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는 쌓였지만, 마음은 지쳤다
카페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우연히 '앱테크'란 단어를 발견했다.
앱으로 재테크를 한다니, 왠지 노력 안 해도 돈 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혹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걷기만 해도 포인트가 쌓이는 앱,
영수증 찍으면 적립되는 앱, 뉴스 읽으면 돈이 된다는 앱..
핸드폰에 앱이 10개 넘게 깔렸다.
일상이 조금은 알뜰해지는 것 같았고,
왠지 나도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달 후,
그 앱들은 하나둘 삭제되기 시작했다.
앱테크는 분명 돈이 되긴 했다.
걷기 앱은 100보당 1포인트.
뉴스 앱은 하루 3개 기사 읽으면 5포인트.
영수증 적립은 하루 최대 30포인트.
계산해보니 하루에 벌 수 있는 총합은 약 100200포인트.
한 달 꼬박 해도 3천5천 원 수준이었다.
물론 노력 대비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귀찮음'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했다는 거다.
앱 실행하고, 포인트 눌러주고, 광고 보고, 때론 로그인이 풀려있고...
습관화되기엔 지나치게 손이 많이 갔다.
처음엔 포인트가 오를 때마다 작은 성취감이 있었다.
하지만 포인트는 점점 쌓여도 내 통장 잔고는 여전히 같았다.
앱 속 숫자만 늘어날 뿐
그게 진짜 돈이 되는 데에는 여전히 몇 번의 클릭과 인증과 인내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앱을 위한 앱테크'만 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대부분의 앱을 삭제했다.
대신 그 시간에
지출 내역을 정리했고, 소액 자동이체 저축을 추가했고,
ETF 계좌를 매주 살펴보는 루틴을 만들었다.
앱테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익은
'포기할 줄 아는 선택'이었다.
나에게 맞지 않는 방식은 과감히 놓고,
지속 가능한 습관을 찾는 데 더 집중했다.
앱테크를 완전히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목적과 성향에 따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소비가 적고, 실사용 앱이 몇 개뿐이라면
포인트 앱을 소소하게 병행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사무직처럼 일정한 시간에 모바일 확인이 자유로운 사람이라면
루틴처럼 앱테크를 할 수 있다.
월 1만 원 포인트로 커피 사기, 문화생활 비용 만들기 등
목표가 작고 명확할수록 동기 부여가 오래간다.
앱테크를 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진짜 원했던 건 돈을 더 모으는 방법이 아니라
내 생활 속에서 돈을 의식하는 습관이었다는 걸.
포인트 몇백 원보다,
매일 지출을 돌아보는 루틴이 더 나를 바꿔줬다.
포기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는 더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재테크를 이어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