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네피림
[시점: 2051년 4월 4일 오전 7시 30분. 경남 밀양 인근 국도]
행군 시작 6시간 15분 경과.
이동 거리: 50km.
태양이 떴다.
지옥이 시작됐다.
쿵.
내 앞에서 걷던 거인 하나가 무릎을 꿇었다.
피험자 118번.
신장: 2.9미터.
체중: 285kg.
그의 거대한 상체가 앞으로 꼬꾸라지며 진흙 바닥에 처박혔다.
쾅!
얼굴이 땅에 박혔다.
움직이지 않았다.
"일어나!"
강민준(42번)이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340kg 거인이 잡아당겼다.
하지만 118번은 눈이 뒤집혀 있었다.
동공이 풀렸다.
초점이 없었다.
코와 입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내렸다.
뚝뚝뚝...
진흙 위로.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아지랑이를 만들었다.
공기가 일렁였다.
온도: 체표면 50도 이상.
"진우야!"
헤드셋 너머로 선호가 다급하게 외쳤다.
"118번 생체 신호 위험해!"
"체온 45.2도!"
"뇌 손상 임계치 돌파!"
나는 118번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찌익.
화상을 입을 만큼 뜨거웠다.
손바닥이 데였다.
피부 1도 화상.
"45도..."
인간의 단백질이 변성(Denaturation)되는 온도.
계란 흰자가 프라이팬 위에서 하얗게 굳어버리듯.
뇌세포를 이루는 단백질 구조가 파괴되기 시작하는 임계점.
뇌 손상 시작 온도: 42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 45도.
뇌사: 47도.
118번은 지금 45.2도.
뇌가 익고 있다.
거인들의 대사량.
일반인의 5.5배.
기초대사량: 8,200kcal/day.
하지만 행군 중.
활동대사량: 12,000kcal/day.
시간당 소모: 500kcal.
발열량도 비례.
그들이 뿜어내는 열 에너지.
열역학 제1법칙.
에너지 보존.
소모한 칼로리는 결국 열로 변환.
Q = ΔU + W
Q: 발열량 ΔU: 내부 에너지 증가 (체온 상승) W: 외부 일 (근육 운동)
땀으로 식힌다.
증발열.
물 1g 증발 = 540cal 흡수.
하지만.
거인들의 땀샘.
일반인과 같다.
체표면적: 2.5배 (키 3m 기준).
땀샘 밀도: 같음.
총 발한량: 2.5배.
하지만 대사량은 5.5배.
부족하다.
냉각 능력 < 발열량.
체온 축적.
6시간 행군.
40도 → 43도 → 45도.
한계 돌파.
"나도... 한계다."
강민준이 비틀거렸다.
그의 코에서도 코피가 한 방울 떨어졌다.
뚝.
붉은 피.
열에 의한 혈관 파열.
뇌 모세혈관.
약해진다.
45도 이상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500명의 거인들.
모두 피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홍조.
혈관 확장.
열 방출 시도.
하지만 역부족.
숨을 헐떡였다.
허억... 허억...
과호흡.
호흡으로 열 방출.
하지만 이것도 한계.
초인적인 근력은 그대로였다.
티타늄 골격.
강철 근육.
하지만 '열'이 뇌를 삶고 있었다.
컴퓨터와 같다.
CPU는 강력하다.
하지만 냉각이 안 되면?
과열.
다운.
"선호야!"
내가 외쳤다.
"근처에 물이 있나? 강이든 저수지든!"
타닥타닥타닥.
키보드 소리.
"좌측 2km 지점."
"밀양댐 하류."
"낙동강 지류야."
"수온 12도."
"전원, 강으로 뛰어들어!"
나는 소리쳤다.
목이 터져라.
거인들이 움직였다.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하지만 빨랐다.
생존 본능.
강을 향해 내달렸다.
쿵쿵쿵쿵!
2km.
시속 15km.
8분.
풍덩! 콰아아-
500명의 거인이.
수온 12도의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철썩! 풍덩! 촤아아악!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치이이이익-
강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증기.
하얀 수증기.
쉬이익...
수백 명의 45도짜리 쇳덩어리들이 들어가자.
물 온도 급상승.
열역학.
열평형.
뜨거운 물체 + 차가운 물체 = 중간 온도.
500명 × 300kg × 체온 45도.
강물: 약 100,000톤 × 12도.
열교환.
국지적으로 강물의 온도가 상승했다.
12도 → 15도 → 18도 → 22도.
하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거대한 천연 온천.
"하아... 하아..."
물속에 목까지 잠긴 채로.
거인들의 눈빛이 서서히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동공에 초점.
코피가 멎었다.
응고.
체온 하강.
45도 → 42도 → 39도.
안전 구간.
"임시방편이야."
선호가 경고했다.
"강물로는 1시간도 못 버텨."
"체온이 다시 오를 거야."
"대사량은 계속되니까."
"8,200kcal/day = 시간당 340kcal."
"발열 지속."
"근본적인 냉각제가 필요해."
나는 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촤아악.
물이 흘러내렸다.
온몸에서 김이 뿜어져 나왔다.
쉬이익.
체온 40도.
기온 15도.
온도 차 25도.
증발.
"대전. 대덕 연구단지."
내가 말했다.
KSTAR.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내가 이룸홀딩스 시절.
냉각 시스템을 설계하며.
가장 많이 들락거렸던 곳.
"거기 지하 저장고에."
나는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켰다.
"'액체 헬륨(Liquid Helium)'이 있어."
헬륨.
원자 번호: 2.
질량: 4.
끓는점: -268.9℃.
녹는점: -272.2℃ (25기압).
절대온도: 4.2K.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액체.
초전도 자석 냉각제.
이것 없이는.
초전도 자석을 돌릴 수도 없고.
우리의 끓는 몸을 식힐 수도 없다.
"선호야."
"어."
"대덕 연구단지 방어 상태는?"
타닥타닥.
키보드.
"아파치 헬기 추락 이후."
"군대가 병력을 뒤로 뺐어."
"인명 손실 최소화 방침."
"대신..."
선호가 숨을 삼켰다.
"무인 방어 시스템을 촘촘하게 깔아놨어."
"SGR-A1 센트리 건: 47대."
"팰렁스 CIWS: 12대."
"자폭 드론 군집: 추산 200대."
"열상 감지 + AI 표적 추적."
"인간 병력이 죽는 걸 막으려고."
"'기계'한테 방어를 맡긴 거지."
"좋아."
나는 미소 지었다.
"오히려 기계가 편해."
"패턴이 있으니까."
나는 강물 속에 있는 형제들을 돌아보았다.
500명.
물에 잠겨 있다.
회복 중.
"민준이형."
강민준이 고개를 들었다.
"어."
"형을 포함해서 상태가 가장 좋은 4명만 나와."
나는 손가락을 폈다.
"5명이서..."
주먹을 쥐었다.
"타격대(Strike Team)를 꾸린다."
[시점: 2051년 4월 4일 오전 10시 20분. 대전 대덕 연구단지 KSTAR 플랜트]
반경 2km 출입 통제선.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적막했다.
바람 소리만.
휘이이익...
하지만 그것은 완벽하게 통제된 '살육의 구역'이었다.
대덕 연구단지를 둘러싼 10미터 높이의 방벽.
콘크리트 + 강철 메쉬.
그 위에 기계들이 도열해 있었다.
SGR-A1 개량형 자동 센트리 건(Sentry Gun).
높이: 1.5m
무장: 5.56mm 기관총
발사 속도: 분당 1,000발
탄약: 3,000발
감지: 열상 카메라 + 동작 감지
반응 시간: 0.3초
47대.
방벽을 따라 20m 간격.
그리고 핵심 게이트를 지키는.
육상형 팰렁스 CIWS(Close-In Weapon System).
무장: M61A1 발칸포 20mm 6연장
발사 속도: 분당 4,500발
탄약: 텅스텐 철갑탄
레이더: 위상배열 레이더
표적 추적: AI 자동
명중률: 95% (200m 이내)
12대.
주요 진입로마다.
인간의 눈이 아니다.
센서.
위상배열 레이더.
열화상 카메라.
침입자를 스캔한다.
판단에 감정은 없다.
[적 감지 → 사격]
걸리는 시간: 0.1초.
그리고 그 완벽한 통제선 안으로.
5명의 거인이 걸어 들어왔다.
백진우.
강민준.
그리고 3명.
피험자 #087, #201, #354.
평균 신장: 3m.
평균 체중: 300kg.
삐빅-
센서가 돌아갔다.
[침입자 감지: 5명] [좌표: N 36.374°, E 127.374°] [열 신호: 비정상] [체온: 44℃ (인간 정상 37℃)] [판정: 적대 목표] [사격 허가]
위이이잉-
가장 가까운 팰렁스 CIWS.
6연장 20mm 개틀링 건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배럴 회전.
위위위위잉-
조준.
레이더 락온.
삐-
"뛴다!"
백진우의 외침과 함께.
5명의 거인이 폭발적으로 튀어 나갔다.
쿵! 쿵! 쿵!
시속 40km.
드르르르르르르륵!
팰렁스가 불을 뿜었다.
발사 속도: 분당 4,500발.
초당 75발.
텅스텐 철갑탄.
관통력: 30mm 강철판.
톱날처럼 바닥을 긁으며 거인들을 쫓았다.
콰가가가강!
아스팔트가 갈려 나갔다.
쾅쾅쾅!
콘크리트가 먼지처럼 부서졌다.
퍼퍽퍽!
아무리 티타늄 뼈를 가진 거인이라도.
CIWS의 집중 사격.
3초 이상 맞으면.
살점이 뜯겨나가고.
뼈가 부러진다.
"방패!"
백진우의 지시.
강민준과 다른 거인들.
도로에 버려져 있던 15톤 트럭.
적재함 문짝을 뜯어냈다.
우드득! 챙그랑!
두께 10mm 철판.
폭 2m, 높이 2.5m.
무게: 150kg.
거인 한 명이 들기에 가벼웠다.
챙! 팅! 콰강!
철판 뒤에 숨어 달렸다.
탄환이 철판을 뚫었다.
챙챙챙!
구멍이 숭숭.
하지만 속도가 줄었다.
관통 후 에너지 감소.
치명상은 피했다.
기계는 집요했다.
AI 추적.
열 신호 따라.
오직 일직선으로만 탄을 뿌렸다.
드르르륵!
패턴이 단순하다.
"선호야, 사각지대!"
백진우가 통신기로 외쳤다.
타닥타닥.
"현재 CIWS 레이더 회전 반경 120도!"
"정면 집중 사격."
"좌우측 맹점 있어."
"우측 3시 방향이 사각!"
"근데 위를 조심해!"
"드론 떴어!"
하늘.
위이이잉...
10대의 자폭 드론 군집(Swarm).
벌떼처럼.
날아왔다.
쿼드콥터 형태.
크기: 50cm.
무게: 5kg.
탑재: C4 폭약 2kg.
AI 추적.
열 신호 인식.
목표물을 향해 수직 낙하.
자폭.
위이잉!
10대가 급강하.
"형, 위쪽!"
백진우의 외침.
강민준이 들고 있던 너덜너덜한 철판.
구멍투성이.
하늘로 던졌다.
슈웅!
150kg 철판.
원반처럼 날아갔다.
회전.
휘이이익-
낙하하던 드론 3대와 충돌.
쾅! 콰앙! 퍼퍽!
공중 폭발.
불길.
파편.
하지만 남은 7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위이잉!
백진우가 주변을 훑었다.
눈앞에.
KSTAR 플랜트.
거대한 '질소 냉각탑'.
높이: 30m.
지름: 10m.
액체 질소 저장.
냉각 시스템 핵심.
"저기로 뛰어!"
5명의 거인이 냉각탑 밑으로 파고들었다.
쿵쿵쿵!
드론들이 따라왔다.
AI 추적.
열 신호 락온.
좁은 통로로 진입.
위이잉!
백진우가 벽을 봤다.
굵은 파이프.
지름: 30cm.
스테인리스 스틸.
액체 질소 공급 라인.
벽에 연결된 밸브.
우드득!
백진우가 맨손으로.
밸브를 잡았다.
끼기직...
비틀었다.
쩍!
뜯어냈다.
촤아아아악!
고압의 액체 질소.
하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압력: 10기압.
유량: 초당 1,000리터.
온도: -196℃.
안개.
하얀 안개가 통로를 가득 채웠다.
치이이이익!
드론 7대.
안개 속으로 돌진.
렌즈 급속 냉각.
-196도.
챙!
렌즈 파손.
결빙.
비행 모터.
급속 온도 변화.
열충격.
퍽!
정지.
배터리.
리튬이온.
저온에서 성능 급감.
-196도에서.
삐-
방전.
작동 불능.
툭, 투둑, 툭.
7대의 드론이.
얼음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쾅쾅쾅.
"기계는 기계일 뿐이지."
백진우가 얼어붙은 드론을 짓밟으며 말했다.
우드득.
부서졌다.
온도를 이용한 교란.
그는 이 공장의 구조를 알았다.
눈감고도.
10년간 출입.
냉각 시스템 설계자.
5명의 타격대.
무인 방어 시스템의 맹점을 파고들었다.
센트리 건 사각.
드론 무력화.
CIWS 회피.
마침내.
지하 저장소.
육중한 강철 문 앞에 섰다.
두께: 50cm.
강화 콘크리트 + 강철.
쿵. 콰앙!
강민준과 내가 동시에 발차기를 날렸다.
1.2톤 충격력.
쾅!
지하 저장소의 문이.
종잇장처럼 뜯겨 나갔다.
챙그랑!
"찾았다."
지하 저장소 중앙.
LED 조명.
푸른빛.
그곳에는.
20피트 컨테이너 크기.
거대한 은색 탱크 3기.
진동을 막는 특수 크래들(Cradle) 위.
올려져 있었다.
[ISO 액체 헬륨 컨테이너] [제조사: Chart Industries] [모델: HC-40K] [용량: 40,000 리터] [내부 온도: -268.9℃] [압력: 1.2기압] [단열: 진공 다층 단열 (VLI)]
폭 2.5m, 높이 3m.
무게: 5톤 (빈 탱크).
액체 헬륨 포함: 5.5톤.
"선호야. 확보했다."
"조심해, 진우야."
선호의 목소리.
팽팽하게 긴장.
"그거 폭탄이나 다름없어."
"탱크 외부의 진공 단열층."
"두께 10cm."
"여러 겹."
"만약 깨지면?"
"안에 있는 액체 헬륨."
"순식간에 기화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팽창 비율 1대 700."
"4만 리터 액체 헬륨."
"기화하면..."
계산.
40,000L × 700 = 28,000,000L.
2,800만 리터.
28,000m³.
헬륨 가스.
"어."
선호가 확인했다.
"대덕 연구단지 전체 부피."
"약 1km × 1km × 50m = 50,000,000m³."
"헬륨이 28,000m³ 방출되면."
"국지적으로 산소 농도 급감."
"질식 구역 반경: 약 1km."
"모든 생물."
"3분 안에 질식사."
"너희들도 예외는 아니야."
"총알 하나라도 스치면 끝장이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탱크로 다가갔다.
표면 만졌다.
차가웠다.
표면 온도: -100℃.
손이 얼었다.
치이익.
동상.
하지만 참았다.
탱크의 결박 장치를 풀었다.
크래들에 고정된 강철 체인.
찰칵. 찰칵.
4개.
모두 해제.
이 무거운 걸.
5.5톤.
짊어지고 부산까지 갈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본대가 있는 강가까지.
50km.
끌고 가야 한다.
그곳에서.
파이프를 연결.
500명의 몸에.
헬륨 냉각 라인 구축.
체온 조절.
"민준이형. 조심해서 들어."
우리가 탱크.
양쪽 손잡이 잡고.
들어 올리려는 순간.
쿵.
지하 저장소 입구 쪽.
묵직한 발소리.
하나가 아니었다.
쿵. 쿵. 쿵.
셋.
나는 고개를 돌렸다.
먼지가 가라앉은 입구.
그 사이로.
세 개의 거대한 그림자.
걸어 들어왔다.
역광.
실루엣.
하지만 느껴졌다.
위압감.
기계가 아니다.
생물.
거인.
하지만.
어제 발전소에서 봤던.
'알파(Alpha)' 모델.
투박한 군용 수트.
그것과 다르다.
세련됐다.
그들의 신장: 3미터.
우리와 비슷.
하지만.
뿜어내는 위압감.
달랐다.
그들은 전신에.
은회색의 유선형 강화복.
입고 있었다.
장갑판.
놀랍도록 얇아 보였다.
두께: 5mm.
하지만.
탄소나노튜브 + 티타늄 합금.
최신예 반응 장갑.
충격 흡수 + 분산.
30mm 탄환도 튕겨낸다.
오른팔.
초음파 진동 블레이드.
고주파 검.
길이: 1m.
진동 주파수: 40kHz.
분자 결합 파괴.
강철도 버터처럼.
왼팔.
스마트 그레네이드 런처.
구경: 40mm.
탄종: 파편/소이/연막.
AI 탄도 계산.
헬멧.
바이저.
차가운 푸른색 빛.
식별 번호.
[GIG-β-001] [GIG-γ-001] [GIG-δ-001]
선호의 다급한 목소리.
헤드셋을 때렸다.
"진우야!"
"조심해!"
"기간테스 '베타(Beta)'와 '감마(Gamma)', '델타(Delta)'야!"
"알파의 후속 모델인가?"
"알파는 1세대."
"방어력 위주."
"프로토타입."
"쟤들은 2세대."
"근접 전투."
"기동성."
"특화."
선호가 숨을 삼켰다.
"'살해 전담반(Assassination Squad)'이야."
"윤기호가 죽었어도."
"군 지휘부."
"제2작전사령부."
"통제권 넘겨받았어!"
가운데 선 기간테스 베타.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다.
손잡이 잡았다.
샤링.
고주파 검.
칼집에서 뽑아 들었다.
길이 1m.
너비 5cm.
두께 3mm.
위이이잉-
진동 시작.
초당 40,000회.
칼날이.
공기를 찢는 끔찍한 소리.
이이이잉...
강철도.
티타늄도.
다이아몬드도.
버터처럼 썰어버리는 무기.
그들이 천천히.
우리를 포위하듯.
산개했다.
베타: 정면.
감마: 좌측.
델타: 우측.
포위.
나는 식은땀이 흘렀다.
뚝...
등골.
내 뒤에는.
티타늄 뼈를 가진.
5명의 거인.
강민준.
#087, #201, #354.
하지만.
내 발밑에는.
'총알 하나만 스쳐도 모두가 질식사하는 4만 리터짜리 헬륨 폭탄'.
5.5톤.
-268.9℃.
"물러서."
내가 강민준과 타격대에게 속삭였다.
"탱크 뒤로 숨어."
"저놈들도 헬륨이 터지는 걸 원치 않을 거야."
"군부도 KSTAR 시설은 지켜야 하니까."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기간테스 베타.
왼팔을 들어 올렸다.
유탄 발사기.
구경 40mm.
총구가.
정확히.
우리가 서 있는 헬륨 탱크를 향했다.
조준.
삐-
락온.
"미친..."
선호가 경악했다.
"저놈들..."
"전두엽이 없어서 공포심이 없는 건 알았지만."
"판단력까지 지워버린 거야?"
"헬륨이 터지면 자기들도 죽어!"
아니.
저들은 판단력을 잃은 게 아니다.
군 지휘부의 명령.
하달됐다.
[타겟을 놓칠 바엔, 함께 자폭하라.]
철컥.
방아쇠.
손가락.
당겨지려 하고 있었다.
도망칠 곳은 없다.
상황 점검.
뇌: 45도의 열기에 끓어오르고.
앞: 초고주파 검 + 유탄발사기 든 자폭 부대.
뒤: 건드리면 터지는 -269도 헬륨 폭탄.
좌우: 기간테스 감마, 델타 포위.
완벽한 사면초가(四面楚歌).
나는 주먹을 쥐었다.
우드득.
근육 속의 글리코겐.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야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