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통장을 보며 처음으로 존중을 생각했다

수입이 끊기자 내가 나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다

by 머니데일리

퇴사 직후, 불안보다 먼저 온 건 '멍함'이었다

퇴사 날.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무언가 해방된 줄 알았는데


정작 집에 돌아와 앉았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멍함'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조용한 공포.


돈 걱정은 늦게 온다. 다만, 더 깊게 온다

생각보다 하루 이틀은 괜찮았다.
계속 회사 다녔으면 이랬겠지, 싶은 시간.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계좌를 열어보는 게 무서워졌다.


들어오는 돈이 없다는 건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유지할 수 있냐'는 질문이 계속 따라붙는 일이었다.


지출보다, 나를 깎는 일이 더 무서웠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커피를 끊고, 배달앱을 지우고, 책을 빌려 읽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돈을 아낄수록 마음도 같이 줄어들었다.


"이거 내가 써도 되나?"
"내가 이만큼 가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어느새
내 통장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을 재단하고 있었다.


존중은, 남이 아닌 '나'를 향해 있어야 했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돈을 쓰는 기준은 '절약'이 아니라 '존중'이어야 한다는 걸.


내가 어떤 마음으로 퇴사를 결심했는지
그걸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 끝에 남은 건
'나는 나를 존중하고 있는가?'였다.


아주 작게, 존중하는 소비를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바꿨다.
모든 소비에 가치 질문을 붙였다.


이건 나를 위한 소비인가,
아니면 불안을 잠시 덮기 위한 소비인가.


그 기준으로 남은 것들은
책 한 권, 따뜻한 음식 한 끼, 햇빛 드는 공간.
그리고 하루 30분의 산책.


지금도 많은 걸 살 수는 없지만
이제는 나를 조금 더 존중하는 방식으로 쓴다.


수입이 없던 시간, 마음의 수입이 생겼다

퇴사 후 3개월.
통장은 얇아졌지만
내 마음은 더 정리되어 있었다.


이제는 지출 내역을 보면서도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다.


비워낸 자리에서
내가 진짜 필요로 했던 것들과
내가 진짜 원했던 삶의 방향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존중은 지출이 아니라 태도였다

나는 여전히 큰돈을 벌지 못했고
미래가 확실하지도 않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이제 나는
돈 앞에서 나 자신을 깎지 않는다.


그게 이 퇴사 이후,
가장 크게 얻은 수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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