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속에서

by 은총씨

폭풍의 언덕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오래전에 본 영화라 줄거리는 잊었지만 한 여인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언덕에 서 있는 장면만은 아직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우리는 인생이란 폭풍의 언덕 위에 서 있다. 뭐가 닥쳐올지 모르는 피할 곳 없는 그곳에서 두려움이 떨며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그 물줄기를 마주하고 있는 거다. 처음 그 언덕을 오를 때 우리는 너무도 절망스러워 포기하고 도망가고만 싶어진다. 이미 피할 수 없이 앞도 뒤도 막혀있다 느껴질 땐 차라리 촛불처럼 훅 꺼져버리고 싶은 유혹과 싸워야 한다.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볼 수 없고 눈을 뜰 수조차 없어 그냥 그 순간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두 번 세 번 폭풍우 앞에 서게 되면 겁에 질려있어도 용기 내 한쪽 눈을 슬며시 떠 보게 된다. 나 홀로 던져졌다고 절망하던 그곳에 누군가 있다. 앞에도 옆에도 뒤에도..!

신기한 건 누군가는 그 폭풍우를 견뎌가면서도 한 손으로 내 등을 받치고 있었다는 거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 인생이란 파도를 타고 거친 폭우와 폭풍우를 견디는 수많은 또 다른 내가 있었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절망만 하며 다른 이의 머리채를 부여잡기보다 홀로서기 위해 용기 내보자. 그리고 내일은 또 언젠가는 힘겨워하는 누군가의 등을 떠받칠 수 있도록 그저 잠잠히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