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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도 투자고수 될 수 있어!

실패의 기록

by 은총씨

2024년은 미국주식이 부럽게 드럽게 잘 나갔다

마치 천장조차 뚫린 하늘로 뻗어

끝없이 올라가는 놀이기구 같았다.


한국에서 돈에 좀 관심 있다는 서학개미라는 등판을 단선수 들은 구름처럼 엔비디아, 테슬라라는 하늘기차표를 끊으려고 줄을 섰다.


놀이기구에서 뼈가 굵어 잘 타는 거라면 최고인 버핏이란 거인은 차례로 줄을 서는 사람들 사이로 우울한 얼굴을 하고 빠져나왔지만 이미 저 하늘 높이 얼핏 얼핏 보이는 돈다발이란 풍선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 누구도 줄짓는 걸 그만두지 않았다.


사건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어디선가 우주선을 닮은 차를 타고 온 도널드 덕과 닮은 빌런일당이 그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거다. 마치 하늘까지 닿을 것 같았던 기차는 환상처럼 우르르하고 무너진다.


사람은 참 이상하다.

인생이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음지가 양지된다고 지껄이고 다니면서도 막상 자기 삶에서는 조금만 잘되면 교만을 떨고 더 많은 욕심을 부려 망치고 조금만 힘들어지면 죽겠다면서 포기하려 드니 말이다.


투자시장에도 늘 이런 마음들이 상투를 잡고 설거지를 한다. 살짝 발을 담갔다 ‘아 뜨거워!’하며 포기하기도 한다.

마치 수년간 노력으로 몸짱이 된 친구를 한번 노력조차 안 한 나와 비교해 시기하고 괴로워하듯 아무 대가도 없이 숱한 원한과 감정이 담긴 이 투자시장에 떠도는 돈을 쉽게 먹으려는 욕심을 낸다.


도박판처럼 보이는 돈다발이 쉽게 굴러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이 투자판은 사실 인생처럼 전쟁터다. 고수와 초짜, 돈쟁이들과 사기꾼, 온갖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과 편견, 마음들에 평등하게 열어주는 것 같지만 진짜를 얻어가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인생처럼 철저히 공짜가 없는 거다.


반면 진지한 배움을 얻으려는 이에겐 한없이 쉽고 너그럽기도 하다. 그들은 ‘돈은 복사하는 거야! 돈 벌기 참 쉬워!‘한다.


내겐 수백 수천 가지 실패를 기록한 실패노트가 있는데 가끔 꽁꼬로 먹고 싶고 쉬운 길을 가고 싶을 때마다 나는 그 노트를 펼친다. 욕심으로 좀비가 된 나를 멈추기 위해서다. 술 취한 코끼리가 된 내 감정을 다스릴 줄 알게 되고서야 나는 투자시장에서 벌어먹고 살게 됐다.

그 살벌한 고수들 틈 한편에 자리 잡고 작게나마 내 장사를 할 수 있게 된 거다.


인생이 잘 안 되고 투자로 큰돈을 잃었거든 기록을 시작해 보라. 이 실패의 기록은 실패를 가장한 성장의 기록이 되어 내가 가는 길에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주는 마법의 지팡이가 되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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