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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쇼츠 Apr 29. 2016

결혼 그리고 M&A, 미묘하게 닮은

인연을 찾아 떠나는 길


기업은 끊임없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심사숙고해 인수 대상(Targets)을 찾아다니고, 실사(Due diligence)를 하고, 계약(SPA)을 체결하고, 인수후통합작업(MPI)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도 M&A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대외변수에 무너지기도 하고, 잘못된 통합작업 때문에 시련을 겪기도 한다. 때론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얻는 소득보다 지출이 많기도 하다.


결혼은 때론 M&A와 비교되곤 한다. 사랑과 경제적 이윤 추구라는 서로 다는 이유에서 시작되긴 했어도 결혼과 기업 간 인수합병은 닮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가정이란 하나의 단위로 합쳐지는 과정이 M&A와 꼭 같다. 그리고 경제적 문제에 있어선 결혼과 M&A 모두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바로 서로 달랐던 이질적인 두 문화(기업)를 하나로 조화롭게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01_갈등이 아닌 토론이 필요하다


어느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불거지는 문제가 바로 고용 안정성이다. 피인수기업의 임직원은 인수 후 구조조정을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인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한다. 혹은 이직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때론 이런 갈등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M&A가 성사 단계까지 갔다가 회사 직원과의 극한 대립으로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수많은 핵심 인재가 회사를 떠나 알맹이 없는 M&A가 될 때도 있다. 국내 굴지의 IT 기업도 일방적인 M&A를 추진하다가 수 십 명의 핵심인력이 이탈한 회사만 넘겨받기도 했다.


갈등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이질적인 두 단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데 처음부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태도를 견지하느냐다. 힘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도, 대화를 통해 해결을 모색할 수도 있다. 선택은 당사자의 몫이다.


M&A와 마찬가지로 결혼도 성사되기까지 여러 갈등이 생긴다. 사소한 것부터 중차대한 것까지 문제의 종류도 다양한다. 결혼식장은 어디로? 전세냐, 월세냐? 신혼여행은 얼마나 갈지? 등등 남자와 여자의 취향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양가 부모님의 요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킬지에 대한 고민도 생긴다.


필연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누군가 져 줘야 한다고 한다. '센 쪽'과 '받아주는 쪽'이 있으며, 그것이 조화라고도 얘기한다. 하지만 갈등은 켜켜이 쌓이기 마련. 냉정한 기업의 세계만큼은 아니지만, 남녀의 세계란 때론 그 무엇보다 심오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결혼은 연애와는 다른 새로운 단계다. 토론이 아닌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고민하지 말자.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100일의 전략적인 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 동안 두 기업은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 잘 융화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보통의 노력이 아니다. 이들은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 치열한 과정을 어친다. 하물며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위해 '적어도' 100일간의 이해하는 과정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02_한 지붕 두 가족? 경영권은 누가 맡을 것인가


"누가 돈을 관리하나요?"


이 질문을 숱하게 하고 또 숱하게 듣는다. 경제권은 마치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처럼 여겨진다.


A 기업이 B 기업을 인수하면 당연히 A 기업이 B 기업을 경영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경우 B 기업은 A 기업과 떨어져 독립적인 경영을 유지한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도 상당 기간 외환은행의 독립적인 운영을 독려했다. 거대 IT 기업이 작은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바로 인사적 조치를 단행하진 않는다. 시간을 준다. 그럼으로써 피인수 기업이 더 효율적으로 기능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애인의 관계를 마치고 아내와 남편으로써의 역할을 맞이하는 첫 단계에서 '경제권'을 한 명에게 위임하는 것은 조금은 위태로워 보인다. 상대방이 못 미더워 그 결정을 서두르는 것은 더 걱정이다. 누군가가 경제적 감각과 흥미를 잃는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인생에서 겪어야 할 중요한 과정을 빼앗는 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을 두자. 서로가 경제에 대해, 금융에 대해, 그리고 돈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어떤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연애 기간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경제권의 전권을 위임하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공동 관리의 최적화 점을 찾아가도록 하자. 맞벌이라면 각자의 통장을 가지고, 공동 자금을 갹출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하나의 통장을 둘이 함께 관리해도 좋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논쟁은 가정 경제에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03_서로 다른 운용 스타일: 그 사이에서 답을 찾아라


주식 투자를 싫어하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2년 전 자신의 대부분을 자산을 바이오 회사에 투자했다가 끔찍한 손실을 봤다. 그 후론 은행 적금만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반면 여자는 장외주식, 파생상품 등 위험이 높은 곳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두 사람이 합친다면 투자는 원활히 이뤄질까?


투자 스타일이 같은 곳은 없다. 미묘할지언정 회사의 투자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과감한 곳도 있고, 조심스러운 곳도 있다. M&A에서도 각 기업의 성향은 그대로 드러난다. 긴 역사를 지닌 재벌 기업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기업 인수를 검토한다. 반면 사모펀드(PEF)처럼 투자를 업으로 사는 기업은 굉장히 공격적인 자세로 M&A에 임한다.


투자 스타일은 기업, 그리고 개인의 과거 경험, 배경 때문에 갈린다. 특히 경험은 투자에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형 M&A에 실패한 기업이 한동안 다른 M&A를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포트폴리오를 짜면 된다. 투자란 분산할 수 있으며, 여러 자산을 담을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투자 상품이 잘 개발된 때에는 여러 소규모 투자를 동시에 집행할 수 있다.


남자의 불안을 이해한다면 적금에 많은 비중의 투자를 하면 된다. 또 여자의 능력을 믿는다면 일부 자산은 조금은 위험한, 대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면 된다. 이렇게 남자와 여자의 성향이 반영된 포트폴리오는 두 사람 모두 가정의 재정에 관심을 갖게끔 할 것이다.


04_단기보단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대형 M&A는 언론에서 대서특필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바짝 긴장한다. M&A가 마무리된 그 시점이 바로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M&A의 성패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후에 판가름 난다. 인수자는 피인수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장기 전략을 세운다.


언제 흡수합병을 할 것인가, 대규모 투자는 어디에 집행할 것인가, 재무적 투자자(FI)를 위한 출구 전략은 어떻게 짤 것인가, 인수하면서 빌린 돈은 어떻게 갚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하나씩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인수기업과 피인수 기업은 동반자가 되어 간다.


결혼을 하게 되면 그다음, 또 그다음의 도전 과제가 생긴다. 그것은 주택 구입이 될 수도 있고, 2세 계획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됐건 우리는 이제 그 과제에 맞는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인생에 있어 구체적이고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은 흔치 않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우리는 그것을 해내야만 한다.


이 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조언을 하기도 구하기도 어렵다. 각자의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할 게 있다. 상황이 다른만큼 남들과의 비교는 유쾌한 해결책을 절대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벤치마킹 전략은 어느 곳에서나 유효하지만, 그것이 중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혼과 M&A의 오버랩


기업들이 M&A에서 원하는 것은 '1+1=3'이다. 아니 '1+1=2.1'만 돼도 기업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1+1=1.5'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결과가 '0'이 되기도 한다.


결혼의 목적은 행복이다. 누구나 같다. 나 혼자의 생활보다 더 풍요로운 인생을 기대한다. 그러나 난관이 나타난다. 그리고 혼자의 생활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또 누구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하나의 목적만을 가진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에도 한없는 이해와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지닌 누군가를 반려자로 맞이 하는 일이 그보다 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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