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중 매출 1위를 기록한 퀄컴이 암(ARM)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여러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엔비디아와 암의 기업결합 심사가 '보안'과 '독점' 등의 문제로 승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지난해 9월 전 세계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는 전 세계 애플리케이션프로(AP)의 95%에 설계 기술을 공급하는 업체인 암을 40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기업결합 승인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엔비디아의 암 인수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는 상황입니다.
암의 고객사는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등으로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빅테크들입니다. 대부분이 엔비디아의 직·간접적인 경쟁사이기도 하죠. 이들 중 일부는 엔비디아가 암을 인수한 뒤 본인들에게 설계 기술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엔비디아의 암 인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이들의 본사가 있는 국가도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엔비디아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죠.
먼저 암 인수에 대해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엔비디아의 주가를 볼까요? 엔비디아의 14일(미 현지시간) 주가는 720.75달러로 전날 보다 1.09%(7.74달러) 올랐습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업체 가운데 최근 1년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1년 주가 상승률이 100%에 육박합니다. 암호화폐 열풍(채굴 때 GPU가 필요하죠)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게임 산업의 호황 등으로, 시장이 현재 가장 주목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다음으로 엔비디아가 암을 먹지(?) 못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퀄컴의 주가를 봐볼까요? 퀄컴의 14일 주가는 137.31달러로 전날 보다 2.00%(2.69달러) 올랐습니다. 엔비디아만큼은 아니지만, 퀄컴의 최근 1년 주가 상승률은 58.94%입니다. 퀄컴은 모바일 통신칩 강자입니다. 모든 기기가 IoT화되는 상황에서, 퀄컴도 엔비디아 못지않게 미래가 밝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관련 국가와 기업이 엔비디아의 암 인수를 반대하고 나서는 건 보안과 독점 문제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엔비디아에만 해당하는 이슈가 아닙니다. 엔비디아 자리에 퀄컴을 놓아도 전 세계 매출 1위의 팹리스 기업과 전 세계 AP의 95% 설계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의 결합을 승인할 곳은 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보안과 독점 문제 때문이죠.
따라서 암 매각 자체가 수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암 인수가 무산된다면 엔비디아 주가엔 단기 악재가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와 전 산업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는 여전히 주목해야 할 기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