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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Oct 17. 2019

경력이 나를 쌓다

무슨 일 하세요?


타인을 만났을 때,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명함을 서로 주고받은 후 묻는 질문은 "무슨 일을 하세요?"다.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는 일이 나의 정체성, 즉 아이덴티티(Identity)가 된다. "그 전엔 무슨 일을 하셨나요?"도 이어지는 물음이다. 물음과 물음이 이어지면서 나의 경력은 타인이 바라보는 '내'가 되어간다.


삭막한가? 그러나 '업(業)'에 직장인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 가장 많은 정신력을 소비한다. 타인에게 보여줘도 되는, 그리고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이기도 하다. 업에 대한 경험은 연애, 결혼, 자녀, 취미, 비밀 등 사적인 영역과 분리된다.


나이가 들고 회사를 옮기고 전문성이 더해가면서 직장인의 아이덴티티는 강화된다. 편견 혹은 편향 역시 직업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공무원은 보수적일 것 같고, 창업자는 진취적일 것 같으며, 영업맨은 사교적일 것 같다. 기자는 마당발일 것 같고, 의사는 꼼꼼할 것 같고, 디자이너는 감각적일 것 같다. 맞을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다. 다만 타인은 그렇다고 가정한다. 그러한 가정은 나의 활동 반경을 넓히기도 하고, 제약하기도 한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만


초면의 아이덴티티는 그렇게 업에 영향을 받는다. 대화를 할수록 여러 번 만날수록 편견과 편향은 줄고, 진짜 아이덴티티는 서서히 드러난다. 어렴풋하고 희미하던 사람의 모습이 더 선명해진다. 선명한 나를 드러낼 때 우리는 선명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마당발인 공무원, 진취적인 의사, 감각적인 영업맨, 꼼꼼한 기자, 사교적인 창업가처럼 업과 캐릭터가 더해지면 상대방은 제안을 던지기 쉬워진다.


그래서 직업과 성격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프로파일러(Profiler)를 떠올려보자. 그들은 여러 정보를 조합해 캐릭터를 추정한다. 그 정보는 중요한 것과 소소한 것 모두를 아우른다. 때론 작은 실마리가 결정적일 때도 있다. 명함을 건네는 태도, 옷 매무세, 표정, 제스처, 에티켓 등은 업과는 다른 정보를 상대에게 전달한다. 대화 중간중간 짧은 정보도 영향을 준다. 특히 대화의 윤활유가 되는 위트는 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중요한 포인트는 하나 더 있다. 텍스트다. E-mail 혹은 문자를 비롯한 SNS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아이덴티티를 다듬을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며, 나를 표현한 텍스트를 전달하자. "우리가 이야기 나누었던 XXX에 대해 저 역시 큰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정확한 메시지를 보내자. 상대방은 흐릿했던 당신에 대한 전제를 명제로 바꿀 것이다.


브랜딩 하세요


삼성, 롯데, 쿠팡, 카카오, 토스, 배달의 민족. 우리는 특정 기업의 이름마다 다른 감정을 느낀다. 우호적일 수도 적대적일 수도 있다. 고급스러울 수도 친근할 수도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넓어질수록 사람들 역시 다른 이를 '브랜드'처럼 인지한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이야기할 땐 그 사람의 '브랜드'가 어떤지에 대해 말한다. 구체적인 설명에 추상적인 느낌이 더해진다. "그 사람은 OOO에서 근무하고, ZZZ라는 일을 맡고 있어. 꽤 적극적인 편이야."


기업의 브랜딩이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듯, 우리도 마찬가지다. 또 기업이 브랜딩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처럼 우리도 나의 아이덴티티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하고 싶다면.


Shall We 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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