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환자는 병원의 거울이다
치과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원장님 실력은 괜찮은가요?”가 아니다.
“왜 그렇게 설명을 잘해주셨어요?”였다.
의술은 일정 수준 이상이면 ‘거기서 거기’라고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
마취가 안 아프게 들어가는지, 말을 얼마나 부드럽게 하는지, 그리고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듣는지가 병원을 평가하는 진짜 기준이 된다.
환자는 병원의 거울이다.
그들은 우리 내부를 보지 못하지만, ‘느끼는 것’으로 병원의 태도와 문화를 판단한다.
한마디 말, 한 줄의 설명, 한 번의 시선 —
모든 것이 그들에겐 ‘병원의 전부’다.
어느 날, 화가 잔뜩 난 50대 남성 환자분이 찾아왔다.
“임플란트를 했는데 2년도 안 돼서 망가졌다고? 돌팔이 아냐, 여긴?”
나는 조용히 그분을 상담실로 안내했다.
"아니, 임플란트는 한 번 하면 반영구적이라면서요! 2년도 못 쓰고 망가지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환자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먼저 "임플란트 시술 후 얼마 되지 않아 보철 부분이 분리되어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다"며 진심으로 사과를 드렸다.
그리고 차분하게 임플란트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임플란트는 3단계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치아 뿌리에 해당하는 픽스처가 잇몸뼈에 단단히 고정됩니다. 그 위에 어버트먼트라는 연결체를 통해 인공치아인 보철물을 씌우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3단계로 나눈 이유는 임플란트가 자연 치아와 달리 치주 인대가 없어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작용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치주 인대는 자연 치아를 잇몸뼈에 고정하면서 동시에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임플란트에는 이러한 치주 인대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치아가 움직이고 교합이 변화하면 픽스처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어버트먼트와 보철물이 분리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자동차의 범퍼가 충격을 흡수하여 차체를 보호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만약 어버트먼트가 분리되지 않고 계속해서 픽스처에 충격이 가해졌다면, 잇몸뼈가 손상되어 임플란트를 다시 심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치아의 맞물림 변화를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분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놀라워했다. "아, 그렇군요. 임플란트는 치주 인대가 없어서 충격에 약하다는 거군요." 라며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곳은 처음이네요. 임플란트가 그렇게 복잡한 줄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정기 검진 꼭 받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상담 후 환자분은 정기 검진을 꾸준히 받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우리 치과를 추천해주었다.
컴플레인은 잘못이 아니라, 이해가 부족할 때 생긴다. 그리고 그 오해를 푸는 열쇠는 언제나 '말'에 있다.
치과 상담실장 시절, 잊지 못할 전악보철 상담이 있었다. 그날 나는 원장님께 꼭 보답하겠다고 결심했다. 전달 매출이 9,800만원으로 아쉽게 목표에 미치지 못했기에, 이번 달에는 꼭 1억원을 넘기겠다고 다짐했었다. 원장님께서는 무리하게 장비를 구매하셔서 손익분기점이 높았고,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항상 나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원장님께 진심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어느 날, 전악보철 상담을 위해 한 환자분이 찾아왔다. 3천만원이라는 가격을 말씀드리자, 환자분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 치아에 3천만원을 어떻게 써요?"라고 되물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3천만원이라는 금액이 생각보다 높았던 모양이다. 다행히 그분은 원장님과 친분이 두터웠고, 3천만원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있는 분이었다.
하지만 환자분은 친구들에게 "치아에 3천만원이나 쓰다니 바보 같다"는 놀림을 받을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 "사실 친구들이 뭐라고 할지 걱정돼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에서 치료에 대한 망설임이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차의 수명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세요? 아무리 길어도 10년은 못 타시겠죠?" 환자분은 "네, 10년은 못 탈 것 같아요."라고 답하며, "그럼 치아는요? 몇 년 정도 사용할 것 같으세요?"라고 되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환자분은 "죽을 때까지요."라고 답했다.
"그럼 환자분에게 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환자분은 망설임 없이 "제 치아죠."라고 대답했다. 나는 다시 질문했다. "왜 치아에 3천만원을 쓰는 게 아깝다고 생각하시는지 아세요?" 환자분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부모님께 무료로 받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 몸은 소중합니다. 스스로를 기계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원래 가치가 클수록 우리는 돈을 적게 내고 있어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렇죠.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비율로 다른 기체와 혼합된 산소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물이고, 그 다음은 음식입니다. 생명에 가장 필수적인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거나 아주 저렴하죠."
환자분은 "어머, 그런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제가 부모님께 아무 대가 없이 몸을 받았다는 생각을요."라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담이 끝난 후, 환자분은 바로 예약금 100만원을 카드로 결제하고, 다음 주에 2,900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했다.
그 순간 나는 엄청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꼈다. 그 달 1.3억이라는 매출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분 스스로 건강의 가치를 깨닫고 치료를 결정하게 도왔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다. 원장님께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게 되어 기뻤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상담에 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뿐만 아니라, 치료가 중간쯤 되었을 때, 그분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치과를 다시 찾았다. 직장이 근처인 성수동이었지만, 집은 일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고 딸의 치료까지 맡겨주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치료를 넘어 환자와의 신뢰를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담실장으로서 그 환자와의 대화는 내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사람의 가치, 그리고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순간이었다.
진심이 전달된 상담은 결제 이상의 신뢰를 만든다.
나는 이 경험들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환자는 병원의 기술을 보지 않는다.
병원의 태도를 본다.
컴플레인은 병원의 결함이 아니라, ‘설명하지 않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상담이라는 것은, 지식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그들이 “치료를 받는다”가 아니라, “자기 삶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병원은 진짜 병원이 된다.
6장 – 실장의 말 한마디가 병원의 인상을 바꾼다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느끼게 된다.
같은 내용을 말해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술적인 설명이 충분했어도, 말투가 건조하거나 억압적이면 환자는 쉽게 마음을 닫는다.
내가 팀장 시절, 나는 원장님의 요청으로 치과 스텝들과 실장에게 상담법을 교육한 적이 있다.
설명 내용은 똑같았다.
하지만 상담 성공률은 달랐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말의 억양, 눈빛, 그리고 ‘대화냐, 교육이냐’의 태도 차이였다.
나는 환자와 이야기할 때,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람처럼 말했다.
반면, 당시 실장님의 말은 설명이라기보다는 지시문에 가까웠다.
결국 상담 성공률은 나와 실장님 사이에서 큰 차이가 났고, 원장님께서는 실장님의 상담 내용을 녹음해보자고 하셨다.
녹음 파일을 듣고 나서야 모두가 그 차이를 인정하게 되었다.
아이 상담은 더 섬세하다.
나는 Myofunctional Therapy(구강 근기능 치료)를 설명할 때, 기술적인 말을 먼저 꺼내지 않는다.
아이에게 중요한 건 실천력이고, 실천력을 끌어내는 건 말이 주는 동기부여다.
나는 세계적인 미인이나 운동선수의 얼굴을 보여주며 말한다.
“이 사람들 대부분 치아와 얼굴 성장이 잘 되어 있어.
안면 성장이 잘 된 사람은, 표정도 다르고 웃을 때도 다르게 보여.
너도 그런 얼굴을 가질 수 있어.”
그리고 웃는 사진을 비교해 보여주며 묻는다.
“너는 어느 쪽 웃는 얼굴을 닮고 싶어?”
아이들은 단번에 말한다.
“이쪽이요.”
나는 안면성장이 잘된 사람의 웃는 모습과 치아를 발치한 교정으로 웃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해는 감동보다 느리고, 동기는 말보다 더 오래간다.
아이에게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남기는 순간, 치료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실장이나 스텝이 자주 빠지는 말실수가 있다.
“환자분이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요.”
“그건 저희가 이미 설명드렸잖아요.”
이 말들은 무의식적인 우위와 선 긋기를 포함한다.
환자는 틀린 게 아니라,
설명을 못 들었거나,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상담에서 컴플레인이 생기면, 무조건 내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불편하셨겠어요.
설명이 부족했을 수도 있어요.
다시 처음부터 말씀드릴게요.”
이 한 문장으로 대부분의 갈등은 풀렸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말의 원칙은 간단하다.
‘비전공자인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한다.’
그건 내가 비전공자로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의학 용어를 풀어내고, 복잡한 구조를 그림이나 비유로 바꾸고, 환자에게는 ‘내가 당신 편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 이 모든 게 ‘실장의 말 한마디’에 담긴다.
말은 가장 값싸지만, 병원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병원에서 일하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단 하나이다.
“우리 모두는 처음엔 ‘비전공자’였다.”
우리와 환자들의 차이점은 단지, 이제 치과 언어들이 익숙해졌을 뿐이다. 라는 사실이다.
7장 환자 불만을 기회로 바꾸는 응대법
환자의 불만은 병원의 결함 때문만이 아니다.
많은 경우, ‘설명이 없었거나, 감정이 먼저 무너졌을 때’ 생긴다.
실장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이것이다:
“불만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관계의 붕괴에서 온다.”
“설명보다, 말의 순서와 태도가 병원의 신뢰를 만든다.”
컴플레인을 다루는 ‘기본 기술’
-응대의 세 단계
사과->공감->설명
-피해야 할 말들
“환자분이 잘 몰라서 그러신 거예요.”
“그건 이미 설명드렸는데요.”
“다른 환자분들은 다 이해하시던데요.”
-효과적인 대화 문장
“저희 설명이 부족했을 수도 있어요. 다시 설명드릴게요.”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 덕분에 저희도 더 고민하게 됐어요.”
2. 그러나 기술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었던 환자
특수 치료는 가격이 비쌌다.
환자는 정말로 필요했고,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랐다.
나는 원장님께 재료비를 설명드리고, “이 환자만큼은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원장님은 동의하셨고, 우리는 제도 안에서 배려를 실천했다.
컴플레인이 ‘돈’이 아니라 ‘절망’에서 시작될 때,
실장의 역할은 시스템을 넘지 않으면서 마음을 담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진정시키려 해도, 듣지 않는 환자도 있었다.
그럴 땐 나는 단호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영업 방해가 됩니다. 환불 도와드릴게요.”
불만을 위한 불만.
그건 설득이 아닌 선 긋기가 답이다.
한 명의 비난이 천 명의 신뢰를 해치지는 않는다.
그럴 땐, 과감히 놓아야 병원을 지킬 수 있다.
-내부 문제에서 시작된 컴플레인
흡연자의 손끝 냄새.
손을 씻고 장갑을 껴도 구강 내에선 감춰지지 않았다.
환자에게 사과했지만, 속으로는 알았다.
이건 내 응대 이전에, 병원의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고 태도로 대응했다.
가끔은 말을 줄이고 무게로 보여주는 것이 실장의 역할일 때도 있다.
-실장이 지켜야 할 것: 환자가 아닌 스텝일 때
환자가 스텝에게 화를 냈다.
나는 조용히 둘을 분리했다.
그리고 환자에겐 이렇게 말했다.
“불편하셨죠. 말씀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러나 그 순간 내 마음은 스텝을 향해 있었다.
스텝이 안정돼야 병원이 안정된다.
실장의 충성은 ‘고객’보다 ‘팀’에게 우선이어야 할 때가 있다.
-나는 병원의 첫인상이었다
실장이었지만,
언제나 **‘병원의 얼굴’**이라는 생각을 놓지 않았다.
환자들이 “실장님 어디 가셨어요?”라고 물을 때,
나는 그들의 기억 속에 병원보다 먼저 남았다는 걸 알았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 미소 한 줄이 병원의 온도를 결정한다.
-실장의 말은 '설득'이 아니라 '신뢰의 번역'이다
컴플레인은 두렵지 않다.
대화의 문이 아직 열려 있다는 증거다.
설득보다 공감이 낫고,
정당함보다 따뜻함이 오래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실장이 감정을 감당할 수 있을 때, 병원은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2부 8장 – 작은 공감, 큰 신뢰를 만드는 방법
신뢰는 거창한 약속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작고도 진심 어린 ‘한 번의 공감’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정확한 해부학 용어나 고급 의료 지식이 아니라,“이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보고 있구나”라는 느낌이다.
치과라는 차가운 공간에서, 실장이 만들어야 하는 건 ‘정보 전달’이 아닌 ‘체온’이다.
1. 손 편지 한 장이 만든 웃음의 연결
우리 병원에 자주 오시는 그분은 신도리코 이사였고, 항상 밝은 미소로 진료실을 들어오셨다.
직원들 모두가 기억할 만큼, 그 환자의 미소는 병원 전체에 긍정 에너지를 퍼뜨렸다.
그러나 그 분은 치주가 안좋으신 분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지 않는 일이 어느 날 일어나고야 말았다. 식립한 임플란트가 빠진 것이다.
정기 검진을 자주 하시는 분이라, 잇몸 상태로 보아 '아슬아슬하다'고 설명했지만, 그 설명이 아무리 맞아도, 환자에게 실망이 남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그날의 표정은 평소와 달랐다. 예약은 잡았지만, 나는 “다시는 오지 않으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나는 고민 끝에 손편지를 썼다.
“선생님의 미소는 저희에게도 치료제입니다. 당황했을 그 분을 위해 내가 느낀 감정을 표연하며 한자 한자 적었지만, 병원에서 환자와 실장의 관계로 만나 그렇게 많은 내용은 적지 못했다. 그리고 이 편지가 과연 통할까? 생각도 했다. 내가 생각 했을 때 내용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예약일이 되어 병원 문이 열렸고, 그 환자분은 다시 내원했지만, 예전처럼 환하게 웃으시진 않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손편지를 건내었다. 그 분의 표정은 놀라움이었었다.
그날 이후, 그분은 우리 병원의 ‘미소의 아이콘’이 되었다.
신뢰는 정보보다 정성에 반응한다.
공감은 설명보다 오래간다.
2. 상담은 정보가 아니라 ‘가치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전악보철, 3천만원의 가치
치과 상담실장 시절, 잊지 못할 전악보철 상담이 있었다. 그날 나는 원장님께 꼭 보답하겠다고 결심했다. 전달 매출이 9,800만원으로 아쉽게 목표에 미치지 못했기에, 이번 달에는 꼭 1억원을 넘기겠다고 다짐했었다. 원장님께서는 무리하게 장비를 구매하셔서 손익분기점이 높았고,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항상 나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원장님께 진심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어느 날, 전악보철 상담을 위해 한 환자분이 찾아왔다. 3천만원이라는 가격을 말씀드리자, 환자분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 치아에 3천만원을 어떻게 써요?"라고 되물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3천만원이라는 금액이 생각보다 높았던 모양이다. 다행히 그분은 원장님과 친분이 두터웠고, 3천만원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있는 분이었다.
하지만 환자분은 친구들에게 "치아에 3천만원이나 쓰다니 바보 같다"는 놀림을 받을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 "사실 친구들이 뭐라고 할지 걱정돼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에서 치료에 대한 망설임이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차의 수명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세요? 아무리 길어도 10년은 못 타시겠죠?" 환자분은 "네, 10년은 못 탈 것 같아요."라고 답하며, "그럼 치아는요? 몇 년 정도 사용할 것 같으세요?"라고 되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환자분은 "죽을 때까지요."라고 답했다.
"그럼 환자분에게 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환자분은 망설임 없이 "제 치아죠."라고 대답했다. 나는 다시 질문했다. "왜 치아에 3천만원을 쓰는 게 아깝다고 생각하시는지 아세요?" 환자분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부모님께 무료로 받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 몸은 소중합니다. 스스로를 기계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원래 가치가 클수록 우리는 돈을 적게 내고 있어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렇죠.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비율로 다른 기체와 혼합된 산소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물이고, 그 다음은 음식입니다. 생명에 가장 필수적인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거나 아주 저렴하죠."
환자분은 "어머, 그런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제가 부모님께 아무 대가 없이 몸을 받았다는 생각을요."라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담이 끝난 후, 환자분은 바로 예약금 100만원을 카드로 결제하고, 다음 주에 2,900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했다.
그 순간 나는 엄청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꼈다. 그 달 1.3억이라는 매출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분 스스로 건강의 가치를 깨닫고 치료를 결정하게 도왔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다. 원장님께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게 되어 기뻤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상담에 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뿐만 아니라, 치료가 중간쯤 되었을 때, 그분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치과를 다시 찾았다. 직장이 근처인 성수동이었지만, 집은 일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고 딸의 치료까지 맡겨주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치료를 넘어 환자와의 신뢰를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담실장으로서 그 환자와의 대화는 내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사람의 가치, 그리고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순간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단순히 치료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상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하나의 신뢰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확장되었다.
신뢰는 설명이 아니라 ‘가치관을 건드리는 대화’에서 생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을 상품이 아닌 존재로 대할 때만 가능하다.
3. 신뢰는 실장이 자신을 다잡는 데서 시작된다
나는 실장으로서 누구보다 상담을 많이 했고, 누구보다 매출 압박을 받았다.
특히 한 달 9,800만 원을 기록한 이후 다음 달 1억 원을 넘기겠다는 책임감은
상담 하나하나를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말을 너무 빠르게 하고 있음을 느꼈다.
마치 ‘이 말을 들으면 설득당해야 한다’는 듯한 느낌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때 멈췄다.
“환자는 숫자가 아니다. 내가 지금 진심을 잃고 있구나.”
그래서 나는 원칙을 세웠다.
“상담은 후회 없이 설명하되, 결과는 내려놓는다.”
“동의하지 않아도 존중하고, 결정을 맡긴다.”
이 기준을 세운 후, 오히려 더 많은 환자가 “다시 와도 여기 오겠다”고 말했다.
신뢰는 내가 ‘욕심’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환자를 위할 때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