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펀드투자
‘묻지마 투자’는 주식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2007년과 2008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뜨거울 때 많은 사람들이 주식과 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투자자들은 눈물의 손절매를 해야만 했다.
그 당시만 해도 펀드 판매하는 직원들은 펀드가 앞으로 오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만 하고, 정작 위험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다. 실제 불완전 판매는 굉장히 많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실수가 하나 혹은 두 개의 펀드만 가입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펀드에 많은 돈을 넣기도 했다.
펀드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잊어선 안 된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재테크의 핵심은 포트폴리오 투자다. 100만원을 투자하더라도 포트폴리오는 당연하다.
펀드를 여러 개 가입하면 더 비용이 들까? 아니다. 펀드의 비용은 %로 계산된다. 이를테면 총보수가 연간 0.38%이고, 이 보수는 판매보수 0.1%, 운용보수 0.2% 수탁보수 0.06%, 사무보수 0.02%로 구성돼 있다. 100만원으로 하나의 펀드를 가입하나, 10개의 펀드에 투자하나 수수료는 비율로 적용되기 때문에 더 비싸거나 싸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펀드마다의 보수는 모두 다르다.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저널(Financial Analysts Journal)은 수익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분산투자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펀드는 이미 여러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했기 때문에 우리는 한 차례 분산투자가 진행된 것이고, 여기에 펀드를 여러 개 나눠 투자하게 되면 다시 한 번 투자를 아주 넓게 분산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시장 상황이 불안할수록 분산투자의 힘은 더 커진다.
여러 펀드로 포트폴리오 짜기
그렇다면 어떤 펀드들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여기 가이드라인이 있다.
1. 안전한 채권형 펀드와 공격적인 주식형 펀드 조합
국채나 우량 회사채의 투자 위험은 매우 낮다. 특히, 국내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차손에 대한 위험도 없다. 이 채권 펀드는 당신의 포트폴리오에서 바닥을 다지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꾸준히 이자 수익을 낼 것이며, 금리가 내리는 상황에선 채권가격이 올라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경기가 어려워 지면 안전한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채권펀드의 수익성은 좋아진다.
공격적인 주식 펀드는 장기적으로 당신에게 평균 이상의 수익을 줄 수 있다. 물론 손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채권 펀드와 조합을 이루었기 때문에 주식 펀드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채권 펀드에서 일정 수준 보완을 해준다.
2. 두 개 이상의 국가에 분산해 투자하는 펀드 조합
세계 경제는 복잡한 역학관계를 이룬다. 미국 경제가 로켓에 올라탄 듯 호황을 누릴 때 브라질이나 러시아와 같은 자원부국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본이 승승장구할 때 우리나라는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주식 시장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은 선진국은 동남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등보다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대신 쉽게 폭삭 망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투자의 일부를 이런 선진 시장에 배팅해야 하는 이유다. 이들 국가는 세계 경제의 트렌드를 지배하고 있으며, 시장을 이끈다.
잠재력은 신흥국에 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브라질의 경우를 살펴보자. 브라질은 자국 통화인 헤알화의 가치가 폭락하고,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이 무너진 후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정부의 부패까지 더해져 악화일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다. 바로 어려운 상황에서 체질개선이 이루어지며 브라질이란 국가가 없어지지 않는 한 경제는 언젠가 되살아난다. 물론 변동성이 큰 시장에 대한 투자는 분할매수, 분할매도로 대응해야 함을 잊지 말자.
3. 섹터 투자 펀드와의 조합
경제가 불황이어도 성장하는 산업은 반드시 있다. 최근 각광받는 투자 섹터는 ‘헬스케어(Healthcare)’와 ‘테크(Tech)’다.
미국을 선두로 건강에 관련된 의약품과 기계장치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 여파는 다른 국가에도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수 십 년 동안 주가에 큰 변화가 없던 제약사에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들 제약사들에 대한 투자자의 시각이 달라지면서 주가는 그야말로 몇 배에서 몇 십 배 상승했다.
테크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그리고 O2O 비즈니스 등과 접목되면서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은 어마어마한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섹터 투자 펀드는 포트폴리오에서 전략적인 포지션을 맡는다. 즉, ‘높은 위험, 높은 수익(High risk, high return)’에 해당하는 배팅이다.
투자 비중 조절하기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 비중을 결정해야 할까? 역시 정답이 없다. 이것은 순전히 당신의 투자 성향에 달렸다. 보수적 투자자라면 채권 펀드와 선진국 펀드에 투자 비중을 크게 가져갈 것이고,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주식 펀드와 신흥국, 혹은 섹터 펀드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참고할만한 법칙이 있다. 바로 ‘100 – 나이 법칙’이다. 100에서 내 나이를 뺀 만큼을 주식이나 신흥국 펀드처럼 공격적인 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안정적인 펀드에 배팅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25세의 사회초년생은 75%를 공격적 펀드에 나머지 25%를 안정적 펀드에 투자하는 거다. 젊을수록 투자기간이 길어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안정적 투자를 권유한다.
오랜 기간 펀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다 보면 투자 비중이 변한다. 주식형 펀드가 큰 수익을 거뒀다면 해당 비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커질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이를 먹어 안정적 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더 늘려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부 주식 펀드를 환매하고, 그 돈으로 채권 펀드를 추가 매입하게 되면 공격적 펀드와 안정적 펀드 간 비중을 재조정(Rebalancing)할 수 있다.
다른 변수도 많다. 로또와 같은 복권에 당첨됐다거나 상속 혹은 증여를 받았다거나 아니면 사업이 망해 급전이 필요하다면 펀드 포트폴리오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 전체에 대해 어떤 변화를 줘야 할 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