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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Feb 21. 2018

은행은 왜 블록체인을 경계하는가

금융은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좋은 산업입니다. 돈이라는 재화가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근대적 금융 산업의 시스템이 형성된 이후로 업그레이드가 많이 이뤄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해외 송금에는 여전히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은행 업무 시간 내에만 해결해야 하는 일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금융기관 간 정보공유는 제한적이어서 다양한 상품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한 금융기관으로부터의 개인 정보 유출 문제는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죠.


블록체인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블록체인은 신뢰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 사이의 거리를 좁힙니다. 그리고 정보를 암호에 기반해 다수의 노드(Node)로 하여금 지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미들맨(Middle Man)으로써 하던 역할을 자동으로 해결하는 것이죠. (물론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노드의 참여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0'으로 수렴하진 않습니다)


해외의 유수의 금융기관은, 그래서, 블록체인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먹거리를 잠식할 수 있는 큰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이기 때문이죠. 우제좡 13대 중화인민공화국 정치협상회의위원은 "블록체인은 향후 10년간 금융기관 수를 절반 이상으로 줄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행동력 있는 금융기관은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은행과 증권사도 블록체인에 꽤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다소 거리를 두는 입장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1. 너무도 관료화된 조직, 블록체인을 받아들일만한 리더가 없다


업이 오래될수록 조직은 관료화됩니다. 그러다가 위기에 봉착하게 되면 조직은 업그레이드되는 게 생리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은행은 독과점 시장 속에서 다른 산업에 비해 안정적인 지위를 오랜 세월 누리고 있습니다. '은행원 = 철밥통'이라는 인식마저 있죠. 연공서열 시스템은 그 어느 산업보다 확고합니다. 그리고 그 지위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은행의 부장과 임원급이 블록체인에 목을 멜 필요가 있을까요? 주니어급 실무자가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2. 당장의 수익이 없으면 실패한 프로젝트가 된다


블록체인이란 새로운 개념이 태어난 지 10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은둔기를 빠져나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죠.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통해 당장의 수익을 거두는 것은 힘듭니다. 아니, 수익 모델조차 검증된 것이 없습니다. 수많은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안에서 더 많은 수의 Dapp이 태어났지만, 갈길은 멉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어두운 방에서 손으로 더듬어 어딘가 숨겨져 있는 동전을 찾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은행은 안정적 수익에 익숙합니다. 확실한 담보와 숫자가 없으면 회의적인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죠.


그래도 돌파구는 있다


그럼에도 은행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합니다. 조직 내부의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돌파구를 외부에서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은행뿐 아니라 외부에서 혁신을 찾는 것은 모든 거대 조직에게 중요합니다. 삼성, SK, 롯데 등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 같은 목적 때문입니다.


부분적으로 블록체인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것,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교류하는 것, 블록체인 전문가를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것, 이 모든 행위가 동시에 이뤄져야 은행 등 조직이 앞으로 10년 동안 진행될 패러다임 시프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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