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불의 시대

프로젝트 네피

by 머니이룸

1. 백진우 (The First Nephilim)

[시점: 2051년 4월 3일 밤 11시 45분. 제7 핵융합 발전소 정문. D-Day]

하늘엔 붉은 달이 떠 있었다.

슈퍼문(Supermoon).

평소보다 14% 크고, 30% 더 밝은 달.

지구-달 최근접 거리: 356,500km.

조석력: 평소의 1.47배.

하지만 달빛보다 더 밝은 것은 해운대 앞바다였다. 자주색으로 변한 바다가 달빛을 받아 핏빛으로 번들거렸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미 만조가 시작됐다.

해수면이 평소보다 3미터 높았다. 그리고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예측 최고 높이: 해발 15미터.

해운대 평균 고도: 해발 3미터.

12미터 차이.

4층 건물 높이만큼의 물이 도시를 덮칠 것이다.

자정까지 15분.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빨간 카운트다운이 떴다.

[남은 수트 가동 시간: 14분 59초]

"진우야, 준비됐어?"

선호의 목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들렸다.

벙커에서 원격으로 나를 지원하고 있다.

"준비 완료."

나는 심호흡을 했다.

뜨거운 공기가 폐를 채웠다. 수트 내부 온도 이미 42도. 내 체온과 같다.

"개방한다."

발전소 정문.

높이 5미터의 강철 펜스. 철조망. 감시 카메라. 경광등.

그 앞에 1.2톤의 거인이 섰다.

나는 달렸다.

쿵! 쿵! 쿵!

발걸음 하나하나가 아스팔트를 박살 냈다.

텅스텐 카바이드 스파이크가 10센티미터씩 박혔다가 뽑혔다. 바닥에 발자국 구멍이 줄지어 생겼다.

시속 40km.

일반인 전력 질주 속도.

하지만 나는 1.2톤이다.

운동 에너지 = 1/2 × 질량 × 속도²

E = 0.5 × 1,200kg × (11m/s)²

E = 72,600 J

72킬로줄.

소형 폭탄 수준.

정문 경비 초소의 보안요원들이 총을 들고 뛰쳐나왔다.

"멈춰! 멈추지 않으면 사격한다!"

경고 방송이 울렸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사격 개시!"

타다탕! 타탕! 타타탕!

K2 소총. 5.56mm 탄환.

총구 에너지: 1,700 J.

탄환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내 티타늄 외골격에 맞고 불꽃을 튀기며 튕겨나갔다.

팅! 탱! 챙!

장갑판에 탄흔만 남았다. 관통은 없었다.

티타늄 합금 두께: 25mm.

인장 강도: 900 MPa.

소총탄 따위론 뚫을 수 없다.

"비켜!"

나는 정문의 강철 바리케이드를 어깨로 들이받았다.

콰아앙!

두께 20cm 강철판이 종이짝처럼 구겨지며 날아갔다.

무게 2톤짜리 바리케이드가 공중으로 날아가 10미터 뒤에 떨어졌다.

보안 차량 한 대가 내 발길질에 뒤집혔다.

쾅!

1.2톤 발차기.

차체가 180도 회전하며 뒤집혔다.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경과 시간: 47초][남은 시간: 14분 12초]

"1구역 돌파. 2구역 진입."

발전소 내부로 들어서자 공기가 달라졌다.

매캐했다.

그리고 뜨거웠다.

온도: 32도.

습도: 85%.

쉬이이익-

곳곳에서 파이프가 터져 가스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냉각수 증기.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센서가 경고를 띄웠다.

[대기 성분 분석]산소(O₂): 28.3%질소(N₂): 70.1%기타: 1.6%

28% 산소.

화재 위험 구역.

"조심해!"

선호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산소 농도 28% 구역이야. 불꽃 하나만 튀어도..."

경고가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내 수트 발바닥 스파이크가 바닥을 긁으며 스파크가 튀었다.

파앗!

작은 불꽃.

하지만 28% 산소 환경에서는 작은 불꽃이 작지 않다.

순간, 세상이 파랗게 변했다.

콰아아아앙!

폭발음보다 충격파가 먼저 덮쳤다.

소리는 초속 340미터.

폭발 충격파는 초속 2,000미터.

귀가 먹먹해지기 전에 몸이 날아갔다.

쿵!

벽에 처박혔다.

콘크리트 벽에 내 몸 모양으로 금이 갔다.

"크윽!"

시야가 하얗게 멀어졌다.

열 감지 센서가 비명을 질렀다.

[경고: 외부 온도 위험][수트 표면 온도: 83℃][냉각수 비등점 접근]

붉은 불꽃이 아니었다.

파란 불꽃(Blue Flame)이었다.

고농도 산소 환경에서의 연소.

불꽃 온도: 2,000도 이상.

일반 화재의 두 배.

수트 표면 온도가 순식간에 80도를 넘었다.

"진우야! 우측으로 피해! 스프링클러 터진다!"

천장에서 물이 쏟아졌다.

콰아아아-

하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물이 순식간에 증발하며 뜨거운 수증기 폭풍을 만들었다.

치이이익!

수증기가 내 수트를 감쌌다.

온도가 더 올라갔다. 85도. 90도.

"제길!"

나는 불길을 뚫고 달렸다.

파란 불바다를 가로질렀다.

장갑판이 녹기 시작했다. 티타늄 융점은 1,668도. 아직 멀었지만, 표면 코팅이 타들어갔다.

[경과 시간: 1분 20초][남은 시간: 13분 39초]

불길을 빠져나왔다.

본관 건물이 보였다.

저기만 뚫으면 중앙 제어실이다.

거리 200미터.

하지만.

본관 로비 앞.

거대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나보다 컸다.

3미터?

아니.

3.5미터.

HUD가 자동으로 측정했다.

[대상 신장: 3.47m][추정 중량: 1,650kg]

나보다 500kg 더 무겁다.

그리고.

나처럼 투박한 공업용 수트가 아니었다.

매끈한 검은색 장갑판.

군용 위장 도색.

표면에 세라믹 복합 장갑. 반사율이 낮다. 스텔스 코팅.

오른팔에는 20mm 6연장 개틀링 건.

왼팔에는 화염방사기.

등 뒤로 배기구 6개. 출력이 내 수트의 3배는 된다.

[식별 불가][고에너지 반응 감지][위협 수준: 극상]

HUD가 빨갛게 변했다.

놈의 헬멧.

바이저가 붉게 빛났다.

그리고 헬멧 이마 부분에 새겨진 글씨.

[GIG-α-001]

그 아래, 작은 글씨.

"Property of ROK MND"(대한민국 국방부 소유)

"저게 뭐야..."

선호가 숨을 삼켰다.

"정부군? 아니, 저런 장비는 본 적이 없어. 저건... 특수 제작 아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국방부가... 거인을 병기로 만들었어."

놈이 나를 보더니 천천히 걸어왔다.

쿵. 쿵. 쿵.

발소리가 묵직했다.

1.65톤.

바닥에 발자국이 10센티미터씩 패였다.

놓이 멈춰 섰다.

5미터 거리.

서로를 마주 봤다.

헬멧 너머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느껴졌다.

놈의 시선.

감정이 없었다.

살의도 없었다.

그냥... 비어 있었다.

철컥.

오른팔의 개틀링 건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6개의 총열이 돌아갔다.

분당 발사 속도: 4,000발.

"피해!!"

선호가 외쳤다.

드르르르르르륵!

20mm 탄환이 비오듯 쏟아졌다.

일반 소총탄이 아니다.

대전차 기관포탄.

관통력: 25mm 강철판.

내 장갑 두께와 같다.

나는 급히 옆에 있던 냉각수 탱크 뒤로 몸을 날렸다.

쾅! 쾅! 쾅! 쾅!

탱크가 걸레짝이 되어 터져나갔다.

물이 폭발하듯 쏟아졌다.

탄환 하나가 내 어깨를 스쳤다.

쨍!

어깨 장갑판이 찢겨나갔다.

삐빅! 삐빅!

경고등이 요란하게 울렸다.

[좌측 어깨 서보모터 손상 67%][장갑 손실율 30%][유압 누출 감지]

"제길!"

합성 에스테르 작동유가 새어나왔다.

노란 액체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진우야!"

선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건... '기간테스'야. 파일 분석했어. 기간테스 알파(GIGANTES Alpha). 정부가 비밀리에 키운 거인 부대 대장급이야."

"뇌 수술을 받았어. 전두엽 일부 제거. 통증을 못 느껴. 공포도 없어. 그냥... 명령만 수행하는 살인 기계라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뇌 수술.

전두엽 제거.

감정 제거.

"미친 놈들..."

놈이 다가왔다.

총성이 멈췄다.

재장전.

이번엔 왼팔을 들었다.

푸화아아아악!

화염방사기.

노즐에서 액체 연료가 뿜어져 나왔다.

공기 중에서 점화됐다.

파란 불꽃.

28% 산소 환경에서 화염방사기라니.

콰아아아앙!

2,000도의 불길이 나를 덮쳤다.

이미 과열된 내 수트 위로 화염이 쏟아졌다.

[경고: 시스템 과열 위험!][내부 온도: 62℃][냉각수 온도: 95℃][비등점까지 5℃][강제 종료까지 30초]

수트 안이 찜통이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폐를 태웠다.

"안 돼... 이대로는 녹아버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정면 승부는 불가능하다.

화력, 장갑, 스피드 모든 게 밀린다.

내가 가진 건 고작 이 투박한 굴착용 수트뿐.

무기도 없다.

하지만.

이 수트에는 무기가 있다.

무기로 만든 건 아니지만, 무기가 될 수 있는 기능.

나는 수트 사양을 떠올렸다.

[긴급 냉각 시스템]

액체 질소 탱크: 50리터

온도: -196℃

용도: 과열 시 긴급 냉각

분사 노즐: 손목 관절부 2개소

[배기 시스템]

수소 연료전지 배기열

정상 작동 온도: 400℃

오버드라이브 시: 800℃ 이상

방열판: 좌측 팔뚝

두 개를 합치면...

"선호야."

"어, 어!"

"'비상 퍼지(Emergency Purge)' 밸브 열어."

"뭐? 액체 질소 탱크를 비우겠다고? 그럼 냉각수가 없어져서 수트가 멈춰!"

선호가 다급하게 외쳤다.

"진우야, 수트 온도 이미 60도야. 네 피부가... 2도 화상 입고 있어. 냉각수 버리면 5분 안에 열사병으로 죽어!"

짧은 침묵.

"...제발, 무리하지 마."

"상관없어. 어차피 이대로면 타 죽어."

나는 불길 속에서 대답했다.

"내 신호에 맞춰서 밸브 개방해. 그리고... '오버드라이브(Overdrive)' 준비해."

"너 미쳤어? 냉각수 없이 엔진 과부하 걸면 터진다고!"

"그걸 노리는 거야."

선호가 한숨을 쉬었다.

"...아니, 미안. 쓸데없는 소리 했어."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네가 멈추면 우리 둘 다 죽으니까."

"고마워, 선호야."

나는 엄폐물 뒤에서 튀어나갔다.

불길을 뚫고 달렸다.

놈을 향해.

"이리 와, 덩어리!"

기간테스 알파가 나를 보고 다시 화염방사기를 쏘려 했다.

왼팔을 들어 올렸다.

노즐이 나를 향했다.

나는 놈보다 빨랐다.

3.5미터 거인 vs 2.7미터 거인.

덩치는 놈이 크지만.

순발력은 내가 위다.

체중 대비 출력비.

나는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쾅!

놈의 가슴팍에 어깨를 박았다.

1.2톤의 태클.

놈이 비틀거렸다.

균형이 흔들렸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놈의 왼팔(화염방사기)을 내 오른손으로 잡았다.

지지직-

뜨거웠다.

방금까지 2,000도 불길을 뿜던 노즐.

표면 온도 500도.

내 티타늄 장갑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연기가 피어올랐다.

HUD에 경고.

[우측 손목 장갑 용융 시작][10초 내 화상 위험]

"지금이야! 냉각 밸브 개방!"

치이이이익!

내 오른손 손목에 달린 '산업용 급속 동결 노즐'이 열렸다.

고압 펌프가 작동했다.

푸슈슈슈슈!

영하 196도의 액체 질소가 고압으로 뿜어져 나왔다.

분사 압력: 15 bar.

유량: 초당 10리터.

하얀 안개가 폭발하듯 퍼졌다.

놈의 팔꿈치 관절을 향해 직격으로.

콰직! 쩌저적!

2,000도로 달궈져 있던 놈의 티타늄 관절.

순식간에 영하 200도로 냉각됐다.

온도 차: 2,200도.

3초 만에.

하얀 성에가 순식간에 끼었다.

관절 표면이 얼음처럼 하얗게 변했다.

삐지직! 쩌적!

금속이 비명을 질렀다.

열충격(Thermal Shock).

금속은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견디지 못한다.

티타늄의 열팽창 계수: 8.6 × 10⁻⁶ /℃

2,200도 온도 차 = 2% 부피 변화.

하지만 3초 만에 일어나면?

내부 응력: 900 MPa 초과.

티타늄 인장 강도와 같다.

관절이 내부에서부터 부서지기 시작했다.

찌지직! 쩍!

미세한 균열이 퍼져나갔다.

놈이 당황했는지 팔을 빼려 했다.

끼이익-

하지만 이미 관절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서보모터가 굉음을 냈지만 소용없었다.

"아직 안 끝났어!"

나는 왼손을 놈의 얼어붙은 팔꿈치에 갖다 댔다.

"오버드라이브!"

위이이잉!

수소 연료전지 출력을 120%로 올렸다.

안전 리미터 해제.

엔진이 굉음을 내며 폭주했다.

출력: 15kW → 18kW.

배기 온도: 400℃ → 800℃.

쉬이이익!

내 왼쪽 팔뚝 방열판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800도.

쇠가 녹기 시작하는 온도.

나는 그 뜨거운 방열판을 놈의 얼어붙은 팔꿈치에 눌렀다.

지이이익!

[극저온(-196℃) + 초고온(+800℃)]

[온도 차: 996℃]

[접촉 시간: 2초]

"부서져라!"

챙그랑!

유리잔이 깨지는 듯한 맑은 소리가 났다.

아름다운 소리였다.

투명한 유리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그런 소리.

챙그르르릉...

놈의 왼팔이 팔꿈치에서 떨어져 나갔다.

깨끗하게 절단됐다.

단면이 보였다.

안쪽은 하얗게 얼어 있었고, 바깥쪽은 시커멓게 타 있었다.

얼어붙은 티타늄은 유리보다 약했다.

쿵!

1미터짜리 화염방사기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놈이 비틀거렸다.

균형을 잃었다.

왼팔이 사라지자 무게 중심이 무너졌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놓의 팔.

화염방사기 노즐에서 여전히 연료가 새고 있었다.

노란 액체가 흘러나왔다.

나팔름.

휘발유 + 벤젠 + 폴리스티렌.

끈적한 젤 형태의 가연성 액체.

온도만 올라가면 폭발한다.

나는 떨어진 팔을 집어 들었다.

연료관을 잡았다.

쩍!

찢었다.

푸슉!

나팔름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놈의 몸통을 향해.

놈이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늦었다.

끈적한 액체가 놈의 가슴팍에 쏟아졌다.

헬멧에도. 어깨에도. 배기구에도.

온몸이 노란 젤로 뒤덮였다.

그리고.

내 수트의 오버드라이브 배기구.

800도.

파앗!

작은 불꽃이 튀었다.

28% 산소 환경.

나팔름.

펑!

폭발이 아니었다.

섬광이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놈의 몸이 거대한 파란 불덩어리가 되었다.

2,000도.

아니, 더 뜨거웠다.

나팔름 연소 온도: 2,200도.

28% 산소: × 1.3배 = 2,860도.

철이 녹는 온도: 1,538도.

티타늄이 녹는 온도: 1,668도.

세라믹 복합 장갑 융점: 2,000도.

놈의 장갑이 녹기 시작했다.

지지지직!

표면이 흘러내렸다.

마치 초가 녹듯.

"끄아아아아아!"

놈의 헬멧 스피커에서 처음으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전두엽 제거.

통증을 못 느낀다더니.

하지만.

뇌가 타버리는 고통은 느끼나 보군.

뇌는 42도만 넘어도 손상된다.

헬멧 안 온도가 지금 몇 도일까?

100도? 200도?

뇌가 익고 있다.

문자 그대로 삶아지고 있다.

나는 불타는 거인을 바라봤다.

미안해, 알파.

너도 피해자야.

뇌 수술 받고.

강제로 싸우게 된.

하지만.

네가 막아서면.

난 내 딸을 구할 수 없어.

'용서해.'

나는 고개를 돌렸다.

뒤를 보지 않았다.

쿵!

뒤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1.65톤 거인이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

더 이상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경과 시간: 7분 38초][남은 시간: 7분 21초]

[경고: 냉각수 고갈][내부 온도 상승 중: 68℃]

수트 안이 지옥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폐가 타는 것 같았다.

"진우야... 괜찮아?"

선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냉각수 다 떨어졌어. 이제부턴 찜질방이야. 아니, 화장터."

"그만둬. 제어실 포기하고 나와. 지금 나오면 살 수 있어!"

"안 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오면 우리 둘 다 죽어. 슈퍼문 해일이 30분 후에 온다. 발전소를 안 끄면 산소 농도는 계속 올라가. 1년 안에 폐가 녹아."

"..."

"가야 해."

앞에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지하 5층으로 가는 입구.

나는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쿵... 쿵...

발걸음이 무거웠다.

시야가 흐릿했다.

탈수 증상.

몸에서 땀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5분간 2리터는 흘린 것 같다.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섰다.

잠겨 있었다.

카드키가 필요하다.

나는 손을 뻗어 문을 움켜쥐었다.

끼이익-

5센티미터 두께 강철 문.

하지만 내 손아귀 힘은 500kg.

쩌적!

문이 구겨졌다.

양손으로 잡고 양옆으로 찢었다.

챙그르릉!

문이 떨어져 나갔다.

엘리베이터 샤프트가 드러났다.

깊은 구멍.

아래로 빛이 보였다.

붉은 빛.

그리고.

아래에서 바람이 불어 올라왔다.

뜨거웠다.

40도? 아니, 45도.

내 체온보다 뜨거운 바람.

그리고... 냄새.

쇠 냄새.

피 냄새.

그리고... 무언가 타는 냄새.

유기물이 타는 냄새.

단백질이 타는 냄새.

사람이 타는 냄새.

"이건..."

심장이 두근거렸다.

본능이 경고했다.

내려가지 마.

저 아래엔 네가 보면 안 되는 게 있어.

돌아가.

살고 싶으면.

하지만 나는 샤프트 안으로 뛰어들었다.

"가자."

나는 중얼거렸다.

"지옥의 밑바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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