고 세상 피곤한 얼굴로 강의실에 들어온다. 길어진 머리에 딱 맞는 캡모자를 쓰니 곱슬머리가 옆으로 삐져나온다. 마치 이 국대처럼.

당신을 보니 순간 시험기간 남학생들이 생각났소. (출처: NBC Sports YouTube Channel)

시험기간이 끝나면 좀 살만한지, 머리도 자르고 면도도 하고 샤방해진 모습으로 수업에 온다. 그리고 학기말이 가까워지면 다시 똑같은 헤어스타일로 돌아간다.


작년에 스탠리 텀블러가 핫템이 되었다. 하지만 이 유행은 여학생들이 주도하는 것 같고, 남학생들이 스탠리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건 잘 못 봤다.


스탠리 텀블러대신 남학생들은 손잡이 있는 1 갤론(3.78L) 짜리 물을 들고 다니거나 원통형의 물병을 들고 다닌다. 매번 1 갤런사이즈 물을 들고 다니는 남학생이 신기해서 " 하루종일 이 물통 들고 다니는 거 안 힘드니?"라고 물어보니, "전혀요, 이렇게 해야 물 많이 마셔요."라고 말한다. '넌 에너지가 넘쳐서 좋겠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Gen Z 남학생들의 물통 (출처: 월마트, 아마존)

밀레니얼(M) 세대인 라떼 시절에는 남학생들이 허벅지가 보이는 반바지를 입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최소한 무릎에 닿는 길이의 바지를 입었다. 심지어 반바지가 무릎을 가리는 게 이상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양말은 반대로 짧은 발목양말을 신었다. 

M세대 남편한테 요즘 Z세대 스타일 반바지를 사 입어 보라고 하니, 길이가 짧아 부담스럽다고 한다. M과 Z가 다른 세대임을 반바지 길이로 다시 한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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