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머릿속 계산은 다 엉터리다
바보가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모진 말을 들어도 그 애에게 상처가 될까 봐 속으로만 끙끙 앓고
괜히 규칙에 어긋나는 일을 하거나 하얀 거짓말을 하고도 새가슴으로 혼자 찔려서 잠 못 이루고
내걸 눈앞에서 뺏기고 이용당하는 기분이 들어도
줘버리는 게 맘 편하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하며
내 돈을 못 받아도 말도 못 하지만 나의 걸 빌리면 돌려줄 날짜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천하의 바보입니다.
세상은 자기 거 잘 챙기고
잘 속이고
조금 쓰고 많이 얻으며
나를 위해 남의 상처는 우습게 여기는
계산 잘하는 사람으로 넘쳐나는데
때론 이 바보는 학교에서 더하기 곱하기를 배우고도 빼기 나누기밖에 못하는 자신이 밉고 증오스러워
절망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계산 잘하고 똑똑한 그들이 부럽고
보기만 해도 시원해
이용당하는 줄 알면서도
친구가 되어달라 매달리기도 했죠.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수록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바보를
사람들이 그리워하고
조금 부족한 구석을 채어주려 하며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다루는데 능숙해진 후로
절제가 생기고
좋은 건 이득이 되든 말든 눈치 없이 미련하게 될 때까지 계속하는 힘이 길러져
작고 큰 뜻을 쉽게 이루고 얻으며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베풀었던 것들이 결실을 맺어 삼이 점점 더 풍요로워진 겁니다.
바보는 계산을 못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