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경제와 기업 분석하기
모든 재테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자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경제 분석’이다. 투자를 잘 한다는 것은 미래를 잘 읽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크게 두 가지에 대해 분석하고 예측한다. 하나는 시장 전체에 대한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자산에 대한 예측이다. 개별 자산은 기업의 주식이 될 수도 있고, 채권 혹은 부동산일 수도 있다.
분석의 단계
먼저 무엇을 분석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만약 채권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채권 시장의 전반적인 동향에 대해서, 그리고 해당 채권을 발행한 기업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자산들이 무엇인지, 투자기간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즉, 내가 돈을 굴릴 수 있는 기간이 3개월밖에 되지 않는데 채권 시장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은 아니다.
어떤 것에 대해 분석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다음으로 할 일은 해당 투자 대상의 과거 성과를 알아봐야 한다. 먼저 대략적인 가격 변화의 차트를 보도록 하자. 우리는 차트를 통해 그 자산의 가격이 얼마나 크게 변동하는지 알 수 있고, 굵직한 경제 사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부동산의 가격은 리먼브라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대형 사건과 각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영향을 받았다. 정부의 대책은 대체로 부동산 가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외부의 경제 쇼크는 가격을 떨어뜨리곤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계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다시 부동산을 예로 들어보자. 내가 투자하려는 부동산 근처에 다른 거래됐던 부동산과 비교를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그 부동산을 임대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바탕으로 계산할 수도 있다. 만약 연간 임대료로 1000만 원을 벌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수익률을 10%라고 한다면, 내가 원하는 그 부동산의 최고 가격은 1억 원일 것이다.
네 번째로 자료를 모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잘못된 정보는 잘못된 결과를 낼 뿐이다. 공신력 높은 정보에 집중하자. 실제 거래된 부동산 거래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중개소를 방문하는 것보다는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조회가 더 현명한 방법이다.
그다음 단계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의사결정의 바탕에는 우리의 경험이 녹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투자 후에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중요하다.
예측은 생각보다 더 어렵다
재테크를 위해 자료를 모아 분석하다 보면 앞으로 설명하는 문제들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 때문에 우리의 예측은 다소 모호해지고, 불확실해진다.
우리가 모은 정보들은 생각보다 부정확하다. 숫자로 표현된 정보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나 연구소에서는 그 일이 일어났던 때보다 한참 뒤에 정보를 발표하게 된다. 자료를 모으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또 분석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라던가 고용률 등은 몇 개월 과거의 지표일 때가 많다.
우리가 많이 참고하는 인덱스도 단점이 있다. 가령 A라는 기업이 코스피 인덱스에 포함돼 있다고 하자. 하지만 A는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적이 악화돼 상장폐지됐다. 그러면 A의 사라진 주가는 더 이상 코스피 인덱스에 반영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생존편향(Survivorship bias)라고 한다. 살아남은 기업들만 인덱스에 반영되고, 무너진 기업들은 인덱스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인덱스는 실제의 상황보다 더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숫자의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 예측이 어렵기도 하지만 수많은 변수 때문이라도 예측은 이미 불가능한 세상이 됐다. 세계의 수많은 경제학자와 미래학자들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은 것만 봐도 그 단면을 볼 수 있다.
2007년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2008년의 거대한 쇼크를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2007년부터 수많은 조짐이 나왔던 것은 사실이고, 일부 전문가들이 경고를 했다. 그러나 그 경고는 충분하지 못했다. 더 위험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적인 금융기관과 연구소도 2008년의 참사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8년 11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런던정경대학을 방문했다. 그녀는 경제학 교수들에게 왜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는지 물었다. 한 경영학 교수는 금융위기의 발생을 예측하지 못한 원인을 집단적 환각 현상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완벽한 답변은 되지 못했다. 영국 경제학계는 2009년 영국왕립학술원 세미나를 거쳐 여왕의 질문에 대한 공개 답변서를 제출했다.
답변의 요지는 이렇다.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애써 외면하려는 부정의 심리와 똑똑한 인물들의 집단적 상상력의 실패 때문에 글로벌 위기를 앞두고 현실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 이 답변도 썩 탐탁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어찌 됐건 세계의 석학들에게도 경제 예측이 어렵다는 것은 증명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