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감정은 이성을 배신한다
신기한 일이다. 내가 산 주식은 조금 오르다 말고 떨어진다. 또팔면 금새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내가‘마이너스의 손’이라도 되는 걸까? 난 단지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고 싶었던 것뿐인데.
많은 사람들에게듣는 이 이상한 현상은 사실 우리의 본성과 관련돼 있다. 주가는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오르고, 그 반대는 떨어진다. 하지만 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우리는 기계적이지 않다. 오히려 다분히 감성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가는 매일 요동친다. 한 기업에 대한 평가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조금은 지루한 얘기를 해보자. 경제학 이야기다.
전통경제학에선 인간은 위험회피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다. 이 전제에 따라 투자자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일시적으로는 균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금새 균형으로 돌아온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은 다르다.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비상식적인행동도 하고, 곰곰이 따져보면 이상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동안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로 한 수 많은 경제학의 이론들이 왜 딱 들어맞지 않느냐에 대해 행동경제학은 “우린그렇지 않아”라고 말한다.
100만원에 산 주식(혹은 다른 투자자산)이 20% 올랐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팔아 수익을 거두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20% 떨어지게 되면 팔기보단 더 지켜보자는결정을 하게 된다. 수익은 재빨리 현실화하고 싶고, 손실은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어하는 우리의 심리 때문이다. 횡재를 하면 가슴이 요동친다. 하지만 큰 돈을 잃으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우리는 같은 규모의 수익과 손실을 겪을 때 다른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다시 말해 10만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만원을 잃었을 때의 슬픔이 더 크다. 규칙(rule)에 따라 투자하는 거대한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급락하는주식을 쉽게 떨어내지만, 개미 투자자들은 쉽게 그러지 못한다. 오히려 돈을 더 들여 이른바 ‘물타기’를 하곤 한다.
주식시장의 어마어마한 거래량을 보라. 기업의 활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빠르지 않다. 매 분기마다 실적을 발표하고, 의미 있는 전략적 변화는 일 년에 몇 차례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주가는 매일매일 변한다. 어제는 호재로 급등했다가 오늘은 악재로 급락한다. 이는 뉴스를 해석하는 우리의 능력이 그리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처한 상황과 투자 경험, 그리고 지식이 버무려져 새로운 소식에 대해 평가한다. 그리고 그 평가들은 각기 다른 모습이다.
냄비 같이 뜨거워졌다가 식는 시장의 변화를 바탕으로 돈을 버는 냉철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급락하거나 급등하는기업의 주가를 쳐다본다. 그리고선 그 이유가 타당한지 여부를 검토하고,그렇지 않다면 행동에 나선다. 너무 많이 올랐다면 공매도를 하고, 너무 많이 떨어졌다면 주식을 사들인다. 이른바 역발상 투자를 감행하는것이다.
평생에 걸쳐 우리는 아찔한 수익을 거두기도 할 것이고, 아쉬운 손실을 보기도 할 것이다. 불가능할 일인지 모르지만, 성공적인 재테크를 위해선, 나의 손익에 대해 냉정히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물론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