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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저축가 Jul 17. 2024

쌍둥이 손주들로 하루종일 힘든 할머니(친정엄마)의 하루

삼촌의 쌍둥이 조카 육아일기



지난주부터 어린이집에 수족구병이 발생하였다. 전염성이 있는 병이라서 등원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치료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 걸로 안다. 우리 쌍둥이들은 괜찮았었는데 지나고 나니 남자아이가 열도 높게 나고 밥도 평소보다는 잘 못 먹는 거 같고 몸에 작은 붉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족구가 의심이 되는데 소아과를 가서 정확하게 진단을 하려고 아침 일찍 할 일을 마치고 병원 갈 준비를 했다. 엄마, 아빠는 회사를 출근해야 돼서 할머니랑 삼촌이 병원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걸어서 가기에는 먼 거리라 삼촌이 차를 가지고 쌍둥이들을 태우고 갔다. 아이들의 키가 90센티도 되질 않아 차에서 내려 병원으로 걸어갈 때는 손을 잡고 허리를 많이 숙여야 한다. 병원에 도착을 하니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아이를 안고 올라갔다. 그나마 2층이라 다행이다. 여기 병원은 8시 30분에 진료 시작이라 일찍 갔는데 환자들이 많다. 남자아이는 수족구가 맞다고 하고 같이 온 김에 여자아이도 진료를 봤는데 여자아이도 초기 증상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확인을 하고 괜찮으면 곧장 어린이집을 가려고 가방이랑 이불이랑 챙겨 왔는데 수족구라는 진단을 받았으니 이제는 집으로 가야 한다. 3일 뒤 경과를 보고 어린이집을 등원 여부를 확인할 수가 있다. 어린이집을 못 가고 하루종일 집에서 보내야 하니 할머니의 길고도 힘든 하루가 될 거 같다. 


집에 도착해서 할머니가 한 명씩 손을 씻겨 주신다. 아이들은 사소한 걸 하나를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 동안 반복된 훈련과 훈육을 통해서 고집이 줄어들고 순순히 협조를 할지가 정해진다. 손을 다 씻고 나니 남자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밥" "밥"을 외친다. 입안에 뭐가 나서 아침에 밥을 많이 먹질 않았다. 병원에서는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차갑고 목 넘기기 좋은 음식을 주라고 했다. 갑자기 닥친 일이라 당장 아이들이 먹을 게 없다. 이제 할머니가 고구마를 으깨서 우유를 부어서 음식을 만드셨다. 아이가 있는 집은 정해진 맘마 말고도 간식(배를 채울 수 있는)이나 비상시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해 보인다. 고구마 음식을 주니깐 남자아이가 잘 먹는다. 아침을 적게 먹어서 배고 고팠나 보다. 여자아이도 덩달아서 배가 고프다고 난리를 친다. 주고 나니 양이 부족해서 다시 만드셨다.


삼촌은 외출을 하고 들어오니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난 후였다. 고구마를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점심시간이라서 맘마를 주셨다. 맘마를 먹으면서도 이런 거 저런 거 말을 듣지 않는 일들이 많고 떼를 쓰는 게 많아서 힘든 일인데 그걸 할머니 혼자서 케어를 하셨다. 조금 놀다가 이제 낮잠을 자러 갈 시간이다. 낮잠을 자 줘야 아이들의 컨디션도 좋아지는데 잠들기까지가 힘이 든다. 어떨 때는 끝까지 안 자서 낮잠을 포기할 때도 있다. 재우려고 할머니가 쌍둥이들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역시나 잘 생각은 없고 침대에서 재미있다고 놀고 있다. 잠을 자자고 해도 말을 듣질 않는다. 혼을 내도 잘 통하지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그래도 잠은 왔는지 할머니가 재우는데 성공을 하고 나오셨다. 


집안은 난장판이다. 어린아이들이 두 명이다 보니 놀아달라고도 하고 옆에서 항상 붙어 있어야 해서 설거지도 그대로이고 바닥은 장난감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응가한 기저귀가 담긴 비닐봉지는 화장실에 그대로이고 정리를 할 시간이 없다. 이제 아이들이 잠이 들어서 할머니에게 겨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아이들이 수족구에 전염되면서 아무거나 먹을 수가 없어서 할머니가 수프를 사 오셨다. 설거지를 마치고 쌀을 씻고 아이들이 먹을 저녁을 미리 준비하셨다. 아이들은 맘마를 먹을 때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질 않고 밥 달라고 계속 난리를 친다. 다행히도 오늘은 낮잠을 자 줘서 할머니가 이것저것 일을 할 시간을 벌었다. 


1시간 30분 정도는 잠을 잔 거 같다. 자고 나오니깐 신기하게도 남자아이가 또 밥을 달라고 한다. 응가를 해서 그런지 소화가 다 됐나 보다. 이제는 어른들이 먹는 밥을 같이 먹을 수 있게 돼서 지금 다 된 밥을 줘야 하는데 뜨거워서 바로 줄 수가 없다. 밥을 덜어서 부채로 식혀서 준다. 저녁으로 수프를 줄 건데 수프도 식혀야 한다. 여자아이도 배가 고프다고 울기 시작한다. 식사를 준비할 시간을 주질 않는다. 어른들이 먹는 음식은 아이들이 먹기에 간이 세서 수프에다 밥을 말아서 주기로 하셨다. 여자아이는 주니깐 잘 먹는데 남자아이는 안 먹겠다고 운다. 먹어보면 맛있을 텐데 안 먹는다고 한다. 남자아이는 처음 본 새로운 걸 잘 안 먹으려고 하고 편식이 심한 거 같다. 아침에 먹던 감자계란국을 줘도 안 먹는다고 운다. 그러다가 어렵게 할머니가 한 숟가락을 떠서 먹이는데 성공을 했는데 그때부터는 잘 먹기 시작했다. "이 녀석, 먹어보면 맛있는데 처음에는 죽어도 안 먹는다고 고집을 피워서 할머니를 힘들게 하네" 쌍둥이들 때문에 할머니가 항상 이른 저녁을 드시고 있다. 그때가 아니면 밥을 먹을 시간이 없거나 늦어 버린다. 그래서 할머니가 늦은 밤 배고파하시고 아침에도 새벽에 일어나시는데 배고파하신다. 


삼촌이 저녁에도 외출을 하고 오니 아이들이 엄마랑 거실에서 놀고 있다. 오늘은 모처럼 아빠도 평소 보다가 일찍 와서 집에 와 있었다. 오늘은 목욕을 시킬 수가 없어서 생략하고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엄마&아빠가  놀아준다. 아이들이 들어가고 할머니는 이제야 씻으러 가셨다. 남자아이가 말도 안 되는 떼를 써서 방에서 엄마가 긴 시간 동안 훈육을 했다.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할머니는 쉬지 못하시고 내일 만들 죽을 믹서기로 갈고 계셨다. 오늘은 남자아이, 여자아이 합쳐서 응가를 8번이나 했다. 응가를 하면 바지를 벗기고 기저귀를 벗기고 화장실로 데려가고 씻기고 물기를 닦고 기저귀를 채우고 바지를 입히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가 않다. 하나하나의 과정을 순순히 가만히 협조를 해주는 아이들이 아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함께 있어서 할머니가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만 하는 고된 하루였다. 


"쌍둥이들아, 너희들이 태어나고부터 할머니가 너희들을 위해서 고생한 걸 안다면 커서 진짜 잘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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