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비상금 통장이 내 마음을 다시 세운 시간
내 통장에 찍힌 숫자가
나의 전부인 줄 알았다.
3,200원 남은 잔액을 볼 때마다
나는 괜히 작아졌고,
뭔가에 자꾸 미안해졌다.
친구의 저녁 초대를 피했고
카페에서 물만 마셨고
버스비를 아껴 걸었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무너지지 않으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안의 무너짐과 싸웠다.
정말 작은 결심이었다.
1,000원. 3,000원.
가끔은 천 원을 빼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 통장은 조용히 속삭여줬다.
"넌 괜찮아. 지금 잘하고 있어."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통장을 열어볼 때마다
숫자보다 먼저
마음이 편해졌다는 걸.
불안이 줄었고
내가 나를 조금 더 믿기 시작했다.
잔액이 늘지 않아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아도
조금은 당당해졌다.
작지만 계획된 돈은
나를 지켜주는 감정의 울타리가 되어줬다.
급한 소비보다
다음 주의 나를 먼저 생각했고
욕심보단 여유를 택하려
하루하루 연습했다.
숫자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쌓여 있는
내 마음을 다시 보기 위해.
그 마음이 조금씩 쌓여가자
어느 순간, 숫자도 함께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