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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엽 Sep 17. 2020

CJ제일제당 분석('20년 상반기)

가치투자가 정답이 아니다.


CJ제일제당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기업은 사람과 돈입니다. 이 회사 사람들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아서 돈을 먼저 분석하고 사람을 분석하도록 하겠습니다.



CJ제일제당의 돈


CJ제일제당 매출구조는 식품 64%, 생명공학 36%입니다. 식품은 설탕, 밀가루, 대두와 가공식품 햇반, 다시다, 스팸, 비비고 등을 판매합니다. 생명공학은 핵산, MSG,알지닌 등 식품첨가제와 라이신, 쓰레오닌, 트립토판, 발린 등 사료첨가제가 있습니다. 일단 주요 제품의 시장 점유유을 보시겠습니다.

<CJ제일제당 주요제품 시장점유율, from '20년 반기보고서>


이 정도면 우리나라 식품회사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죠. 설탕 81%, 대두유 42%, 밀가루 67%, 다시다  81% 등 요리에 쓰이는 주요한 재료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외식보다 집밥을 많이 먹으니 판매량은 더욱 늘어 납니다. 게다가 집밥 필수품인 햇반, 스팸, 비비고 등 모두 CJ제일제당 제품입니다. 작년에 상품 라인업 중 잘 안팔리는 것들을 정리하여 사업 효율성도  높아졌습니다. 2018년 인수한 미국 2위 냉동회사 슈완즈와 시너지로 비비고 만두가 미국에서도 잘 팔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적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20년 당기순이익 1조 넘기겠는데요?

<CJ제일제당 실적, from dart>


주당 순이익이 반기 38,000원이니 연간 80,000원이 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20년 9월 17일 CJ제일제당 종가는 387,000원입니다. PER이 5, 주당 순이익률이 21%입니다. 농심, 오뚜기, 풀무원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저평가 되었습니다.

<농심, 오뚜기, 풀무원과 '20년 예상 PER, 주당순이익율 비교>


왜 농심, 오뚜기, 풀무원보다 2배 이상 저평가 되었을까요? CJ제일제당 사람들을 살펴보겠습니다.



CJ제일제당의 사람들


기업의 사람을 볼 때 가장 먼저 봐야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대주주입니다. (주)CJ는 CJ제일제당의 41%를 가지고 있고, 이재현 회장은 (주)CJ의 42%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CJ제일제당은 이재현 회장의 뜻과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재현을 알려면 그의 아버지 이맹희 부터 알아야 합니다.


삼성가의 장손 이맹희


1931년생인 이맹희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장남입니다.  이병철은 왜 장남인 이맹희 대신 이건희에게 삼성을 물려줬을까요?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이병철은 재계 은퇴를 선언하고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주모자로 몰린 차남 이창희는 구속되었고 삼성은 1968년부터 이맹희가 경영하게 됩니다. 그러나 1969년 삼성비리 청와대 투서사건으로 그룹과 가문에서 사실상 축출됩니다. 이병철은 이맹희가 투서를 넣었다고 믿었던 거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 재벌 흑역사(이완배 지음)"에 나와 있습니다.


2012년 이맹희는 이건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삼성그룹 특검 도중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로부터 상속받은 4조 5천억원 규모의 차명주식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맹희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차명주식에 대한 분할을 요구하며 소송을 벌였지만 2014년 2심까지 패소하자 3심 상고를 포기하면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지병이 폐암으로 별세했습니다.


이맹희의 아들 이재현


<CJ그룹 이재현 회장>


1960년생인 이재현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서 1983년 시티은행에 입사합니다. 아버지 이맹희가 할아버지와 의절한 상태로 상속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병철은 "나의 장손이 남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1985년 제일제당에 입사시킵니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삼성은 1993년 제일제당을 이재현에게 분리해줍니다. 이재현은 2007년 그룹을 지주회사 체계로 만들면서 (주)CJ의 식품부문을  CJ 제일제당으로 분리시킵니다.


2013년, 이재현은 1,600억 세금탈루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됩니다. 당시 이맹희 제기한 상속관련 소송의 영향이라는 설도 있었습니다. 좋았던 삼성과 CJ의 관계가 그 이후 급속도로 악화되었으니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 같습니다.


2016년 박근혜 정권 시절, 창조경제를 열심히 응원한 이재현 회장은 4년만에 사면을 받아 드디어 감옥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감옥에서 건강이 많이 악화되어 아들 이선호에게 승계를 서두르게 됩니다.


이재현의 아들 이선호


1989년생인 이선호는 콜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2016년 22살이던 코리아나 이용규의 딸 이래나와 결혼했으나 그 해 이래나가 죽으면서 사별을 합니다. 2년 후, 2018년 아나운서 이다희와 다시 결혼합니다. 이렇게 이른 나이에 결혼을 서두른 것은 아버지 이재현의 건강이 안 좋은 것도 한 몫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9년 대마를 가지고 한국에 들어오다 걸렸습니다. 하지만 초범이고 사용되거나 유통되지 않아 집행유예로 풀려납니다.

<이선호, 집행유예로 풀려나다.>


그래서 CJ제일제당은?


CJ제일제당의 사업전망은 너무나도 좋습니다. 비비고 만두를 예를 들면 독보적으로 맛있습니다. 지금도 맛있지만 최근 오뚜기 엑소 만두, 풀무원 얇은피 만두가 많이 따라왔습니다. 그 오뚜기와 풀무원이 만두를 미국에 수출을 하고 싶다면 아마 CJ제일제당과 손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삼성의 초격차 전략이 생각날 정도로 좋은 회사입니다. 하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겁니다.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증여세가 너무 커지기 때문입니다.


금년 4월, 이재현은 CJ4우(10년 뒤 (주)CJ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 184만주를 자녀에게 증여하고 증여세를 냅니다. 원래 작년 12월 증여했으나 코로나로 주가가 폭락하자 취소하고 재증여하여 증여세를 약 200억 정도 아낍니다.


승계를 완성하려면 이선호와 누나 이경후가 가지고 있는 올리브영과 씨앤아이레저산업 주식을 매각하여 (주)CJ 주식을 사거나 지분교환을 해야 합니다. 아니면 CJ4우를 더 사거나요. 어떤 시나리오로 가든지 증여나 상속이 끝나기 전까지는 (주)CJ는 최대한 낮은 주가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CJ제일제당도 주가가 오르면 안되겠죠. (주)CJ와 CJ4우의 가치를 함께 올려버릴테니까요. 그 전에 주가가 너무 오르면 또다시 대형 M&A를 시도하여 주가를 낮출 것 같습니다. 쉬완즈로 그랬듯이요. 그래서 CJ제일제당이 풀무원, 오뚜기, 농심보다 주가가 크게 낮다고 생각합니다.


CJ제일제당을 분석하며 알게 된 점이 있습니다. "승계 이슈가 있는 회사는 사지마라."와 "저평가된 우량주라고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한 때 저평가된 우량주를 사서 기다리는 가치투자를 신봉했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을 찾는 이유입니다.


CJ제일제당은 너무 좋은 회사입니다. 하지만, 증여/상속 끝난 다음에 사세요. 그 땐 증여/상속세 납부를 위해서 고배당을 하거나 주가를 높여서 주식을 팔아서 갚지 않을까요? 그 땐 주가가 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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