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른한 봄의 주말
토요일이면 항상 나를 기다리는 별이라는 다방 3층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한 친구의 라인전화가 울리고
전화기 너머 그곳에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힘이 없었다.
몇 년째 뭔가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던 그는
돈이 자꾸 없어져간다며
먹는 것도 아끼고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집에만 있다고 한다. 착하고 몇 개 국어를 하고 뭐든 빨리 배우는 스마트한 그가 안타까워 투자 공부도 제안하고 따끔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지만 그에겐 보따리상처럼 자꾸 지금 못할 이유가 쏟아져 나온다.
안타깝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전화를 끊고 나면 힘이 쭉 빠진다.
더 나쁜 건 어느 사이에선가 그의 전화가 달갑지 않아 져서 착한 그에게 이런 마음이 드는 내 맘에 죄책감이 든다는 거다.
이 삶을 살아본 우리 모두 깨달아가듯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실은 평화로워 보이는 전쟁터다.
아침마다 우린 투쟁을 준비해야 하는 거다.
18 덤벼봐! 확 쓰러뜨려줄 테다! 해도 이길까 말까 한 그곳에
온갖 변명과 흐릿한 정신으로 서있는 건
날 그냥 잡아 드셔주세요.. 하는 거다.
그런 사람을 누구도 도우려고도 자기 팀에 두려고도 하지 않을 거다.
나는 할머니가 돼도 섹시할 거라 마음먹었다.
몸은 늙고 얼굴이 주름이 자글자글 하겠지만 성장을 멈추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쌀 1키로가 얼마인지도 몰랐던 내가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 투자라는 세계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았다. 그때 내가 한 일은 내 작은 발로 한걸음을 걸을 결심을 한 것뿐이고 그 작은 마음을 매일 하찮고 사소하게 키워 나간 거다.
나는 히말라야를 끝까지 등반하는 건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이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작디작은 정신을 포기하지 않은 노인들이라는 말을 믿었다.
신기한 건 이 걸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시시한 것들로 인해 점점 더 해 낼 수 있다는 믿음 또한 커져갔다는 거다.
우리가 할 일은 이런 별거아니게 보이는 먼지같은 고귀한 정신을 키워가는 일이다. 매일매일 우리 정신을 더 가다듬어 치명적으로 섹시해지는 거다.
정신이 섹시해지는 일은 외모를 가다듬어 예뻐지는 것보다 더 아찔하게 유혹적으로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런 관능적인 정신은 외모마저 빛나보이게 한다.
어떤가!
이 생에 한번 이런 치명이가 되어보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