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와 고양이의 아름다운 만남
쌍둥이보다 먼저 가족이 된 것은 '심바'입니다. 고양이 심바는 우리가 키우고 보살폈던 첫 생명입니다. 잘 걷지도 못했던 심바는 이제 집안 어디든지 뛰어 올라갈 수 있는 어른 고양이가 됐었습니다. 집안에선 기고만장하지만, 사실은 겁이 많은 고양이 심바는 새로운 가족, 쌍둥이를 어떻게 맞이했을까요?
주위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나는 고양이와 아기를 함께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과 소아과 의사 선생님의 조언이 한몫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아기와 어른의 면역 능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양이 털이 아기에게 나쁘다는 것은 사실은 아닙니다. 청소를 자주 해주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겁니다"라고 격려했습니다. 소아과 선생님은 "이미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와 함께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 아기와도 함께 사는 사례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이미 뭔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까요?"라고 조언했습니다.
마음속으론 '같이 키울 수밖에'라고 생각하고 있던 때에 두 선생님의 의견은 내 뚝심에 힘을 보탰습니다. 양가 부모님의 걱정은 컸지만, 심바를 따로 키울 곳도 없을뿐더러 따로 떨어져 고생할 심바도 걱정이었습니다. 심바는 겁이 많은 아이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와 고양이는 잘 지냅니다. 가장 큰 사건이라면 고양이가 아이의 손을 문 정도입니다. 할퀴는 일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일' 축에는 못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체적으로' 다치는 일이 더 많았고, 더 위험했죠.
아름다운 고양이와 아이의 동거
동물과 아이를 함께 키우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글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다만 와 닿진 않았었죠. '어떤 식'으로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애매모호했으니까. 이제 나는 실증적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분명 정서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아니, 더 나아가 동물과 아이를 함께 키우면 아이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밝고 경쾌해집니다.
쌍둥이 아들 둘 중 하나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합니다. 놀다가 심바가 눈에 들어오면 그렇게 좋은지 활짝 웃습니다. 그리고선 고양이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빤히 봅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만지려는 아이를 경계했던 심바였습니다. 심바도 아기가 궁금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가까이 가면 아기가 만지려 합니다. 둘의 간격이 생겼습니다. 딱 다섯 뼘 정도.
고양이는 먼저 공격하진 않습니다.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고양이는 앞발을 들어 공격합니다. 처음에는 경고성으로 발톱을 숨기고 '펀치'를 날리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발톱을 드러냅니다. 몇 번의 공방전을 거쳐 둘 사이의 간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도움으로 고양이를 만지게 되면, 아이들은 너무 신납니다. 부드러운 털을 만져서인지, 아니면 만지기 어려운 존재와 교감해서인지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성취한 마냥 기뻐합니다. 심바에게 몇 번 물리고 나서 아이들은 고양이를 만지고 싶을 때 나의 손을 대신 활용합니다. 내 손을 끌어당겨 "이용이"라고 말하면, 나는 심바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아이들은 고양이가 "이용~ 이용~"운다고 듣느가봅니다.)
아이들이 잠들면 그제야 심바는 아이들을 탐색합니다. 조용히 다가와 아이들 머리에 코를 댑니다. 그리고 킁킁대고 발길을 돌립니다. 아이들과 심바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아이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들은 좁은 곳에 들어가길 좋아합니다. 내가 만들어준 이불 동굴이나 바구니, 상자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아이와 고양이를 볼 때면 아빠 미소가 절로 납니다. 푹신푹신한 베개와 이불을 좋아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부드러운 감촉이 좋은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심바와 아이들 모두 필요한 게 있을 때 엄마와 아빠를 찾습니다. 심바는 애교를 피우며 간식을 달라하고, 아이들은 강하게 소리치며 '까까'를 요구합니다. 둘의 요구 모두 거절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부모의 밑에서 자라고 독립을 해 이제 내가 누군가를 키우고 있습니다. 모든 동물은 (어쩌면 식물도)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나는 바로 그 전환의 시점, 내가 누군가를 책임지고 키우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이 인생의 거대한 전환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1화에서 2화로 넘어가는 정도보단 더 중대한, 왕좌의 게임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가는 정도의 변화죠.
위와 같은 이유로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조언(?)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겪고 난 이후에야 이렇게 큰 변화구나라고 느낀 것을 어휘로만 풀기는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좋다', '싫다'의 문제가 아니란 것도 절실히 느낍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오롯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고 누려야 하는 가장 중차대한 이슈가 '육아'이지 않을까요?
다시 고양이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심바를 입양하기 전, 나는 아내에게 여러 차례 확인을 했습니다. 고양이를 데리고 오면, 우리는 그 고양이가 죽을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그런 정도의 각오가 없다면, 데리고 오지 않겠다고. 사실 고양이를 키우자고 주장했던 것은 나였지만, 아내의 확고한 입장이 전제되어야만 입양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내 확인 절차에 대해 흔쾌히 답변했습니다. 평생 함께 할 것이라고.
FACT CHECK
(1) 아이와 고양이(반려동물)를 같이 키워면 무엇이 좋나요?
: 2~3세 아이들은 반려동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사회성을 키우게 됩니다. 동물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도시 생활 속에 아이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동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함께 키우 때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 아기가 신생아일 경우 반려동물과 분리해 생활하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기가 기어다니거나 걷게 되면 반려동물과 접촉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아기는 아직 자신의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며, 따라서 반려동물이 위협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기와 반려동물만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임부와 태아는 반려동물과 함께 있어도 문제 없나요?
: 임신을 하면 태아는 무균 상태의 보호를 받습니다. 동물로부터의 세균, 바이러스 감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