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였던 날
"야, 이거 지금 사두면 무조건 오른대."
그 한마디에 흔들렸다.
평소엔 관심도 없던 주식 앱을 깔았고,
주변 친구가 추천한 기업 이름을 검색했다.
재무제표? PER? 그런 건 몰랐다.
그저 그 친구가 잘 아는 것처럼 보였고, 나만 뒤처질까 봐 무서웠다.
그렇게 내 첫 투자는 시작됐다.
근거는 없었고, 감정은 많았다.
기대, 불안, 그리고 약간의 허세.
내가 처음 산 주식은
한때 테마주로 떠올랐다가, 지금은 이름조차 바뀐 기업이었다.
'친환경', '정책 수혜', '3배 간다'는 말에 혹했다.
뉴스는 좋았고, 커뮤니티 분위기는 뜨거웠다.
그런데 막상 사고 나니
3일 만에 -17%
내 통장에 찍힌 빨간색 숫자를 보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앱만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지금 팔아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이건 투자가 아니라, 심리 게임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종목을 산 건 수익 때문이 아니었다.
뒤처지기 싫은 마음,
잘 아는 사람 옆에 붙고 싶은 불안,
나도 뭔가 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
투자라기보단,
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게 아주 값진 수업료를 안겨줬다.
그 후 나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떤 종목이든 뉴스와 커뮤니티보다 차트를 먼저 본다
누군가 추천하면, 일단 사지 않고 3일을 관찰한다
나만의 투자노트에 사기 전 이유, 사는 이유, 팔 이유를 쓴다
투자는 숫자의 게임이기도 하지만,
기억의 게임이기도 하다.
내가 왜 이걸 샀는지 잊는 순간부터
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내가 처음 투자한 종목은 사라졌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감정으로 움직였던 손가락,
확신 없는 클릭,
그리고 지켜만 보던 나.
그날 이후 나는,
무언가를 사기 전에 나 자신부터 점검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 돈은 소중하고,
그 돈을 굴리는 내 마음도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